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비용 중심 에너지 정책 벗어나야…해법은 유연성·안정성”
재생에너지 확대 속 정책 방향성 모색
발전단가 넘어 안정성 등 종합적 고려
“전력계통 ‘유연성’ 확보가 핵심 과제”

정부가 탄소 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목표로 내건 가운데 기존 발전단가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유연성·안정성 등을 아우르는 에너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서울대 공과대학은 19일 관악캠퍼스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여정: 기술로 완성하는 에너지 믹스’를 주제로 이슈&보이스 포럼을 개최해 국내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했다. 에너지 믹스는 석유·석탄·원자력·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의 비율을 조정해 최적의 조합을 설정하는 정책적 개념이다.
김영오 서울공대 학장은 환영사에서 “에너지 믹스는 가장 값싼 전원을 고르는 문제가 아닌, 안전성·유연성·제어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라며 “단순한 비용 경쟁이 아닌 복잡한 시스템 최적화의 산물이어야 한다”고 밝했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현재 34GW(기가와트) 수준인 재생에너지 보급 규모를 2030년 100GW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맞춰 정책 설계 방식 또한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다.
발제를 맡은 이규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기존 발전단가와 경제성 중심으로 짜여 온 에너지 믹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석탄 화력이나 가스 발전과 달리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변동성이 크고 출력을 제어할 수 없다”며 “앞으로는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고려한 에너지 믹스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해상풍력은 발전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태양광과 달리 야간에도 발전이 가능해 전력 계통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단순한 비용 비교를 넘어 발전원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에너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될수록 전력 계통의 ‘유연성(Flexibility)’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를 위해 △발전원의 제어 능력 강화 △원자력 및 연료전지의 유연 운전 기술 개발 △에너지 저장장치(ESS)의 적극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윤재호 한국에너지공과대 교수 역시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유연성 강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발전원의 제어 능력 확보를 강조하면서 태양광 발전과 배터리, 스마트 인버터가 결합된 ‘패키지 전략’이 향후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지역별 수요·공급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전력을 생산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형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형진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 달성과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합리적인 전원믹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 교수는 전력계통 운영 측면에서 소형모듈원전(SMR)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테라파워, 엑스 에너지 등 미국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SMR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한국도 국가 차원의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뿐 아니라 제도와 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병옥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특임교수는 “발전원의 장단점은 시장 구조와 제도적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시스템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급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수요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송전망 건설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한편 서울대는 지난해 선도연구진흥센터 내에 ‘에너지이니셔티브(SNUEI) 연구단’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연구단은 그간 분산돼 있던 에너지 연구 분야를 생산·전달·소비 등의 주기부터 법·정책까지 아우르는 통합 체계로 확장하기 위해 출범했다. 김성재 SNUEI 단장은 이날 “다양한 분야와 에너지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연구단의 목표”라며 “에너지 초융합 인재를 양성하고 국내외 연구 기관과 협업해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유나 기자 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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