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글로벌AI] ‘전기먹는 하마 AI’ 비판 일자 앤스로픽 “소비자에 부담 전가 않겠다”
전력망 연결 시 건설비 부담하겠다고 약속
가격 상승 불가피할 경우도 전액 부담 선언
그리드 최적화 및 수요 감축 시스템도 도입
머스크 우주데이터센터, 아직은 상상 수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인공지능 기업 앤스로픽이 최근 데이터센터 전력 부담 완화 계획을 밝혀 주목된다.
앤스로픽은 AI 모델 '클로드' 개발사로 대규모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확대해 왔다. 이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면서 지역 전력망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일반 소비자들의 전기 요금 인상 압력을 불러일으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 IT매체 더버지는 10일(현지시간) 앤스로픽이 최근 전력비용 부담 완화 계획을 통해 "데이터센터가 전기 요금을 올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AI 개발사가 전력 인프라의 부담 문제를 자청해서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AI산업 전력 확충 과제의 새로운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전력망 확장 비용은 지역 전기요금에 반영되고 모든 소비자가 부담을 나눠 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AI 기업들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함에도 비용 분담에서 자유로울 경우, 이는 공공 자원의 불공정한 사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앤스로픽이 비용을 직접 부담하겠다는 약속은 이런 비판을 사전에 완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최근 조사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는 이미 전체 전력 소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그 비중은 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월 현재 미국 전체 전력소비에서 데이터센터의 비중이 4.8%~5.2%에 이른다. 2년 후 2028년에는 이 비중이 12%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앤스로픽 계획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데이터센터를 전력망에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그리드 업그레이드 비용의 100%를 자사가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력망 확장에 드는 비용은 지역 전기요금에 전가되지만, 앤스로픽은 이 비용을 자체 전기요금 납부금에 포함시켜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다.
둘째, 앤스로픽은 새로운 전력 생산을 늘리고, 기존 그리드 용량이 부족할 경우에는 발전소 및 외부 전문가와 협력해 수요로 인한 가격 상승분을 직접 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셋째,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피크 시간대에는 자체 전력 사용을 줄이고, 그리드 최적화 도구와 전력 수요 감축 시스템을 도입해 전력망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앤스로픽의 움직임은 일반 소비자에게 안도감을 준다. 더욱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등 다른 대형 기술 기업들도 유사한 책임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AI산업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담은 이미 미국에서 주요 정치 이슈가 되고 있다. 주요 선거 공약으로 떠올랐으며 민원 대상이 되고 있다. 일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지역 반발로 인해 지연 또는 취소된 사례도 나타난다. 뉴욕주 의회는 현재 신규 데이터센터를 3년간 유예하는 이른바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법안을 논의 중이다. 다른 주로 확산할 조짐도 보인다.
앤스로픽의 약속이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공개적으로 선언했다는 점에서 구속력은 일단 담보된 셈이다. 새로운 발전소, 송전선, 변전소 설치 등 전력 인프라 확장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은 전통적인 관행이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의 확장은 이러한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 결과 지역 사회가 부담을 느끼고 정치적 이슈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더버지는 정책적 의미에서 앤스로픽의 선언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새로운 전력원을 확충하거나, 발전 용량 및 그리드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받지 않고 자체 발전소를 갖게 되면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된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과 시간이다. 발전소 건설은 2~3년 내에 후딱 해치울 수 있는 게 아니다. 1기 발전소 건설 비용도 최소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중요한 논쟁거리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해 전체 전력 소비량이 증가하면, 탄소 배출과 같은 환경적 부담도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연료 사용과 냉각 시스템 등 다양한 에너지 지출 요소는 기후 변화와 환경 규제 논의로 이어진다.
물론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xAI의 일론 머스크 CEO는 최근 데이터센터 전력과 냉각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데이터센터(Orbital Data Center) 계획을 밝혔다. 100만개의 AI 인공지능 위성을 저궤도에 띄워 24시간 태양광 발전을 하고 발열을 우주의 차가운 온도로 식힌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 수요와 위성발사 소요 시간을 고려할 때 머스크가 밝힌 2~3년 내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앤스로픽의 약속은 AI 산업이 사회적 비용과 정책적 고려, 환경적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더버지에 따르면 이번 발표는 AI 기업들이 전력 소비에 따른 사회적 부담을 분담하려는 초기 움직임 중 하나이며, 앞으로 규제와 시장 압력 속 더 구체적이고 의무적인 형태로 제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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