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제투성이’ 반도체특별법 처리 중단해야

구준모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2025. 11. 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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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11월에 처리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도체특별법 제정 의사를 밝혔다. 지난 4월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반도체특별법은 법사위 논의를 앞두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노동권과 건강권, 물과 에너지, 재벌 특혜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한 논의 없이 일방적 지원으로 가득해 반도체 산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특별법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첫째, 반도체 산업에는 노동자 건강권 문제가 있다. 반도체 생산에 수백, 수천 종류의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된다. 2015년 반도체 사업장의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밝히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도 545종에 이르며 그중 발암성 물질이 53종, 생식독성 물질이 29종에 달한다. 유해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신규 화학물질이 계속해서 사용된다.

반도체 기업은 영업비밀이라며 화학물질 유해성 검증을 회피한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백혈병, 각종 암, 희귀질환으로 병들고 죽어간다. 유해 작업이 하청노동자에게 전가되면서 위험의 외주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은 정부가 반도체 고등학교와 반도체 특성화 대학교를 지정하고 지원할 수 있게 한다. 30만명이라는 대규모 인력 육성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대책은 없다.

둘째,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물과 전기를 소비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는 2035년 이후 필요한 공업용수가 하루 170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전체 물 소비량의 약 60%에 달하는 양이다. 한강권역의 여분의 물을 모두 투입한다고 가정해도 하루 100만t가량의 물이 부족하다. 물 공급은 반도체 클러스터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해결하기 어렵다.

또한 반도체 산업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은 16GW(기가와트)에 달한다. 현재 수도권 전체 전력수요가 약 40GW인데 그 40%에 달하는 엄청난 전기를 더 생산해야 한다. 반도체를 더욱 많이 만들수록 에너지와 물질 소비가 늘어나고,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게 된다.

넷째, 대기업 특혜와 사회적 공공성 문제다. 이 법이 통과되면 반도체 특구에 설치하는 용수, 전기, 도로 등 기반시설 설치에 필요한 비용 전액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기반시설 설치 비용을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이 떠안는 것이다. 특별법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정부 책무로 규정하고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특별법은 논외로 하고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이전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반도체 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반도체 산업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가동하면 전력 수요가 증가한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비중이 적은 가운데 반도체 공장에 이를 우선 공급하면, 그만큼 다른 부문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할 수 없다. 또한 클러스터가 어디로 가든 반도체 산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가 그대로 남는다.

일방적인 지원으로 가득한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중단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계 수용력을 넘어서는 산업 육성과 생산 증대는 불가능하다. 노동권과 건강권 등 공공성을 확보하는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를 종합 논의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산업이 무엇이고 어떻게 배치할지를 논의해야 한다.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중단하라.

구준모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구준모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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