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김대남, 극우 유튜버 '맞불 집회' 사주한 의혹
뉴스타파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의 이른바 ‘언론 고발 사주’ 의혹을 추적 보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대남이 ‘새로운민심 새민연’이란 단체를 사실상 본인이 만들고 관리하면서, MBC와 서울의소리 등 정권 비판 언론을 고발하도록 뒤에서 사주한 정황을 확인했다. 대통령실이 위장 시민단체를 만들어 언론 탄압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처음 드러난 것이다.
뉴스타파는 김대남이 윤석열 정권을 옹호하는 극우 유튜버들을 직접 관리한 흔적을 추가로 포착했다. 김대남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극우 유튜버 김상진과 몰래 소통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상진은 대통령실 앞에서 정권을 옹호하는 '맞불 집회'를 주도하며 정권 규탄 집회를 막아온 인물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이 조직적으로 극우 유튜버를 관리하면서 일종의 '집회 사주'를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대남, 극우 유튜버 김상진 언급하며 “우리가 활용하고 있다”
김상진은 ‘상진아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극우 단체들의 폭력 집회를 이끄는 일명 아스팔트 극우 유튜버다. 김상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역사를 알리는 수요 시위를 지속적으로 방해해왔고,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 이태원 참사 분향소 설치를 앞장서 막은 인물이다.
지난해 9월, 김대남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진을 처음 언급했다. 이날 통화에서 김대남은 김상진과 "몰래 소통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대통령실)가 노출될까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통화 시점은 김대남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로 일하고 있을 때다.
○ 김대남 : 김상진(유튜버 ‘상진아재’)이는 뭐 그래도 애가 좀 생각은 있는데 또 약간 좀 아둔하다고 그래야 되나 베레모 쓰고 너무 이렇게 해서 우리가 가까이 하기에 좀 뭐라 그럴까. 우리가 같이 노출될까 겁이... 몰래 몰래 이렇게 잠깐 “어떻게 됐냐” 이런 적도 있지.
- 김대남 전 비서관-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 통화 녹취록(2023.9.12.)
이후에도 김대남은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러 차례 김상진을 언급하면서 "(김상진이) 앞장 서서 (대통령) 용비어천가를 한다"면서 "우리가 김상진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뒤 맥락을 보면, 여기서 우리는 '대통령실'을 뜻하는 걸로 보인다.
○ 김대남 : 상진이 그놈은 항상 저기 앞장서서 용비어천가를 하니까. 그 새끼 진짜 웃겨. 근데 아무튼 또 그런 놈도 없어. 이쪽에서 하는 거 보면.
● 이명수 : 그러니까요. 그쪽 한동훈 그쪽에서도 잘 활용할 거야. 김상진을.
○ 김대남 : 그렇지. 우리(대통령실)도 그러지.
(중략)
● 이명수 : 김상진이가 형님한테 붙은 거 내가 알아.
○ 김대남 : 나한테 나한테 엄청 잘해. 그 새끼.
● 이명수 : 당연하지. 내가 다 보고 있지.
- 김대남 전 비서관-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 통화 녹취록(2024.1.25.)
대통령실이 '맞불 집회' 사주한 배후였나
윤석열 정권 출범 후, 김상진은 신자유연대라는 이름의 단체를 만들어 매주 토요일 일명 ‘맞불 집회'를 열어 왔다. '맞불 집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의 집회 신고를 선점해서 정상적인 정권 규탄 집회가 열리지 못 하게 막거나,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도록 고성이나 욕설을 하며 방해하는 집회를 뜻한다.
2022년 12월 31일 촬영된 유튜브 영상에는 김상진이 '맞불 집회'를 열고 "촛불 난동 세력들은 현재 시청역 7번 출구에서 약 1500명 정도가 모여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고 행진을 할 예정이다"라고 말하며 정상적인 집회 시위를 방해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에 대해 김대남은 김상진이 다른 '애국 단체'들이 호흡을 맞추고 있고 자기들끼리 잘하고 있다며 칭찬까지 했다.
○ 김대남 : 어쨌든 거기는 붙어 있잖아 다 애국단체들이.
● 이명수 : 그렇죠.
○ 김대남 : 고교연합(나라지킴이고교연합)이니 대수장(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이니 전군연(전군구국동지연합회)이니 이런 광화문 활동하는 보수단체들이 같이 호흡하니까 사실은 우리는 냅둬도 알아서 자기들이 잘하더라고.
- 김대남 전 비서관-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 통화 녹취록(2023.9.12.)
극우 유튜버 김상진 역시 자신의 방송에서 김대남 대통령실 행정관과의 친분을 말한 사실이 있다.
내가 접촉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대남 행정관밖에 없어. 내가 대통령실에 누가 근무하는지 몰라. 그러니 누구랑 이야기할 거리도 없어.
- 김상진의 발언(2023.11.12)(출처 : 김상진TV)
비판 언론 '고발 사주' 이은 대통령실의 '집회 사주' 의혹
김대남은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 녹취록에서 정권 비판 언론을 자신이 고발했다고 자백했다. 시민단체 '새민연'은 실제로 MBC와 서울의소리를 고발한 사실이 있었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새민연은 자발적인 시민들의 모임이 아닌 대통령실 김대남이 직접 만들고 관리한 정황이 짙은 '위장 단체'와 같았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이 조직적으로 비판 언론을 탄압한 것이 아닌지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민연이라는 곳은 결국에 김대남이 실질적인 회장 아니냐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결국 대통령실이 직접 김대남을 통해 만든 것 아닌가"라며 검찰에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언론 '고발 사주' 의혹에 더해 김대남이 극우 유튜버들을 직접 관리한 사실도 녹취록에서 추가로 확인된 만큼, 대통령실이 극우 유튜버들의 '맞불 집회'를 뒤에서 조종하는 이른바 '집회 사주'를 해온 건 아닌지도 반드시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공권력의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불법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여론 조작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때도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이 관제 데모를 하도록 사주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법적 처벌을 받았다. 당시 청와대는 대기업이 전경련을 통해 우회적으로 보수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게 압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련의 의혹에 대해 뉴스타파는 김대남 전 비서관 측에 여러 차례 반론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 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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