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건강과 정신건강은 다르다? 의사들 반발 부른 '이 법안' 뭐길래

비의료인에게 가칭 '마음건강심리사·마음건강상담사'란 자격을 신설·부여해 심리·상담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자 의사·사회복지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법안은 '마음건강'과 '정신건강'의 법적 경계선을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직역 간 업무영역을 놓고 날 선 신경전이 예고된다.
앞서 지난달 22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마음건강심리사 및 마음건강상담사에 관한 법률안'(이하, 마음건강심리사·상담사법)은 '심리사·상담사 자격을 신설해 업무와 심리서비스의 범위를 정함으로써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의 자격을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의사집단은 "상담치료 등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접근성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며 법안 저지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 첫 단계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산하단체 의견조회를 통해 정리한 의견을 취합해 조만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마음건강심리사'와 '마음건강상담사'를 신설하면 이들이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며 이 법안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은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제1항에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된 점을 법안 반대의 근거로 들었다. 의협은 "이 법안은 비의료인에게 심리·상담 등에 관한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마음건강심리사 및 마음건강상담사가 아니면 심리·상담 등에 관한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특별 권한을 부여한다"며 "특정 의료행위에 대해 비의료인의 특별 권한을 부여해 의료법령의 근간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 평생 유병률은 약 25%로, 국민 4명 중 1명이 일생에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심리·상담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인력과 관련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검증되지 않은 민간 자격증이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남인순 의원은 이 법안 제안 이유로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국민 정신건강 지표가 악화했고, 기후 위기와 각종 트라우마 경험이 쌓이며 국민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자살 등 중대한 정신건강 문제의 예방 차원에서, 일반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비의료적 개입'인 심리·상담 서비스의 역할이 강조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의료적 개입인 심리·상담 서비스의 활성화로 의료-비의료-복지 서비스의 연계를 통해 사각지대 없는 정신건강 서비스 시스템을 통해 국민 정신건강을 증진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박용수 인사혁신처 차장이 20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정부경남지방합동청사 내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방문해 상담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인사혁신처 제공) 2025.05.20. /사진=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0/moneytoday/20250720103149581bqos.jpg)
하지만 의협은 이 법안이 자칫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아야 할' 정신질환 고위험군이 비의료인과 먼저 접촉했다가 결국 '의료체계 접근성 지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자살 예방과 중증 정신질환 치료에 있어, 빠르고 정확한 의료적 개입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면서도 "법안에서 언급한 '심리상담 법인' 등과 같이 의료체계와 연계되지 않은 곳으로 고위험군 대상자가 내방하면, 1차 치료가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이 밖에도 △마음건강 심리사·상담사의의 업무분야로 명시된 '심리서비스', '심리자문', '상담서비스', '상담자문', '심리평가', '상담 관련 검사활용' 등이 정신건강의학과의 '심리치료'와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 △마음건강 상담의 전문성을 고려한 교육체계 및 인증평가 등의 시스템이 없다는 점 △'마음건강'이라는 단어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심리상담'과의 경계를 흐릴 수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전국 2만여명의 정신건강전문요원(정신건강간호사·정신건강사회복지사·정신건강작업치료사)들도 법안 반대 의견에 동참했다. 이 법안이 기존 정신건강 전달체계와 국가자격제도와 충돌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속한 힌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 미래위원회는 18일 공동 성명을 내고 "1997년 정신건강전문요원 수련제도 시행 후 정신건강전문요원 2만명이 배출돼 심리·상담 업무를 수행해오고 있다"면서 "이 법안대로라면 '마음건강심리사·마음건강상담사가 아닌 자'는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해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자격을 배제할 것"이라고 발끈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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