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형우 "나는 조연도 아닌 단역…KS 우승만 바라본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어때요, 예쁘죠?"
최형우(40·KIA 타이거즈)는 19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굳이 '2024년 정규시즌 우승 기념 모자'를 쓴 채로 훈련했다.
그만큼 불혹에 일군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은 최형우에게 소중했다.
KIA는 지난 17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최형우도, KIA도 2017년 이후 7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최형우는 "정말 행복하다. 후배들이 내게 또 한 번 정규시즌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한국시리즈(KS)에 나설 기회를 줬다"며 "후배들에게도 고맙다고 인사했다"고 웃었다.
그는 "이범호 감독님 등 코칭스태프가 정말 팀을 잘 이끌어주셨고, 선수들 모두 자신의 역할을 잘했다"며 "그동안 될 듯 될 듯하다가도 중위권에 머물렀는데 올해는 정말 팀이 하나로 뭉쳐서 정규시즌 우승을 일궜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KIA는 물론이고 전체 KBO리그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김도영이다.
김도영은 37홈런-39도루를 기록하며 40홈런-40도루 달성에 다가가고 있다.
최형우는 "김도영은 정말 대단하다. 사실상 처음으로 풀타임 1군으로 뛰었는데,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했다"고 엄지를 들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우승은 MVP급 선수 한 명만으로 일굴 수 없다.
최형우는 "우리 팀에 김도영, 나성범, 양현종 등 특급 스타들이 있지만,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팀'이 강했기 때문"이라며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지만, 시행착오를 겪었던 박찬호, 이우성, 최원준 등 20대 중후반 선수들이 확실히 자리 잡은 덕에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짚었다.
그는 "이들은 1, 2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팀에 가면 주전을 장담할 수 없는 선수였지만, 올해는 어느 팀에 가도 팀에 핵심 선수로 자리 잡을 만한 선수로 성장했다. 과거의 실패가, 결국엔 실패가 아니었던 것"이라며 "구단의 중장기 계획, 선수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올해에 빛나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을 보탰다.
최형우는 "나는 숟가락만 얹었다. 조연도 아닌 단역"이라고 손사래 쳤지만, 불혹에도 22홈런, 109타점을 올린 최형우도 모두가 인정하는 KIA 우승의 주역이다.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2010∼2015년, 6시즌 연속 KS에 진출해 4년 연속 우승(2011∼2014년)을 차지한 최형우는 KIA로 이적한 2017년에도 통합우승(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올해 최형우는 8번째 KS에서 통산 6번째 우승을 노린다.
최형우는 또 한 번 "은퇴하기 전에 KS에 나서게 해준 동료들과 코치진에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이번 KS에서 나는 단역이 될 것이다. 후배들을 위한 지원사격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여전히 최형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타자다.
김도영마저 "타점 기회에서 최형우 선배만큼 확률 높은 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주로 4번 타자로 나서는 최형우가 KS에서도 활약한다면, 7년 만의 통합우승을 향해 달리는 KIA의 발걸음은 더 가벼워진다.
KIA에서 가장 자주 KS에 나선 최형우는 후배들을 다독이는 역할도 해야 한다.
최형우는 "알아서 잘하는 선수들이어서 내가 해줄 말이 없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매년 KS에 출전해도 경기 당일에는 긴장한다. 쉽지 않겠지만, 후배들이 KS에서 평정심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후배들에게 1차전이 끝나면 승패와 상관 없이 '오늘 경기는 잊고, 내일 경기 준비하자'고 말할 것이다. 그렇게 한 경기만 보고 나아가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며 "정규시즌에서 우리는 가장 강한 팀이었다. KS도 '정규시즌 우승팀의 자부심'을 안고 경기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최형우는 7년 전처럼, KIA 동료들과 우승 트로피를 드는 짜릿한 장면을 상상하며 KS를 준비한다.
최형우는 "내가 주인공이 아닐 테고,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다"며 "KS 우승 멤버가 되는 것, 그것만 바라고 있다. 정규시즌 우승 세리머니를 할 때도 후배들에게 '오늘은 조금만 즐기고, KS 우승하고서 더 신나게 즐기자'라고 말했다"고 통합우승을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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