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가 2분기 적자 전환을 계기로 갤럭시 가격 전략을 전면 재점검한다. 올해 갤럭시 S26 시리즈와 갤럭시 Z 플립8 등 신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가파르게 뛴 메모리 등 부품 원가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판단에서다. 차기 제품 가격부터 국가별 판매가격, 할인·판촉 정책까지 함께 손질해 제품 한 대당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두 차례 가격 인상에도 수익성은 뒷걸음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MX사업부는 최근 내부 회의에서 갤럭시 전 제품의 판매 확대와 비용 효율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적극적인 가격 인상'을 주요 실행 과제로 제시했다. 판매량만 늘려서는 수익성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고 가격과 판매 목표, 유통 재고, 비용 구조를 동시에 관리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대상 제품과 적용 시점, 인상 폭은 정해지지 않았다. 갤럭시 S26과 Z8 시리즈 등 올해 주력 제품이 이미 출시된 만큼 차기 신제품과 국가별 가격에 원가 상승분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할인과 상품권, 유통 채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등 판촉 혜택을 줄여 실제 판매단가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가격 전략을 다시 짜는 직접적인 계기는 2분기 적자다. 삼성전자 MX·네트워크사업은 올해 2분기 매출 33조2000억원, 영업손실 7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지만 영업손익은 3조1000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제품은 더 많이 팔았지만 남는 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삼성전자는 MX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의 실적을 합산해 공시한다. MX사업부만의 정확한 손실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네트워크사업부는 해외 매출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기와 직전 분기보다 실적이 개선됐다고 밝힌 만큼 합산 실적 악화의 무게중심은 MX사업부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두 차례나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올해 초 갤럭시 S26 시리즈의 국내 출고가를 전작보다 인상했다. 256기가바이트(GB) 모델은 전 제품에서 9만9000원씩 올렸다. S26은 125만4000원, S26+는 145만2000원, S26 울트라는 179만7400원으로 책정했다. 512GB 모델은 전작보다 20만9000원씩 인상해 고용량 제품의 가격 인상 폭을 더 키웠다.
최근 출시한 폴더블 신제품도 가격 상단을 높였다. 갤럭시 Z 플립8 256GB 모델은 168만3000원으로 전작보다 19만8000원 올랐다. 새로 추가한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는 256GB 기준 257만7300원에 출시했다. 다만 폴드8 일반형은 227만8100원으로 전작보다 가격을 낮춰 프리미엄 제품과 대중형 제품의 가격을 차등화했다.
애플은 서비스로 방어…삼성, 수익구조 전방위 손질
그럼에도 적자를 피하지 못한 것은 가격 인상 속도보다 원가 상승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메모리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핵심 부품 가격이 오른 데다 판매 확대를 위한 할인과 상품권, 유통 지원도 이어졌다. 명목 출고가를 올려도 판촉비가 늘어나면 삼성전자가 실제로 확보하는 판매단가와 제품당 이익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애플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애플은 지난 6월 말 종료된 2026회계연도 3분기에 매출 1094억1700만달러, 영업이익 356억9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6.4%, 영업이익은 26.6% 증가했다. 아이폰과 맥 판매 확대에 고수익 서비스사업 성장이 더해지면서 원가 상승 부담을 흡수했다. 애플의 해당 분기 서비스 매출총이익률은 75.6%로 제품 부문의 40.1%를 크게 웃돌았다. 하드웨어 가격과 판매량뿐 아니라 서비스 수익이 이익을 떠받치는 구조다.
반면 삼성전자는 중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제품군이 넓고 국가와 유통 채널별 판촉 경쟁도 치열하다. 단순히 출고가만 올려서는 원가 상승분을 온전히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다. 삼성전자가 가격 인상과 함께 할인 정책과 제품 구성, 서비스 수익, 비용 구조까지 동시에 손보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가격 인상과 함께 울트라와 폴더블 스마트폰, 고용량 모델 등 고가 제품의 판매 비중을 확대해 평균판매가격(ASP)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국가별 가격과 판촉 수준을 수익성에 맞춰 조정해 외형 성장과 이익 개선을 함께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비용 절감 범위도 영업과 마케팅을 넘어 구매와 물류, 개발, 인력 운영 전반으로 넓힌다. 재료비와 물류비를 줄이고 AX(인공지능전환)를 활용한 국내외 인력 효율화와 조직 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관건은 가격을 올리면서도 판매량을 지켜낼 수 있느냐다. 가격 인상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면 외형이 줄고, 원가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제품을 많이 팔아도 이익이 남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판매량과 실제 판매단가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MX사업부의 흑자 복귀를 가를 전망이다.
이가영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