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권 건축가의 모듈러 시리즈 9.

미니멀 라이프를 표방한 도심 속 모듈러 ‘해움주택’
최근 몇 년 사이 5도2촌五都二村 라이프스타일이 주목 받고 있다. 휴식과 여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도시를 벗어나 교외 지역을 찾게 되는 라이프스타일로, 자연 속에서의 여유와 도심의 편리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모듈러 주택 또한 높은 관심을 받으며 주로 도심 외곽에서 세컨드하우스나 스테이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사진 정승권(플레이서스 대표)

이번에 소개할 프로젝트인 수원 ‘해움주택’은 세컨드하우스가 아닌 실거주 목적으로 시공된 사례로서 도심 속 소형 주택으로서 미니멀 라이프를 표방했다. 또 복잡한 도심 내 시공 환경에서 건축 시공을 위해 해결해야 할 요소들도 많았고, 이를 위한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프로젝트였다. 모듈러 건축 공법은 훌륭한 대안이었다. 이곳 주택은 완공 후 1년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도 꾸준히 예비 건축주들에 의해 도심 속 주택 시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한 공간 배치
모듈러 건축 시공을 위해 전후 과정에서 고민했던 요소들을 떠올려보자면, 도심지에 자리한 만큼 공간 계획에 있어서 인접 건물에 대한 프라이버시 확보가 중요한 과제였다. 프라이버시 확보를 전제로 레이아웃이 구성됐고, 건물을 진입 동선이 위치한 도로 전면에 배치했다.
그 이면에는 마당을 구성해 개방감 있되 위요된 공간을 확보했다. 앞마당의 시선은 광교산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으며, 동남 방향으로 충분한 채광이 가능한 정원 공간이 마련됐다.
개방감 있되 위요된 공간을 확보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한 공간 계획이 드러나 보이는 주택
진입 동선이 위치한 도로 전면에 배치된 주택
풍부한 스토리가 있는 실내 레이아웃
집의 현관을 들어서면 정원으로 시선이 이어지는 작은 복도를 마주하게 된다. 단순한 이동 동선 기능만이 아닌, 외부공간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외부 풍경이 담긴 심미적인 공간 컨셉트를 담도록 설계했다.
진입 이후 복도에 들어서면 좌우측으로 프라이빗한 공간과 퍼블릭한 공간으로 나눠진다. 좌측에는 프라이빗한 공간인 침실과 욕실이, 우측에는 퍼블릭 공간인 주방이 배치됐다. 특히, 침실은 정원을 최대한 품을 수 있도록 개방감 있는 전면창을 코너 기준으로 구성했다.
반면, 인근 부지와 접한 면은 높은 위치의 고측창을 설치해 외부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도 적극적인 채광이 가능토록 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자연과 시선이 맞닿는 확장된 공간이며, 자연스러운 내·외부 이동이 가능한 창호 또한 계획됐다.
기능적으로 치우칠 수 있는 욕실은 사용의 효율성과 호텔식 디자인을 고려해 계획했다. 먼저, 사용 빈도가 높은 세면 공간은 복도와 이어지는 위치에 건식으로 배치했다. 샤워실과 화장실을 각각 분리된 공간으로 가족들이 편리하게 독립적인 사용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외부 풍경이 담기도록 설계한 복도
개방감 있는 전면창을 코너 기준으로 구성한 프리이빗한 침실 공간
복도와 이어지는 위치에 건식으로 배치한 세면대
일자형으로 설계된 주방은 콤팩트하면서도 효율적인 동선을 갖췄다. 주방가구 위로 상부장 없이 충분한 창을 통해 채광을 확보하고, 창 너머로는 대나무를 식재해 외부 도로로부터의 시선을 차단하고 내부 조망의 단조로움과 삭막함을 해소하고자 했다.다이닝 공간에는 폴딩도어를 설치해 데크와 연결했다. 단순한 풍경으로의 시선 연결뿐만 아니라 사용성의 확장까지 의도한 동선 연결 계획이다. 필요에 따라 내·외부는 완전히 개방돼 계절에 따라 확장성 있는 활용이 가능하다.
2층 공간은 수직층으로 분리가 된 만큼 특별히 개인적 휴식을 위한 독립적인 공간으로 계획됐다. 산등성이를 조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채광이 가능한 창호를 배치해 자연을 담아냈으며, 따뜻한 채광이 들어오는 창을 통해 더욱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편, 마주한 공간은 멀티룸으로서 상대적으로 개방감이 필요하지 않은 기능적인 공간으로 마련했다. 드레스룸, 작은 서재 등으로 유연하게 활용되도록 계획했으며, 층간 이동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별도의 콤팩트한 화장실과 건식 세면대도 배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효율성과 호텔식 디자인을 고려해 계획한 주방
폴딩도어를 설치해 데크와 연결함으로써 확장성 있는 활용이 가능한 다이닝 공간
따뜻한 채광이 들어오는 창을 통해 더욱 안락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2층 침실
화장실과 건식 세면대도 배치해 편의성을 높인 2층 멀티룸
심플하고 모던한 외관
작지만 각각의 특색을 지닌 공간들은 잘 가꿔진 외부 정원과 맞닿아 있다. 평소 아끼며 가꿔왔던 배롱나무가 정원 중심에 자리잡았고, 안주인이 좋아하는 각종 꽃들과 분재들을 잘 정리하고 구획해 심었다. 사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여러 모습들은 그림 같은 풍경으로 내부공간을 더욱 풍부한 스토리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건축물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조형적인 요소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주택의 경우는 심플하고 모던한 근원적인 집의 형태와 외장재를 사용함으로써 외부공간에 시선을 더욱 집중시키고 내부공간의 의미를 더욱 확장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그림 같은 풍경으로 내부공간을 풍부한 스토리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마당
모듈러 주택은 지속가능한 새로운 건축 방식
이번 호는 최근 여러 예비 건축주들에게 관심 있게 회자되는 모듈러 주택에 관한 연재의 마지막 이야기다. 그동안 모듈러 건축의 개념과 장점, 제작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다양한 주제를 다뤘으며, 필자의 회사에서 실행한 여러 경험들을 사례를 통해 소개했다.
모듈러 주택은 현재의 건축 시공 환경에서 공사비와 인건비 상승, 공기와 안전 등의 요소를 극복할 수 있는 시공 방식의 대안일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는 상품적 가치를 지닌 지속 가능한 새로운 제안이 되고 있다. 그동안 연재된 내용들을 통해 모듈러 건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공간을 고민하는 예비 건축주들이 실질적인 이론적 지식 배경을 습득했으면 한다. 함께 나눈 경험의 사례들은 각자 자신만의 공간을 계획함에 있어 무한한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심플하고 모던한 형태의 주택 외관
건축은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삶을 닮는 행위이다. 앞으로도 필자가 운영하는 플레이서스PLACERS는 단지 건축 구조물이 아닌, 단순한 ‘공간’이 각자의 의미 있는 ‘장소’가 되도록 사람을 연구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개성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동안 관심 있게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