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싶은 제네시스, ‘마그마’로 기선 제압!
“땅속 깊은 곳에서 암석이 지열(地熱)로 녹아 반액체로 된 물질” 바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마그마(magma)를 검색하면 나오는 정의예요. 이러한 사전적 정의 때문인지 마그마는 강렬함, 융합, 응축된 힘 등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기에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마그마를 제품명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종종 보였는데요. 앞으로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도 이 마그마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자주 언급될 것으로 생각돼요. 바로 현대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제네시스 마그마’라는 고성능 럭셔리 프로그램을 공개했기 때문이에요.
2024년
제네시스에게 벌어진 지각변동
작년 가을 제네시스는 GV80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부분변경 모델, 즉 자사 모델을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해오고 있어요. 여기에는 제네시스의 새로운 디자인 요소를 적용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죠.
지금까지 GV80, G80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졌으며 올해는 GV70의 부분변경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전면부의 제네시스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 요소인 크레스트 그릴에 이중 메쉬 구조를 채택해 화려함을 강조하고, 두 줄 헤드램프에는 현미경 등에 적용되는 초정밀 제조기술, MLA(Micro Lens Array)을 적용해 얇은 두께로 램프를 구현했다는 점이에요.
아울러 실내의 경우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공간감이 확대된 듯한 느낌이 강조되기도 했죠. 이처럼 제네시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들은 외관은 다듬고 실내는 디지털화를 강조하는 등 상품성이 대폭 개선됐으나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하이드리드 파워트레인의 부재예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 중 프리미엄 브랜드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 사이의 간극을 채울 하이브리드 혹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구성하고 있는데 반해, 제네시스의 경우 하이브리드 모델을 하나도 갖추고 있지 않은 상황이에요. 사실 제네시스는 지난 2021년 전동화 브랜드 비전, 퓨처링 제네시스(Futuring Genesis)를 통해 2025년부터 제네시스가 출시하는 모든 신차들을 수소 및 배터리 전기차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어요. 그리고 그 제네시스 전동화 시대의 시작을 알린 차종이 바로 중형 전기 SUV, GV60이었죠.
이는 당시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따른 전략이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면서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조금씩 자사의 전동화 전략에 수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에 제네시스도 최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죠.
최근 국내 언론 매체 등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후륜구동 기반 하이브리드 차종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보도됐어요. 해당 파워트레인은 G80 혹은 GV70 등에 우선 적용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요. 아직까지는 이것이 하이브리드(HEV)일지 혹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될지는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해요. 다만 어떤 엔진이 탑재될지에 관한 부분은 조금이나마 추측해볼 수 있는데요. 내년 중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 2.5리터 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바로 그것이죠.
지난 11월 기아 노조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5L 세타3 T-GDI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엔진이 2025년 양산 목표로 추진된다는 이야기가 공개된 바 있어요. 그리고 이 파워트레인은 추후 현대 팰리세이드 풀체인지 등에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바로 이 파워트레인이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모델에 장착될 확률이 높아요.
물론 현재 현대 및 기아의 중형 SUV 및 MPV에 탑재되고 있는 1.6리터 터보 하이브리드 또한 탑재될 수도 있으나, 국내 언론 매체에 따르면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하여 더 큰 배기량을 갖춘 파워트레인이 적용될 것이 유력해요. 참고로 제네시스가 이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있지 않나 반문해볼 수도 있는데요. 사실 그것 또한 엄밀히 말하자면 틀린 말은 아니에요. 현재 제네시스는 GV80 쿠페와 G90에 탑재되는 3.5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한 파워트레인을 최상급 모델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죠.
다만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엔진의 출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하여 48V의 추가 전력을 공급, 전장 부품을 돌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지금 언급하는 하이브리드는 전기차와 같이 전기를 충전해 EV모드로도 주행이 가능하는 등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네시스는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자사의 전략을 수정해 나가면서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고 있어요.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또다른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는데요. 그것은 바로 ‘네오룬(NEOLUN)’과 ‘제네시스 마그마(Magma)’예요.
뉴욕을 들썩이게 한
네오룬과 마그마
현지시각으로 지난 3월 25일 2024 뉴욕 오토쇼를 이틀 앞두고 제네시스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브랜드 복합문화공간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 새로운 콘셉트를 공개했어요. 그 첫번째가 바로 초대형 전동화 SUV 네오룬 콘셉트인데요. 사실상 미래 제네시스 플래그십을 담당할 GV90의 미리보기가 아닐까 생각되는 콘셉트라고 생각돼요.
