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보라. 프랜차이즈 햄버거 메뉴인데 패티를 보면 고기별로 조리 방식이 거의 똑같다. 소고기 패티는 굽고 닭고기는 튀겨서 치킨이 들어간 게 국룰. 유튜브 댓글로 “햄버거 소고기 패티는 굽는데 닭고기 패티는 왜 튀겨서 주게 됐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우선 닭고기 패티는 소고기처럼 다짐육이 아니고 통살을 많이 쓰는데 이걸 굽게 되면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리기 어렵다. 대한민국치킨전을 쓴 정은정님의 설명은 이랬다.
[정은정 농촌사회학자]
“닭은 닭 자체에 지방질이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구우면 되게 쪼그라들어요 … 그러니까 소고기 같은 경우에는 자기 지방질이 있으니까 구워도 그런 약간 부드러운 맛을 유지하는데 닭은 구우면 가슴살밖에 구울 데가 없고 아니면 그 닭다리살을 구워야 하는데 그게 상당히 좀 퍽퍽하죠”
냉동 닭고기를 쓰는 경우 그릴로 구워내는 방식이라면 조리과정에서 제대로 익지 않는 점을 고려해서라고 한다.
[롯데GRS 관계자]
“닭갈비 구이를 드시는 것처럼 그렇게 먹을 수가 없어요. 냉동육에 대한 부분은 냉각되어 있는 거를 고온으로 굽게 되면 겉만 타고 속도 익질 않습니다. (닭갈비처럼 하려면) 정말 포를 떠가지고 하는 가게들 그렇게 나와야 되는데 그렇게 하려면 단가가 엄청 높아지는 거죠. 그럼 판매가는 더 높아질 거고요”
햄버거 구성 요소 중 입맛을 결정하는 패티에 중요한 게 육즙인데 치킨 형태의 패티가 육즙을 보존하는 좋은 방식이란 얘기도 있다. 햄버거의 근본 소고기 패티는 구워서 고기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하는 게 정석이지만 닭고기는 여기 해당되지 않는다는 거다.
[롯데GRS 관계자]
“햄버거 안에서 가장 맛을 좌지우지하는 거는 빵과 패티와 소스입니다 … 대부분의 이제 (소비자들의) 니즈들이 소고기는 말 그대로 고기 그대로의 맛을 선호하는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에 이 소고기에 대한 어떤 튀김 작업을 한다거나 그렇게 하기는 아무래도 대중적인 입맛하고는 아직까지는 햄버거랑은 좀 안 어울리는 거죠”
그래도 맛있는 닭고기를 어찌 튀겨서만 먹을 수 있나. 구운 닭고기 패티도 아예 없었던 건 아닌데 인기가 없어서 메뉴가 없어졌거나 있어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맥도날드의 경우 2011년 튀기지 않은 치킨 통살을 구운 ‘그릴치킨버거’를 출시했다. 처음엔 기간 한정판이었는데 초반에는 의외로 판매가 잘 돼서 정규메뉴로도 지정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가 없어져 1년 뒤에 판매 중지됐다고 한다. 당시 그릴치킨버거는 닭가슴살을 사용해 식감이 ‘푸석하다’는 얘기들도 있었다고 한다.
버거킹도 ‘로얄 그릴드 치킨버거’를 출시한 적이 있다. 닭다리살을 불에 직접 구운 패티에 매콤한 양념과 양상추, 토마토 등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이 제품 또한 현재는 판매하고 있지 않다. 롯데리아도 ‘엄마엄마 엉덩이가 뜨거워’라는 광고문구로 유명했던 ‘텐더그릴치킨버거’를 판매했었는데 닭다리 위쪽 허벅지 부분인 닭 엉치살과 직화의 조합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단종되고 말았다.
또 다른 이유로 햄버거라는 음식이 대중화될 때 이미 미국식 버거문화를 받아들였고, 치킨버거에서도 닭튀김이 자연스럽게 수용됐다는 이유도 있다
[맘스터치 관계자]
“기본적으로 햄버거라는 음식 자체가 발상이 이제 해외에서 들어왔던 거잖아요 … 미국 같은 경우는 이제 치킨 패티를 쓰는 건 이제 버거라고 안 해요. 걔네들은 샌드위치라고 하더라고요”
햄버거가 한국에 처음 퍼진 건 한국전쟁 이후 미군들이 들여온 미국식 햄버거라고 알려져있다. 그러다가 롯데리아가 1979년 첫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었고 이후 몇년의 시차를 두고 버거킹과 맥도날드 1호점이 생겼다.
햄버거 프랜차이즈에 물어보니 최근엔 한류의 영향으로 K-치킨이 해외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어서 치킨 패티를 유지하는 것이 더 좋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릴치킨버거를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들도 있다.‘칙바이칙’이 그런 경우인데 기존의 튀긴 패티버거들이 주를 이뤘던 치킨버거시장에서 차별화를 둔 케이스다. 직화그릴패티가 치킨패티에 비해 칼로리가 30% 낮다는 점을 들어 다양성과 건강한 음식이란 컨셉을 갖고 있긴 한데 치킨패티의 거대한 산을 넘어설 수 있을까?
햄버거 패티 얘기하다보니 또 햄버거 먹고싶어지는데 소고기패티도 좋고 치킨패티도 좋은데 일단 옛날보다 너무 비싸져서 탈이다. 쿠폰 없이 그냥 사는건 호구라는데 맥도날드 빅맥이 스몰맥이 되고, 다른 프랜차이즈들도 패티가 얇아지기도 했다. 갑자기 징거버거에서 토마토가 빠지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하니 햄버거 시장에 제발 좀 좋은 뉴스들이 많아지길 바라면서 일단 햄버거는 사러가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