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역외 영토 봉쇄 시나리오를 놓고 핵 사용 가능성을 문서로 경고했다. 나토는 "침착하게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러시아가 발트해와 접한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를 서방 동맹이 고립시키려 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경고했다. 9월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확인한 문서에서 러시아는 나토의 행보에 대해 "직접적인 무력 충돌의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위험하고 무모한 노선"이라고 비판했다. 칼리닌그라드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끼어 있는 러시아 본토와 분리된 영토로, 발트해 전력 운용의 거점이다.

"가용한 모든 군사력과 역량"
러시아는 문서에서 "나토 국가들이 칼리닌그라드 지역을 본토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라도 감행할 경우 러시아는 자국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를 포함해 가용한 모든 군사력과 역량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칼리닌그라드는 폴란드 북동부와 리투아니아 남서부가 맞닿는 이른바 수바우키 회랑을 사이에 두고 벨라루스와 마주한다. 나토 입장에서 이 회랑은 발트 3국을 동맹 본토와 잇는 유일한 지상 통로이고, 러시아 입장에서는 칼리닌그라드를 본토와 연결하는 길목이다. 양측 모두에게 가장 민감한 지형이 다시 전면에 떠오른 셈이다.

"약간의 침착함으로 대응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같은 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뉴스 행사에서 러시아의 최근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대한 나토의 위협 평가는 3주 전이나 3개월 전, 1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뤼터 총장은 러시아의 경고에 나토가 "약간의 침착함"으로 대응했다며 "우린 방어동맹이며 핵 위협을 중단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핀란드나 발트 3국, 폴란드 등 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실제 군사행동을 준비할 경우 사전에 대규모 병력 증강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재래식과 핵 모두로 남는다"
뤼터 총장은 미국이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을 통해 유럽 방어에 계속 관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나토도 우크라이나 지원과 자체 방위력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러시아의 이번 경고는 발트해 일대에서 이어져 온 영공 침범과 사보타주, 사이버 공격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토는 최근 이런 회색지대 도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여 왔고, 러시아는 그 움직임을 칼리닌그라드 봉쇄 시도의 사전 단계로 규정하는 모양새다.

러시아의 경고는 구체적인 군사 행동보다 수사의 성격이 짙지만, 핵 사용 조건을 문서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발트해 일대의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나토가 "위협 평가에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은 만큼 당장의 태세 변경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수바우키 회랑 일대의 병력 증강 움직임과 발트 3국의 대응 조치가 다음 변수로 남는다. (사진 출처=다음뉴스·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