먼저 네오룬의 어원은 새로운(NEO) + 달(LUNA)의 합성어로, 제네시스는 기존 럭셔리 차량과는 차별화된 미래 지향적인 혁신 가치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어요. 특히 여기에는 한국적인 요소까지 접목돼 시선을 사로잡는데요. 현대자동차그룹의 CDO이자 CCO인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장인정신이 깃든 한국의 달항아리와 같이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과 기술적 요소를 담고자 했다고 언급했어요.
이 거대하고 웅장한 초대형 SUV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은 바로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보며 열리는 코치도어예요. 여기에는 한국의 환대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하는데요. 문과 문 사이를 지탱하는 B필러를 없애 개방감을 강조하고, 회전이 가능한 1열 시트를 탑재해 자동차가 멈춘 상태에서 탑승객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어요.
게다가 대시보드, 도어트림, 시트백, 콘솔 사이드에는 복사난방 필름을 부착했는데요. 이는 한국의 전통 난방 시스템인 온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죠. 마치 한옥에서 뜨끈한 온돌방에 손님을 맞이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이처럼 네오룬은 앞으로 출시될 GV90의 방향성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콘셉트가 아닐까 생각돼요.
네오룬과 함께 공개된 또다른 콘셉트는 바로 GV60 마그마 콘셉트예요. 마그마라는 강렬한 단어에서 미루어 볼 수 있듯이 이 콘셉트는 고성능을 지향하는 콘셉트이기도 하죠. 마치 용암을 끼얹는 듯한 주황색이 강조된 해당 콘셉트는 더 넓고 낮아진 차체를 갖췄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전면부 범퍼 하단에는 에어 벤트가 장착돼 에어 커튼의 역할과 아울러 전기차에 탑재되는 모터, 배터리의 열기를 낮추도록 설계됐어요. 옆면에는 21인치 티타늄 컬러 휠이 탑재됐으며 와이드 펜더와 그 상단에는 2개의 에어 벤트를 탑재해 타이어의 공기 흐름은 물론 브레이크 열기를 식힐 수 있도록 했죠. 여기에 프론트 스플리터, 사이드 스커트, 루프 윙, 리어 디퓨저, 리어 윙 스포일러가 추가돼 누가 봐도 고성능 모델임을 단 번에 알아차릴 수 있어요.
제네시스는 GV60 마그마 콘셉트 외에도 G80 마그마 스페셜을 공개했는데요. 이 차량은 G80을 기반으로 주행 성능을 향상시킨 모델로 고성능 모델 제작에 전문성을 가진 여러 회사의 협력으로 제작됐다고 해요. 그 외에도 제네시스는 해당 전시에 마그마 컬러가 최초로 적용된 GV80 쿠페 콘셉트와 제네시스 고성능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해준 제네시스 X 그란 베를리네타 콘셉트를 함께 공개하는 등 제네시스 마그마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했죠.
즉 제네시스는 예전부터 이 마그마 콘셉트에 대해서 구상해오고 있었다는 의미가 돼요. 그리고 이번에 마침내 공식적으로 그 이름이 공개 된 셈이죠.
마그마의 라이벌은
AMG가 아니다
앞서 설명한 제네시스 마그마가 처음으로 공개될 당시 사람들은 메르세데스-AMG, BMW M 등과 경쟁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두 브랜드가 완전한 고성능을 지향하는 것에 비해 제네시스 마그마는 약간은 다른 목표와 방향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어요.
실제로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마그마는 고성능 브랜드가 아니라 기존 제네시스의 확장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기존 차량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고성능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첨단 기술과 스포티한 디자인이 융합돼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주행과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해요.
그리고 그 첫 번째 주자가 바로 이번에 공개된 GV60 마그마 콘셉트인 거죠. 다만 아직까지 실제 양산 모델이 공개되지 않는 한 AMG, M과 같은 고성능 모델과 어떤 측면에서 그 궤를 달리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짐작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여요.
제네시스에 따르면 GV60 마그마 양산 모델은 고성능에 최적화된 배터리와 모터 등 차별화된 요소 등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아무리 다른 경쟁 업체의 고성능 모델과 방향성이 다르다고 한들 출시 직후 서로 비교가 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과연 제네시스가 ‘고성능’을 테마로 한 마그마 차종들이 앞으로 어떤 성능을 갖출지, 그리고 다른 경쟁 차종과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네요.
이번에 공개된 제네시스의 새로운 콘셉트는 브랜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어요. 네오룬을 통해 플래그십 제네시스를, 그리고 제네시스 마그마를 통해 브랜드가 럭셔리를 넘어서 고성능의 영역까지 확장시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죠.
오는 2025년 11월, 제네시스는 독립 브랜드 출범 10주년을 맞이해요. 앞으로 남은 1년하고도 6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제네시스는 이번에 공개한 두 개의 콘셉트의 양산화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과연 제네시스가 선보이는 색다른 ‘력셔리’의 정의가 무엇일지 궁금하군요.
이미지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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