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LG 체크하는 류현진 “PS 3선발 나 아니고, 문동주가 해야”

사진 제공 = OSEN

스코어 9-0, 6회에 또 올라간다

5회가 끝났다. 스코어 9-0이다. 이미 승패는 정해졌다. (9월 10일 사직 구장, 한화 이글스-롯데 자이언츠)

그런 6회 말이다. 99번이 다시 글러브를 낀다. 공을 잡고, 뚜벅뚜벅 마운드로 향한다. 중계석에서도 의외라는 표정이다.

“스코어가 있기 때문에 내려갈 줄 알았는데, 6회에도 올라왔네요.” (SPOTV 이대형 해설위원)

맞다. 이미 5회를 넘겼다. 승리 요건은 충족됐다. 선발 투수의 일은 다 한 셈이다. 더 이상 던지는 건 무의미하다.

그때까지 74개를 던졌다. 많지는 않다. 그렇다고 적지도 않다. 어느 정도 되는 투구수다.

상황과 나이(38세)를 감안하게 된다. 무리할 필요가 없다. 보통이라면 거기서 멈춘다. 뒷정리는 불펜으로 넘기는 게 흔한 일이다.

하지만 1이닝을 더 막는다. 왜 그랬을까? 묻지 않아도 뻔하다. 선발 투수가 최대한 막아줘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또 있다. 어쩌면 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건 후배들 부담 덜어주겠다는 얘기다. 불펜 투수들은 선발과 다르다. 매일 대기 상태다.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 짐을 조금 나눠서 지겠다는 뜻이다.

결과는 깔끔했다. 6회 말은 간단히 끝났다. 1번 한태양 우익수 플라이, 2번 고승민과 3번 윤동희는 각각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라면 끓이는 시간(3분)이면 충분하다. 투구수 14개가 추가됐다. (최종 스코어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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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주도 11승을 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8월 26일에도 비슷했다. 키움 히어로즈와 고척 경기였다.

6회까지 1실점으로 잘 막았다. 승부는 1-1로 팽팽했다. 공은 86개를 던진 시점이다. 본래 계획은 여기서 교체였다.

그런데 추가 근무를 자청한다. “1이닝 정도는 더 던질 수 있다”라면서 7회에도 계속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팀으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양상문 코치가 말린다. “여기서 무리할 필요 없다. 나중을 위해서 힘을 아껴야 한다.” 김경문 감독도 같은 뜻이다. “스케줄 상 우리가 급할 이유는 없다. 아프지 말고, 잘 마쳐서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라며 막아선다.

결국 이 경기는 이글스가 웃었다. 9회 초 2점을 뽑아, 3-1로 승리한 것이다. 승리투수는 한승혁이 됐다.

승장은 뜻밖의 소감을 남긴다. 물론 이긴 것은 좋다. 하지만 미안하고, 안쓰럽다. 99번 때문이다.

“잘 던지고 있다. 계속 잘 막아주는데, 타자들이 뒷받침을 못해준다. 현진이는 ‘팀이 이기면 괜찮다’고 하는데…”라며 마음이 쓰이는 눈치다.

왜 아니겠나. 동료들은 벌써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다. 코디 폰세가 16승, 라이언 와이스가 15승으로 훨훨 날고 있다. 여기에 문동주도 10승, 11승을 파죽지세로 돌파했다.

반면 그는 다르다. 8월까지 6승(7패)에 그쳤다. 잘 던지고도, 빈손인 경우가 많다.

특히 여름이 괴로웠다. 7~8월 두 달이 우울하다. 8경기 동안 1승에 그쳤다. 패전은 3번이나 된다. 승패 없이 땀만 흘린 경기도 여럿이다.

● 7~8월 N/D (노디시전) 일지

① 7월 5일 키움 = 5이닝 1실점

② 8월 8일 LG = 6이닝 무실점

③ 8월 14일 롯데 = 7이닝 2실점

④ 8월 26일 키움 = 6이닝 1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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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LG 결과 체크하고 있다”

결국 시간이 약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일이 풀린다. 9월 들어 2경기가 모두 잘 됐다. 2일 KIA전과 10일 롯데전에서 연승을 챙겼다.

타자들의 덕이 크다. 그동안 진 빚을 몰아서 갚는다. 21-3, 13-0이라는 폭발적인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만 쳐주면…”이라며 활짝 웃는다.

“두 경기에서 30점을 뽑아줬다. 선발 투수 입장에서는 너무 편하고, 고맙다. 공격 시간이 길어지니까(쉴 시간이 충분하고)…. 반대로 수비 시간은 최대한 짧게 가져가려고 한다. 그게 주효했던 것 같다.”

2승이 추가돼 8승이 됐다. 어려울 것 같던 10승에도 희망이 생긴다. 앞으로 남은 3번 정도의 등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당사자는 시큰둥하다.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말로 간단히 정리한다. “그냥 나가는 경기에 열심히 던질 뿐이다. 뭐 지금처럼 쳐주면…”이라며 달관한 표정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다른 구장의 결과다. “당연히 LG 경기를 체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이기는 날 LG도 이길 때가 많다. 그래서 격차를 많이 줄이지는 못했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낸다.

그렇다고 포기는 없다. “한 경기, 한 경기, 지금처럼 하고 있으면 나중에라도 찬스가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힌다.

유튜브 채널 Eagles TV

“나는 어떤 위치도 열심히 던지겠다”

지난 7일이다. 홈에서 삼성과 만난 날이다.

선발 문동주가 잘 던졌다. 6.1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냈다. 교체된 뒤 벤치로 돌아왔다. 와이스, 폰세와 함께 웃고 떠든다. 결과에 만족한 모습이다.

그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다가선다. 그러더니 손으로 뒷머리를 가볍게 친다. 돌아보니 하늘 같은 선배의 손길이었다.

“마지막에 볼넷을 줘 가지고…. 현진 선배님이 맨날 얘기한다. ‘이른 카운트에 힘 들여가지고, 삼진 잡으려고 하지 말고, 아웃 카운트 잡으려고 던져라’. 그런데 볼넷을 줬으니까….”

문동주가 Eagles TV에 밝힌 얘기다.

물론 싸늘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 가벼운 지적 정도다. 까마득한 후배가 선배 손을 잡는다. 그리고 ‘좀 봐주세요’ 하는 애교 섞인 표정을 짓는다. 그것만 봐도 친밀도의 추정이 가능하다.

후배 생각이 어느 정도일까? 한마디 말로 정리된다.

어느 기자가 묻는다. 포스트시즌 선발에 대한 질문이다. 사실 1, 2번째는 뻔하다. 폰세와 와이스가 나설 것이다. 문제는 “누가 세 번째냐” 하는 물음이다.

망설임 없는 답변이 돌아온다.

“동주가 나가야 한다. 나는 어떤 위치에서도 열심히 던지겠다.”

그는 한국인 최초의 MLB 포스트시즌 1선발 투수였다. 2018년 NLDS에서 클레이튼 커쇼를 제치고 1차전을 맡았다(애틀랜타전, 7이닝 무실점 승리).

그런 경력자의 냉정한 평가다. 팀 퍼스트(Team First)라는 말로만 설명되는 멘트다.

한화 이글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