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 정체 드러나나… “50대 영국 남성”

문지연 기자 2026. 3. 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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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베이스워터 지역에 그려진 뱅크시 벽화 '노숙하는 아이들'. 영국에서 날로 증가하는 아동 노숙 문제를 지적한 그림으로 해석된다. /로이터 연합뉴스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Banksy)의 정체를 추측하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구체적인 이름과 나이 등 신상 정보까지 거론되고 있으나, 뱅크시 측은 사실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뱅크시가 영국 브리스틀 출신의 그라피티 예술가 로빈 거닝엄(53)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거닝엄은 신원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자 2008년 데이비드 존스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영국에서 매우 흔한 남성 이름 중 하나다. 로이터는 “사람들 곁에 있으면서 정체를 숨기기에 아주 좋은 이름”이라고 했다.

결정적 단서가 된 건 2022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호렌카 마을에서 발견된 벽화다. 목격자들은 당시 마스크를 쓴 남성 두 명이 몇 분 만에 그림을 그렸으며, 그중 한 명은 한쪽 팔이 없고 의족을 한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팔과 다리를 잃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자일스 둘리로 추정된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 이민 절차에 정통한 사람들을 인용해 둘리가 영국 밴드 ‘매시브 어택’의 프런트맨 로버트 델 나자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입국했고, 이후 현지에서 뱅크시 벽화들이 목격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데이비드 존스라는 인물이 이들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국경을 넘은 기록을 찾아냈으며, 존스의 여권 속 생년월일이 거닝엄과 같았다고 밝혔다.

뱅크시가 그린 ‘풍선을 든 소녀’. 경매 낙찰과 동시에 파쇄기로 갈려 파손된 모습. /마노엔터테인먼트

이 외에 로이터는 뱅크시가 2000년 미국 뉴욕에서 옥상 광고판 훼손 혐의로 체포됐을 때, 로빈 거닝엄이라는 남성이 쓴 자필 자백서를 확보해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시가 거닝엄이라는 주장은 이미 2008년 영국 언론 보도로 한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개명 시점은 그 이후로 추정되며, 로이터는 여러 법의학적 단서를 추가 분석해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뱅크시는 로이터의 질문들에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뱅크시의 변호사 마크 스티븐스는 성명을 내고 “조사에 포함된 많은 세부 사항이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뱅크시는 오랜 기간 집착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에 시달려왔다”며 “익명이나 가명으로 활동하는 건 권력에 대한 비판적 표현을 보복, 검열, 박해의 두려움 없이 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라고 덧붙였다.

1990년 활동을 시작한 뱅크시는 얼굴·실명·나이 등 신원을 밝히지 않고 각국을 돌며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거리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 2018년 런던 경매에서 그의 작품 ‘풍선을 든 소녀’가 104만 파운드(약 20억6000만원)에 낙찰된 바 있으나, 곧바로 액자 하단에 설치된 파쇄기로 이를 갈아버리는 기행을 벌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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