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 나오는 장면인데 여자아이가 색약전문안과를 다니는 것만 보고도 이 아이의 생물학적 아빠, 생부가 극중 박연진의 불륜남이자 적록색약을 갖고 있는 전재준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차린다. 이런 걸 어떻게 알 수 있지? 이 에피소드가 방영된 후 온라인 커뮤니티엔 ‘딸이 색약이면 아빠는 무조건 색약이다’, ‘여자 쪽이 색약유전자가 아니면 딸은 유전 확률 없지 않냐’ 등 시청후기가 엄청 올라왔다.

유튜브 댓글로 “더 글로리에서 아빠 전재준과 딸 하예솔이 모두 색약이던데, 그럼 색약은 반드시 부계 유전인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는데 참고로 영상에서 언급하는 색약은 ‘적록색약’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딸이 색약이라면 이는 아빠도 색약이라는 뜻이지만 아빠가 색약이라고 해서 반드시 딸이 색약인 것은 아니다. 반면 아들이 색약일 경우엔 아빠와는 관계가 없다.

한양대구리병원 홍은희 안과 교수
“적색과 녹색 담당 유전자가 x염색체 위에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딸(xx)이 만약에 발현을 했다. 그러면 아버지(xy)로부터 이상있는 유전자(x)를 받아들인 것이니까 아버지는 증상이 있는 것일 거고..."

한양대구리병원 홍은희 안과 교수
“이 색각 이상은 유전 방식 중에서도 열성이라는 유전 방식을 따릅니다. 이제 남성에서는 xy 여성에서는 xx 성염색체를 가지잖아요. 열성 유전 방식인 경우는 여성은 두 x 모두에 이상이 있는 유전자가 있어야 발현이 되고 남성은 xy중에 x하나에만 이상이 있어도 그게 이상이 있는 걸로 발현이 됩니다”

색약 중 가장 흔한 적록색약 유전자는 x염색체에 있는데 xy유전자를 가진 아버지가 딸에게 물려줄 하나뿐인 x유전자에 이상이 있어야 딸도 색약이 된다. 여성의 경우 x염색체 두개 모두가 색약 유전자여야 증상이 발현되기 때문. 그러므로 박연진의 딸 하예솔의 아빠를 색약이 있는 전재준으로 추측한 문동은의 추리는 정확한 얘기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첫째, 하예솔이 전재준에게서 물려받은 x유전자 외에 다른 x유전자도 색약 유전자라면 엄마인 박연진의 경우는 어떨까? 드라마에서 박연진은 색약증상이 없는데 이런 경우에 ‘보인자’라는 표현을 쓴다. 보인자는 증상 발현은 없지만 이상 유전자를 하나 갖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발현’되지 않는다는 것.
한양대구리병원 홍은희 안과 교수
“어머니로부터 하나(x) 물려 받은 게 어머니가 ‘보인자’여서 하나가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하나 갖고 계셨을 수도 있고 어머니가 색각 이상이 있어서 어머니로부터 받는 것...”

둘째, 만약 박연진과 전재준 사이에 낳은 자녀가 딸이 아니라 아들이었다면? 이 경우엔 아빠로부터 물려받는 y와는 관계가 없으니까 엄마 박연진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색약이냐 아니냐에 따라 50% 확률로 아들이 색약이 될 수 있다.
한양대구리병원 홍은희 안과 교수
"만약에 아들 같은 경우는 x염색체를 어머니로부터 받고 아버지로부터는 y염색체를 전달이 되기 때문에 아버지의 색각이상 유전자는 아들에게 유전되진 않습니다"

색약은 대부분 유전이지만 100%는 아니다. 부모가 모두 색약이 아닌데도 자녀가 색약일 수도 있다.
한양대구리병원 홍은희 안과 교수
"이제 아주 100%라고 말하기 어려운 게 아주 드물게도 엄마 아빠 색약 유전자를 가지고 있진 않은데 세포 분열하는 과정에서 변이 유전자가 생기는 경우도 있거든요"
또 당뇨병이나 파킨슨병 등에 의한 합병증으로 후천적인 색약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럼 적록색약인 전재준과 예솔이가 보는 세상은 어떨까? 우리 눈엔 이렇게 보이지만 이들이 보는 세상은 이렇게 적색과 녹색이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보통 일생생활할 때는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에 본인의 색각 이상을 모르고 지내다가 색깔이나 디자인 관련 활동에 몰두하다 자신의 증상을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 눈의 시신경 중 빛을 감지하는 원뿔세포는 인간이 볼 수 있는 파장 영역에 따라 다시 적색, 녹색, 청색으로 나뉘는데, 한 개 이상의 원뿔세포가 없다면 색맹, 원뿔세포에 이상이 있는 경우를 색약이라고 부른다. 적록색약은 남성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하는데 남성 10명 중 1명이 적록색약을 가질 정도다.

현재로선 유전에 따른 선천적 색약의 경우 치료법은 딱히 없고 약간의 교정이 가능한 정도다. 적록색약을 가진 전재준은 빨간 점이 보이는 렌즈를 착용하던데 이게 색약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물어봤는데,
한양대구리병원 홍은희 안과 교수
"렌즈 착용해서 근본적인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고... 이런 렌즈 표면에 특정 파장의 빛을 반사하는 코팅을 해서 두 색의 대비를 증가시키는 거거든요. 결국엔 두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게 대비가 잘 안 돼서 그런 건데 이런식으로 특정 파장을 반사시켜서 인접한 두 색의 반사를 대비시켜서 명암 차이 밝기 차이같은 걸 줘서 두 색을 조금 더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하는 거거든요"

색약렌즈는 오히려 구분 못하던 색을 구분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만 오히려 원래 잘 보이던 다른 계열의 색의 구분이 어렵거나 착용 전보다 조금 어둡게 보일 수 있다고 한다.
한양대구리병원 홍은희 안과 교수
"또 어떤 점에서는 일부 파장을 반사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원래 받아들이는 빛보다 더 적은 빛을 받아들이게 되기는 하거든요. 그래서 좋기만 한 것은 아니고. 어떤 잘 구분 못하는 두 색을 구분하는데 도움은 될 수 있는데 오히려 다른 계열의 색을 좀 구분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고 그렇습니다"

휴~ 이거 중학교 과학 과정이라는데 왜 이렇게 복잡해 보이는지... 더 글로리의 문동은은 예솔이 생부를 전재준으로 콕 찍은 걸 보면 학창시절 과학 공부를 열심히 한 게 아닐까?. 아무튼 여기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자신이 예솔이 생부인줄 아는 하도영일텐데 그는 정말 친딸인줄 모르는걸까 모르는 척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