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이 이스라엘과 맺었던 거대한 무기 계약들을 줄줄이 취소하면서 유럽 방산업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터진 이후 스페인 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급속히 커지면서, 정치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스페인 정부가 결국 "이스라엘 기술과의 완전한 단절"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죠.
문제는 이렇게 취소된 계약들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입니다.
대전차미사일 계약만 해도 4천억원이 넘고, 다연장로켓시스템 계약은 무려 1조원 규모였습니다.
이 정도면 한 나라의 연간 국방예산에 맞먹는 수준이죠.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스페인이 새로운 무기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한국의 천무 다연장로켓시스템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폴란드가 천무를 대량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고, NATO 표준에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집니다.
한국 방산업계로서는 뜻밖의 대형 수주 기회가 생긴 셈입니다.
갑작스러운 계약 파기 선언
스페인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3일 폭탄 발표를 했습니다.
이스라엘제 168개의 SPIKE LR2 대전차미사일 시스템 계약을 파기한다고 선언한 것이죠.
이 계약의 규모는 무려 2억 8천5백만 유로(약 4천2백억 원)에 달했습니다.
스페인 정부 대변인 필라르 알레그리아는 "목표는 명확합니다. 이스라엘 기술과의 완전한 단절"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스페인 Infodefensa의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이 추진 중이던 또 다른 거대 프로젝트인 PULS(Precise & Universal Launching System) 다연장로켓시스템 계약도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 계약은 16대의 PULS 발사대와 사거리 300km에 달하는 탄약 패키지를 포함해 총 7억 유로(약 1조원) 규모였습니다.
운명의 계약 체결 타이밍
이 계약들이 언제 체결되었는지가 정말 아이러니합니다.
SPIKE LR2 계약은 2023년 10월 3일에 승인되었는데, 이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되기 단 4일 전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태풍이 몰아치기 직전에 계약서에 사인을 한 셈이죠.
당시 스페인 당국자들은 기존 시스템이 구식이어서 연합군이 사용하는 최신 버전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참상이 스페인 내 여론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습니다.
스페인의 반이스라엘 정서 고조
스페인은 유럽 국가 중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2023년 이후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를 금지했지만, 기존 계약들이 이미 체결된 상태라 문제가 복잡했습니다.
특히 9mm 탄약 계약 건은 스페인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1,530만 발의 9mm 파라벨럼 탄약을 660만 유로에 구매하는 계약이었는데, 이것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연립정권이 붕괴 직전까지 갔습니다.
결국 페드로 산체스 정부는 2024년 4월 "문제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천무가 눈에 들어온 이유
이제 스페인이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Infodefensa의 보도에 따르면, 대전차미사일 대안으로는 재블린, MMP, NLAW 등이 거론되고 있고,
다연장로켓시스템으로는 한국의 Chunmoo(천무)와 브라질의 Astros II, 미국의 HIMARS, 프랑스가 개발 중인 시스템이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의 천무가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천무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1,3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239mm 다연장로켓시스템으로, 한꺼번에 12발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폴란드가 이미 천무 288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2022년 35억 달러 규모의 218대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이 큰 신뢰도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천무의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와 호환성입니다.
HIMARS와 동일한 규격의 227mm 6연장 포드를 사용할 수 있어 운용이 용이하면서도, HIMARS보다 두 배 많은 12발을 탑재할 수 있어 M270과 동등한 화력을 발휘합니다.
게다가 차륜식 플랫폼이라 유지비용도 저렴하죠.
브라질의 아스트로스II도 만만찮은 경쟁자
하지만 한국의 천무에게도 강력한 경쟁자가 있습니다. 바로 브라질의 ASTROS II입니다.

1983년 최초로 브라질 육군에 배치된 이 시스템은 이라크, 앙골라, 바레인,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되어 이란-이라크 전쟁, 앙골라 내전, 예멘 내전까지 다양한 실전을 치른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아스트로스II는 300mm로 확대된 SS-60 버전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AV-TM 300 순항미사일과 통합체계를 위한 Astros 2020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확장성 면에서 매력적입니다.
NATO 가입국 폴란드 효과가 결정적
Infodefensa의 분석에 따르면, 천무가 아스트로스II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봅니다.
가장 큰 이유는 NATO 가입국인 폴란드가 이미 천무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NATO 표준에 맞는 운용 노하우와 정비 체계가 이미 구축되어 있다는 의미죠.

반면 미국의 HIMARS는 스페인의 요구사항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페인 육군의 다연장로켓시스템 조달은 기술이전과 현지생산이 필수 조건인데, 미국은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프랑스 시스템의 불확실성
프랑스가 개발 중인 다연장로켓시스템도 거론되지만, Infodefensa는 "언제 실용화될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페인으로서는 당장 필요한 무기체계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상황이죠.
결국 PULS 계약이 정말로 파기된다면, 실전 경험이 풍부하고 NATO 표준에 맞는 천무와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아스트로스II의 일대일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방산업계로서는 폴란드에 이어 또 다른 유럽 시장 진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된 셈입니다.
가자지구 사태로 시작된 정치적 파장이 거대한 무기 거래판을 완전히 뒤바꿔 놓으면서, 한국의 K-방산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