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명령도 ‘무용지물’…“가해자 의지에 의존하는 방식” [시사기획창/죽어서야 헤어졌다]④

이승준 2024. 9.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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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죽어서야 헤어졌다' 중에서]

<인터뷰> 故 이효정 씨 아버지 / 거제 교제살인 유족
어느 순간부터 저희 딸이 이제 대학교를 가기를 싫어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우리는 몰랐죠. 아직 적응이 안 돼서 그렇겠구나. 나중에 죽고 나서 기자분을 통해서 듣게 되었는데 진짜 그 얘기를 듣고 나서 제가 소름이 돋았어요. 어떤 얘기냐면 처음 대학교 들어갈 때 그 친구가 하향지원을 해가지고 제 딸이 다니고 있는 대학교 간호학과에 지원을 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있을 수도 없는 얘기를 한 거죠.

생활 공간이 공유되는 교제관계의 특성은 피해자에게 더 치명적입니다.

<인터뷰> 故 이효정 씨 어머니 / 거제 교제살인 유족
필요한 거를 이것저것 사가지고 차에 실어서 기숙사에 내려다주고 그렇게 왔는데, 3월3일 날 효정이 SNS 보니까 ‘아 나는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고, ‘나 여기 너무 싫다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우리가 차 타고 갈 때 효정이는 심정이 어땠을까? 우리는 대학교 생활 잘 하라고 데려다 주고 내려다 주고 왔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되는 거였어요.

인천 교제살인 피해자 이은총 씨는 가해자와 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녹취> 故 이은총-남자친구 통화
여: 아침에 집 앞에서 헤어진 여자친구 따라오는 게 제대로 된 거야?"
남: 나는 잘 출근하고 있나 확인하러 간 거고
여: 확인하러 간 거? 웃기지마. 너 나 계속 따라왔잖아.
남: 가는데 니가 앞에 있었던 거고.

전 연인이 차량으로 출근길을 쫒아온 날, 이은총 씨는 경찰에 스토킹 신고를 했습니다.

가해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됐지만, 4시간 만에 풀려났고, 흉기까지 구입했습니다.

<녹취> 故 이은총 씨-동료 통화
이렇게 신고돼서 이제 접근금지 되는 거고. 근데 그렇다고 해서 뭐 얘가 그걸 무시하고선 한다고 하는데 뭐 처벌이 처음에는 있지도 않더만. (맞아 없어) 얘한테 오히려 액션을 취했다가 더 겁이 나긴 하더라고. 오히려 그거를 통보받으면 어떻게 해코지할까.

<인터뷰> 고 이은총 씨 사촌언니 / 인천 교제살인 유족
경찰에 신고를 하면 주변에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뭔가가 생길 줄 알고 계시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거는 신고밖에 없어요. 신고밖에 없고 법적 조치라고 해도 접근금지 명령이 다거든요.

계속된 스토킹에 법원에서 접근금지명령까지 받았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가해자가 점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범행 나흘 전부터 이은총 씨 주변을 맴돈 사실이 수사과정에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민고은/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실제로 접근금지 결정이 이루어지는 형태는 법원에서 결정문의 형태로 언제까지 이렇게 접근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이제 가해자에게 송달해주는 방식입니다. 접근금지 결정만 이루어지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들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이러한 경우에 접근금지 결정의 실효성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면 결국 가해자의 의지에 의존하는 방식입니다. 피해자를 살해하겠다는 마음까지 먹은 경우라면 이 접근금지 결정이 가해자의 행동을 제한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방송일시 : 2024년 8월 27일 (화) 10시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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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sail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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