안녕하세요, 저희는 70살 시골집을 매입하여 하나하나 손수 고친 30대 신혼부부입니다. 영국인 남편, 한국인 아내 그리고 고양이 큰빵이와 문무 이렇게 네 식구가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함께 살고 있어요. 영국과 한국 두 문화를 조화롭게 녹여내고자 한 저희 오도이촌 시골집을 소개해드릴게요.
인테리어를 하기까지
저희가 시골집 매물을 알아봤을 때는 '어차피 입맛에 맞게 고치려면 수리비가 상당히 들어갈테니 위치와 면적, 큰 구조를 중심으로 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바닷가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이 시골집 두 채를 매입하게 되었죠. 집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이 몽돌 해변을 왔다갔다 하며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었고 마음이 많이 설렜어요.
산세가 좋은 곳에 위치한 덕에 마루에 앉아서 이렇게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답니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밤에는 별도 볼 수 있어요. 지금은 이렇게 평온한 시간을 누리고 있지만 수리를 하며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어요.
도면
저희 집은 생활 공간으로 이루어진 본채(거실, 부엌, 침실, 화장실, 다용도실)와 별채(아뜰리에, 작업실, 취미공간)으로 이루어져있어요. 마당도 테마별로 구획을 나누어서 텃밭, 불멍, 식사공간, 꽃밭, 사막정원, 잔디 등 활용도를 높이면서 생기있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였어요.
외관 Before
수리 전 외관입니다. 집을 포근히 감싸는 듯했던 울창한 대나무 숲, 넓은 마당, 숨겨진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 집을 보고 한 눈에 반해 일사천리로 계약하였어요.
외관 After
수리 후 외관입니다. 이렇게 예쁜 집이 탄생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본채는 거실, 부엌, 침실,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는 생활공간이에요.
본채 - 거실 Before
본채 BEFORE에요. 현재 주방과 거실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고, 합판으로 천장을 가려둔 상태였어요. 침수가 된 흔적도 있어, 비가 내려도 침수가 되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했어요.
본채 - 거실 After
거실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하면서, 집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공간 구상과 시공에 있어서 거실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어요. 서까래는 모두 살려냈고, 벽은 유럽 미장으로 시공하면서 인테리어에는 한국적인 요소를 최대한 반영하였어요.
70년 가까이 된 집이면서 방치된 상태로 오랜 세월이 흘러서 집의 기본적인 단열이나 채광이 별로 좋지 않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집의 뼈대를 남기고 벽, 지붕, 샷시(새시) 등을 새로 맞추었어요. 집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긴 했지만 포근하게 겨울을 지내보니 공사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거실에는 전면에 보이는 창 자리에 아주 작은 크기의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이 창문 자리를 길게 만들어서 큰 창을 냈고 옆 쪽으로도 창문을 새로 내서 볕이 잘 들도록 하였어요.
최대한 많은 방향으로 다양한 크기의 창을 내고 이중창과 픽스창을 적절히 섞어 배치하여 환기에 용이하면서도 채광과 단열을 놓치지 않고자 하였어요. 저희는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부부인데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볕이 잘 들어와서 햇살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게 되었어요!
실내로 옮겨온 평상마루와 책가도 책장
거실 공간에는 최대한 한국적인 요소를 최대한 많이 살리고자 하였어요. 그래서 저희 집의 최대 장점인 구불구불한 서까래와 잘 어울릴만한 인테리어 요소를 정말 많이 찾아보았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텐데, 집을 고치면서 어려운 점은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와중에 덜어내기'가 아닐까 싶어요. 저희도 많은 조사와 고민 끝에 옛날 집에 대부분 있는 처마 밑 평상마루 구조를 실내로 가져오기로 하였어요. 그리고 이 평상마루를 윈도우 시트로 활용하기로 하였어요. 단차를 조금 높여서 제작하였기 때문에 입식 생활에 익숙한 남편이 의자처럼 활용할 수도 있어요.
또 제가 취미로 민화를 배울 때 ' 책가도'의 매력에 매료되어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는데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 책가도는 '책장에 책을 비롯한 도자기·문방구·향로·청동기 등이 책가 안에 놓여진 모습을 그린 그림, 책거리'라고 합니다. 저희도 집을 그림의 한 폭처럼 꾸미고 싶어 이렇게 책가도 스타일로 책장을 제작하고 장식품과 책을 진열해보았어요. 어떤가요?
빈티지 스타일의 거울과 LP장
저희는 집에서 이것저것 사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해요. 시골집은 이런 저희의 생활 방식과 딱 맞는 곳인데요, 특히 거실에는 저희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담아두었어요. LP플레이어와 나비장을 두고 그 안에 각종 게임과 LP판을 보관해두었어요.
나비장 옆에 빈티지 스타일의 거울을 두었는데, 전통적인 느낌의 나비장과 잘 어울리지 않나요? 이곳에는 제가 직접 그린 그림을 걸어서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려고 하였어요.
차 한 잔 마시고, 게임하고, 음악 듣고, 영화 보는 것은 도시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 곳에서는 저희가 직접 고친 공간이라는 뿌듯함과 함께 맑은 날에는 새소리, 비 오는 날에는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좀 더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이 느껴져 마음까지 상쾌해진답니다!
