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이 4년 연속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적자를 기록했다. 장기화한 건설 경기 침체와 원가 상승 여파로 본업 경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 평가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굳건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원활한 자금 조달력과 6조원이 넘는 이익잉여금 등 막강한 재무 체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10년 흑자 끊긴 현금흐름, 본업 경쟁력 악화 '경고음'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31조629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감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등 자회사의 북미 그룹사 프로젝트 준공에 따라 매출이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65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5591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선별 수주를 거치며 주택 부문 수익성이 개선됐고 전년도 대규모 손실을 선반영한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이처럼 회계상 실적은 청신호를 켰지만 실제 자금 유출입을 보여주는 현금흐름표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2025년 연결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7483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1435억원), 2023년(-7147억원), 2024년(-1188억원)에 이은 4년 연속 적자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건설 자재비 및 인건비 급등에 따른 원가율 상승, 공사 대금 회수 지연 등이 겹치며 현금 창출력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2011년(-1558억원) 일회성 적자 이후 2021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흑자 기조를 유지했음을 감안하면 건설업 전반의 펀더멘털 악화를 보여주는 무시할 수 없는 시그널이라는 지적이다.

굳건한 신용등급과 자금조달 파이프라인
본업 둔화에도 현대건설이 웃을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탄탄한 '자금조달 파이프라인'이다.
현대건설은 2025년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회사채 신용등급 'AA-(안정적)'를 유지했다. 신평사는 업황 부진 속에서도 현대건설의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우수한 시장 지위, 풍부한 수주 잔고를 높게 평가한다.
시장의 신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는 막대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부채 부담 때문이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현대건설이 제공하는 부동산 PF 관련 신용보강 규모는 13조9405억원에 달한다. 건설 경기 침체로 PF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면 유동성 위기로 번질 위험이 크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우수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PF 대출 차환(롤오버)은 물론 선제적인 운영 자금 확보까지 원활하게 대응한다.
이 같은 시장의 두터운 신뢰 덕분에 현대건설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총 6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무리 없이 발행했다. 2월에는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3000억원 규모의 공모 사채를, 9월에는 운영자금 확보 등을 위해 31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하며 필요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하는 등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 능력을 증명했다.
해가 바뀐 뒤에도 자금조달 파이프라인은 원활하게 작동한다. 현대건설은 1월 29일 3300억원 규모의 무보증 공모사채를 신규 발행하며 시장의 신뢰를 재입증했다.

6조 이익잉여금, 사업 다각화 '기초 체력' 충분
풍부한 가용 재원 역시 강력한 무기다. 2025년 말 연결 기준 현대건설 이익잉여금은 6조4033억원에 달하며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4조8127억원을 보유했다. 유사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막대한 현금성 재원을 쌓아둔 셈이다.
이 같은 재무적 완충 장치는 현대건설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사업 다각화'에 필수적인 시간을 벌어준다. 현재 현대건설은 단순 건설 시공을 넘어 대형원전,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플랜트, 해상풍력 등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한다.
실제 가시적인 성과도 낸다. 해외에서는 미국 홀텍과 협력해 올해 1분기 미시간주 소형모듈원전(SMR) 착공을 앞뒀고,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설계 계약을 따내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에서는 6684억원 규모의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소 설계·구매·시공(EPC)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비주택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대했다.
신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본격적인 수익을 창출하기까지는 적잖은 투자와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본업 현금 창출력이 약화된 상황에서도 기존에 비축해 둔 6조원대 이익잉여금과 흔들림 없는 자금 조달 경쟁력 덕분에 당장 보릿고개에 흔들리지 않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할 수 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단기적인 건설업계 위기 속에서 현금흐름표는 '경고'를 보내지만, 현대건설의 탄탄한 재무 기초체력은 오히려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든든한 방패막이가 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025년 사상 최대 수주와 수익성 반등을 동시에 달성했다"며 "개선된 부채비율과 풍부한 현금 유동성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적 재실과 확고한 미래 성장 동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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