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육박’ 고시원까지 등장…주거 선택지 사라진 대학생들

원룸 월세 급등에 고시원마저 ‘고급화·양극화’…대학가 주거난에 대학생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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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주거 시장에서 고시원과 원룸텔의 성격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보증금이 없고 식사가 제공되는 저렴한 임시 거주 공간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월세가 오르고 서비스는 줄어드는 한편 내부 시설과 입지에 따라 가격이 크게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에는 대학가 원룸 시장의 급격한 월세 상승이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 압박을 받는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빠르게 늘었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외국인 학생 수는 2021년 약 9만8000명에서 지난해 15만3000여 명으로 증가해 4년 만에 50% 이상 늘었다.

반면 기숙사 확충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 대학생이 같은 민간 임대시장으로 몰리면서 대학가 인근 원룸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월세 상승으로 이어졌다. 전용면적 4~5평에 불과한 원룸이 보증금 수천만 원에 월세 100만 원 안팎으로 거래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생들은 더 이상 원룸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원룸 시장에서 밀려난 대학생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고시원과 원룸텔로 향하고 있다. 고시원은 그동안 보증금이 없고 월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 형태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시원과 원룸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시장 내부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최근 대학가 일대에서 외국인 유학생 수요 증가로 월세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사진은 홍익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원룸 매물 모습. ⓒ르데스크

고시원 전문 중개 플랫폼 ‘고방’에 따르면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고시원 임차인·임대인 연결 건수는 2021년 8만9052건에서 지난해 42만424건으로 늘어나 4년 만에 약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단순히 고시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수준을 넘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의 주요 주거 선택지로 고시원이 재편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수요가 늘자 고시원 운영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고시원이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구조였지만 최근에는 20만~50만원 수준의 보증금을 요구하는 곳이 적지 않다. 월세 역시 과거 20만~30만원대에서 벗어나 40만~80만원대로 올라선 곳이 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월세가 80만원을 넘는 고시원도 등장했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한 여성 전용 고시원의 경우 보증금은 20만 원이었지만 월세는 매달 85만 원에 달했다. 입지와 건물 상태를 고려하면 ‘고급형 고시원’으로 분류되지만 가격만 놓고 보면 일반 원룸과 큰 차이가 없었다. 더욱이 이 고시원은 밥이나 라면, 김치 등 기본적인 식사를 제공하지 않아, 과거 고시원이 갖고 있던 최소한의 생활 지원 기능은 사라진 상태였다.

건대입구 인근의 한 고시원 역시 보증금은 없었지만 월세가 최대 48만원에 달했다. 해당 고시원 관계자는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현재 입주 가능한 방은 없으며 대기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부 고시원에서는 입주 대기를 위해 보증금 명목으로 20만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상 ‘대기권’에도 비용이 붙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고시원 내부에서도 가격과 조건에 따라 급이 나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창문 유무, 개인 화장실 여부, 신축 여부, 역세권 입지 등에 따라 월세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같은 고시원이라도 ‘프리미엄룸’과 ‘일반룸’으로 나뉘고, 제공 서비스 역시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일부 고시원은 헬스장이나 공용 라운지 등 편의시설을 내세우며 사실상 원룸텔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 최근 대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고시원의 운영 방식에서도 과거와는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고시원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르데스크

문제는 이러한 고급화가 가격 상승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시원이 원룸을 대체하는 저렴한 선택지가 아니라, 또 다른 고비용 주거 형태로 변하면서 저소득 대학생이나 주거 취약 계층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비싸면 원룸, 싸면 고시원’이라는 명확한 구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대학생 시절 고시원에 약 5개월간 거주했던 김재은 씨(30·여)는 “당시에는 보증금이 없고 월세가 15만원 수준이어서 선택할 수 있었다”며 “생활이 불편하긴 했지만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고시원 월세가 50만~80만원까지 오르면 고시원을 선택하는 의미 자체가 사라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시원·원룸텔 고급화와 급 나누기가 단순한 시장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 증가와 대학 기숙사 부족으로 대학가 주거 수요가 민간 시장에 집중되면서 원룸과 고시원 모두 가격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시원이 고급화되면서 시설은 개선될 수 있지만, 동시에 가격이 오르면 주거 취약 계층은 갈 곳을 잃게 된다”며 “대학 기숙사 확충과 함께 지자체가 개입하는 공공형 청년 주거시설 공급이 병행되지 않으면 대학가 주거비 부담은 계속해서 한 단계씩 상향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글=고인혜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최근 대학가 원룸 및 고시원 임대료가 급등한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A. 주요 원인은 외국인 유학생의 급증과 기숙사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약 9만8000명이던 외국인 학생이 4년 만에 15만3000여 명으로 50% 이상 증가하며 민간 임대 시장의 수요를 폭발시켰지만 기숙사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룸과 고시원의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Q2. 고시원 수요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증가했나?
A. 고시원 중개 플랫폼 ‘고방’의 데이터에 따르면 임차인과 임대인의 연결 건수가 2021년 약 8만9000건에서 지난해 약 42만건으로 4년 만에 약 5배 증가했다. 이는 치솟는 원룸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고시원으로 유입된 결과다.

Q3. 최근 고시원 운영 방식에서 나타나는 ‘급 나누기’ 현상이란 무엇인가?
A. 과거 보증금 없이 저렴한 가격에 식사(밥, 라면 등)를 제공하던 고시원이 보증금 도입, 식사 제공 중단, 월세 대폭 인상 등의 형태로 변하고 있는 현상을 의미하며 일부 고시원은 월세가 85만원에 달하거나 대기 등록을 위해 별도의 보증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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