본채 - 주방
원래 시공 전에는 현재의 부엌과 거실 공간이 바뀌어 있었어요.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거실이 나오는 구조는 아늑함이 떨어지고, 사생활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안쪽으로 거실을 꾸몄어요.
시골집이나 구옥을 고칠 때는 꼭 기존의 구조를 따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다만 새로운 곳에 주방을 설치하게 된다면 철거 후 배관을 심어두는 작업이 필요해요. 거실에 민화, 책가도, 평상 마루 등 좀 더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를 반영하였다면, 주방은 보다 현대적인 생활 방식에 맞게 꾸몄어요.
꼭 필요한 것만 담은 아기자기한 원목 싱크대
본채의 구조가 문을 열자마자 부엌이 보이는 구조라 싱크대 디자인에 각별히 신경을 썼어요. 서까래와 통일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원목 싱크대로 디자인을 짰어요. 그리고 영국에 살 때 예쁘고 특이하다고 눈 여겨 보았는데, 요즘 유행하기도 하는 분리 수전과 에나멜 싱크를 달았어요.
별채 Before
별채 BEFORE&AFTER입니다. 과거에는 아궁이가 있는 부엌과 작은 침실이 있는 공간이었는데, 분리를 하자니 두 곳 모두 견적이 너무 작아서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중간 벽을 터서 사용하고 있어요. 고민 끝에 분리벽을 모두 철거한 후 하나의 넓은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별채 - 외관
별채는 벽도, 기둥도, 다 쓰러져가는 건물을 다시 짓다시피 살려낸 공간이라 애착이 많이 가요.
별채 - 내부 After
좁은 공간을 터서 하나의 큰 공간으로, 다양한 크기의 창문을 내서 환기와 채광효과 UP
남편의 대학교 전공이 순수 미술이고 저 또한 그림 그리는 취미가 있어서 별채는 작업 및 전시 공간으로 구상하였어요. 남편이 약 10년 동안 정말 멋진 작업을 많이 했는데, 그 그림들이 도시 집의 창고에서 묵혀있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늘 했거든요.
그래서 시골집을 고치면서 이 공간 만큼은 남편의 다양한 작업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사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집을 '잠자는 미술관'처럼 꾸며보겠다며 멋진 계획을 세웠는데, 정작 집을 고치고 나서 그림을 고르고, 옮겨서 거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네요.
별채 전면의 벽에는 액자 레일을 설치하여 전시 작품을 손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하였어요. 그리고 관리가 용이한 현대식 보료를 두어 아늑하고 목가적인 느낌을 내고자 하였어요.
별채에서는 다양한 그림 작업 뿐만 아니라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등 소소한 취미생활을 하는 방이에요. 다양한 크기의 픽스창, 미닫이 창을 내서 환기에 용이하도록 하면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했어요. 별채에는 데이베드 소파를 두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꾸몄어요.
저희 집은 점, 선, 면이 직선적이거나 대칭을 이루고 있지 않아요. 오히려 구불구불하고, 비대칭, 비정형적이에요. 저희는 시골집의 이런 점이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으며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였어요. 그래서 가구를 고를 때에도 직선형, 대칭형의 가구 보다는 위의 가구처럼 비대칭의 구불구불한 모양을 골라서 놓았어요.
또 별채는 두 개의 작은 방을 하나의 공간으로 확장하여 사용하는 곳이라 많은 친구들이 놀러올 때면 여기서 큰 상을 펼쳐두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별채에서는 가끔 운이 좋으면 동네 고양이들의 모습도 지켜볼 수 있어요.
마당
100평이 넘는 앞마당과 뒷뜰 공간은 테마 별로 구획을 나누어서 지루하지 않고 생동감 넘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꾸미고 나름대로 이름도 붙여보았어요.
또, 침실의 구들 난방을 전기 온돌로 바꾸면서 필요없어진 구들돌을 남편이 하나하나 옮겨서 정원 경계석과 디딤석으로 활용하고 있어 의미가 깊어요.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구들돌이 참 정겹게 느껴지지 않나요? 여기는 계절별로 다양한 꽃을 볼 수 있는 꽃밭 존
겨울에도 끄떡없는 그라스류로 채운 사막존.
무농약, 무비료 친환경적으로 키운 우리의 텃밭존.
불 피우고 바베큐도 하는 불멍존.
대나무 숲 앞에서 즐기는 노천욕
마치며
한 땀 한 땀 손수 고친 저희 집, 오래된 시골집의 대변신 어떻게 보셨나요? 저희는 이 쪽 분야의 전공자도 아닐 뿐더러 이전에 집을 고쳐본 적도 없었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집을 사서 손수 뜯어 고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이 집을 사고 나서도 '우리가 이 모든 걸 직접 고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여기저기 발품 팔고, 밤새 검색하고 공부하며 하나하나 직접 하다 보니 꿈에 그리던 집이 완성되었어요. 구옥 매입과 리모델링, 시골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느끼며, 저희의 경험을 비롯해서 차근차근 단계별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짧은 만화와 카드뉴스를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이 과정을 통해서 흩어지는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뜨거웠던 여름날을 다시금 추억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시골집 매입, 리모델링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는 분들은 저희 '일현가옥 서사집' 계정에 구경오세요! 궁금한 점은 최선을 다해 알려드릴게요~ 한적한 시골 생활을 꿈꾸는 분들, 셀프 집 고치기를 계획하시는 분들,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