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절체절명 위기, 우리만의 길 찾아야"..원로·학자들 세미나

남수현 입력 2022. 6. 30. 18:41 수정 2022. 7. 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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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 재단 '한국의 근현대사와 미래' 세미나
니어(NEAR)재단이 주최한 '한국의 근현대사와 미래 - 성취·반성·회한 그리고 길' 세미나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한 국가원로들과 학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금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최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단군 이래 가장 잘 사는, 그리도 꿈꿨던 근대화에 성공하여 한민족 역사상 최초로 선진국에 이르렀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30일 민간 싱크탱크 니어(NEAR)재단이 창립 15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한국의 근현대사와 미래 – 성취·반성·회한 그리고 길’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한국이 따라가야 할 모델은 지구상에 없다. 우리 문제 해결에 충실하여 답을 얻으면 그것이 곧 인류 지구촌 문제 해결의 길”이라면서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각계 원로와 석학들이 참석해 ▶근현대사와 문화 ▶정치·법치·민주주의 ▶경제와 복지 ▶교육·과학기술·NGOs ▶외교와 국제질서 등 5개 분야를 두고 당면 과제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한국사회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속도로 산업화·민주화를 달성했지만, 그 과정에서 양극화, 남남갈등과 같은 국민 분열 등의 문제도 발생했다며, 새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를 향해 다양한 제언을 내놨다. 니어재단은 세미나 토론 결과를 올해 말 단행본으로도 출간할 예정이다.

니어(NEAR)재단이 주최한 '한국의 근현대사와 미래 - 성취·반성·회한 그리고 길' 세미나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제2세션 '정치와 법칙-민주주의'에서 김황식 전 국무총리(왼쪽 둘째)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근현대사와 문화’ 분야 발제를 맡은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한국역사연구원장)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대해 질병학적 관점을 넘어 지구 환경 차원에서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조선왕조실록’이 담고 있는 ‘소빙기’ 자연 대재난의 기록을 정밀하게 분석해 오늘날의 온난화 재난에 대처하는 연구 기회를 국가 프로젝트로서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상용 전 주일대사는 “한국의 양극화는 냉전에서 비롯된 정치 영역에서의 조직적인 양극화가 경제·사회 등 다른 영역의 양극화까지 부추기고 그게 악순환을 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며 “나라가 망하는 것은 국민 때문이 아니라 지도자의 오판과 국민 통합의 실패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정치 영역의 양극화를 최소화해주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정치 분야에서는 실효성이 다해가는 87년 체제를 끝내는 권력구조 개헌이 필요하고, 사법부 독립 등 법치주의 회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 분야 발제를 맡은 김학준 전 동아일보 회장은 “지난 몇몇 정부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법치를 파괴해왔다. 그중 하나는 사법부를 정치권력의 장악 아래 둔 것”이라며 “현행 헌법대로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정치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기 위해 의원 내각제가 하나의 방향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헌법상 보장된 막강한 권력을 5년 동안 행사해야겠다는 집념으로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내각제를 설사 안 하더라도, 지금 대통령이 갖고 있는 제왕적 권한을 축소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도, 법치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짚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도 “우리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분단 상황 하에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되는 대통령 중심제로 가야하고, 의원 내각제는 사회를 불안하게 한다’는 식으로 교육을 받았지만, 우리 사회가 더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라며 “이제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권력 구조가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니어(NEAR)재단이 주최한 '한국의 근현대사와 미래 - 성취·반성·회한 그리고 길' 세미나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제2세션 '정치와 법칙-민주주의'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 둘째)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경제와 복지 분야에서는 저출산 극복, 노동시장 개혁 등이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이 분야 발제를 한 김 전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경제는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자살률, 노인 빈곤률, 출산율 등의 사회 지표를 보면 선진국에 맞는 사회 구조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최근 들어 얘기되는 연금개혁도 현재 수준의 출산율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정부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해 리더십을 보이지 않고서는 현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도 “노동개혁이 오랫동안 얘기돼왔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새 정부에서도 개혁 추진 의지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노동·복지·교육 문제를 융합적으로, 상당히 강력하게 추진하는 빅 푸시(big push)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 성패의 승부수를 여기에 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입시제도에 대해 “학생들을 일렬로 세우고, 오지선다로 창의력을 퇴보시키는 수능은 우리 사회 많은 폐단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다만 혁명적인 변화보다는 점진적 해결의 바탕을 이번 정부에서 마련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지리적 위치가 중요했던 지정학 시대와 달리, 기술이 국제 안보에서 중요한 ‘기정학’ 시대에서는 노력하면 앞서갈 수 있다”며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 창의적인 인재를 기르고, 경제활동 인구를 늘리기 위해 정년 연장, 외국의 우수 인재 수용 등의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와 국제질서 관련해서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통일을 국가적 목표로 두는 것은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크다. 남북 관계를 두 개의 보통 국가 관계로 바꾸는 것이 오히려 통일로 갈 수 있는 길”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이어 “우리나라만큼 외교가 이념과 민족주의로 과잉돼 있고 정쟁화 되는 나라가 없다”며 “제도적으로 협치를 강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각제를 통해 연정과 협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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