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합천으로 향하는 길은 조용하다. 도시의 소음이 멀어질수록 마음도 함께 느려진다.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 풍경은 확실히 달라진다. 눈앞에 펼쳐지는 건 지금의 서울이 아니라, 20세기 초 서울역 인근의 거리다. 몇 걸음 더 옮기면 80년대 서울 소공동 시가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모든 장면을 품고 있는 곳이 바로 합천영상테마파크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평양 시가지 전투 장면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진 실제 촬영지다. 세트장이라고 부르기엔 규모가 크고, 테마파크라고 하기엔 묘사가 너무 정교하다. 거리의 간판 하나, 건물의 벽면까지도 그 시대의 공기를 그대로 담고 있다.
서울의 옛 얼굴을 따라 걷는 산책

테마파크 안을 걷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옛 서울역, 세브란스병원, 종로교도소까지 과거의 서울이 한 공간에 모여 있다. 전차가 지나갈 것 같은 도로와 낡은 상점 간판은 사진보다 눈으로 보는 게 더 인상적이다.
사람이 많은 날에는 전차 체험이 운영되고, 마차를 타고 테마파크를 한 바퀴 도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빠르게 둘러보기보다는 천천히 걷고, 천천히 보는 여행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그래서 어른들에게는 추억이 되고, 아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역사 수업이 된다.
드라마 속 장면이 현실이 되는 순간

한쪽에는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세트장이 남아 있다. 80년대 소공동 거리 풍경을 재현한 공간으로, 카메라 각도만 살짝 바꾸면 바로 한 장면이 완성된다. 실제 촬영지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공간이 훨씬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한 시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자리에서 여러 시대를 오가며 영화와 드라마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다. 특정 작품을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이유다.
입장권 하나로 만나는 또 다른 공간

합천영상테마파크 입장권이 있다면 청와대 세트장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실제 청와대를 약 1/6 크기로 축소해 만든 이 공간은, 뉴스 화면으로만 보던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건물의 구조와 배치,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구현돼 있어 세트장이라는 사실이 잠시 잊힐 정도다.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두 곳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은 여행 동선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꽤 큰 장점이다.
여행 정보 한눈에 보기

- 위치: 경상남도 합천군 용주면 합천호수로 757
- 전화번호: 055-930-3743
- 입장요금
어른: 5,000원
학생·군인·어린이: 3,000원
장애인·65세 이상: 2,000원 - 운영시간: 09:00 ~ 18:00 (입장 마감 17: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정상 운영
공휴일 다음 날 휴관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남는다. 사람보다 시간의 흔적을 만나고 싶은 날, 합천영상테마파크는 분명 좋은 여행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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