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직 전 꼭 알아야 할 협상의 법칙
회사 생활은 유한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만둬야 하거나, 앞으로도 지금처럼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오만함에 빠져 도태될 수도 있다. 물론 능력을 인정받아 더 나은 조건으로 이직하거나 새로운 분야로 커리어 전환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다면 '다음'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른 곳에서 더 큰 성장과 발전을 꿈꾼다면 말이다.
이 아티클에선 이직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들을 위한 팁을 전하고자 한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며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쌓아온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자리 협상 규칙이 바로 그것이다. HBR 2014년 4월 호에 실린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첫 번째 가정
평소 가고 싶던 회사 중 한 곳에서 3차 면접까지 마친 당신에게 갑자기 걸려 온 전화. 더 좋은 회사의 인사 담당자는 당신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말이다. 당신은 이 제안을 받아들인 건가?
두 번째 가정
드디어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포지션을 제안받았다. 문제는 예상보다 작은 연봉이다. 당신의 상사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용기를 내어 협상의 여지가 있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이렇다. "보통 우리 회사는 당신과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을 고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일에선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금액이 맞춰지지 않는다면 일하지 않을 생각인가요?" 이때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세 번째 가정
3년간 만족스럽게 다니고 회사를 다니고 있는 당신. 어느 날, 리크루터는 현재 회사보다 더 많은 연봉을 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며 이직을 고려해 보라고 말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 않던 당신은 더 큰 보상을 받고 싶어 연봉 인상을 요청하고자 한다. 하지만 상사의 반응은 냉담하다. 회사의 예산도 빠듯한 시기에 외부의 제안을 통해 연봉 인상을 시도하려고 한다며.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위 세 가지 경우 모두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이며 협상이 얼마나 복잡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많은 회사들이 성과와 연결된 주식, 옵션, 보너스 형태로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MBA 채용에서는 지원자가 일자리를 언제 받아들이냐에 따라 차등적 계약 보너스 또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다른 제안과의 비교를 어렵게 만드는 회사도 있다.
몇몇 산업에서는 노동시장이 취약해 지원자의 선택권과 협상력이 매우 낮다. 이때 고용주는 협상의 우위에 서서 조건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실직했거나 현재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경우라면 협상력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고용주들의 입장에선 비슷한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사람들이 각자 다른 배경과 강점 그리고 연봉 이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충족하는 보편적인 기준을 세우거나 복리후생 표준을 만들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취업 시장의 복잡성은 고용조건에 대해 능숙하게 협상만 가능하다면 기회가 될 수 있다. 즉,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이다. 저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고용주나 인사 담당자와 협상할 때 마주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처하는 유용한 전략, 전술, 원칙이 존재한다.
쉽지 않은 일자리 협상에서 지침이 될만한 규칙 15가지를 전한다.
호감을 얻어라
호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에서 호감을 준다면 더 나은 제안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진다. 단순히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호감을 사는 건 아니다. 협상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긴장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면서 필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받은 제안에서 누락된 부분들을 언급하되 옹졸하게 보여서도 안 된다. 집요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상대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협상을 잘하는 사람은 대개 타인이 자신의 접근 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평가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한다. 친구나 가족과 연습을 하는 것도 적정선을 찾는 좋은 방법이다.
당신의 요구가 정당함을 이해시켜라
당신이 이만한 대우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을 상대방에게 입증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다. 원하는 사항만 나열하지 말고 왜 그러한 요구가 정당한지 그 까닭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요구사항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없으면 요구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스스로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어필하는 과정에서 오만해 보이지 않기 위해선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라
'죄송합니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것 같은 이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할 사람은 많지 않다. 만약 당신이 더 좋은 조건을 놓고 협상하고 싶다면 분명한 입사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 물론 당신에게 이직 제안을 한 회사들이 많다는 사실을 내비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는 당신을 붙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빠질 위험도 있다. 현재 당신이 가진 선택권을 언급하되, 어떤 이유로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 선택하려고 하는지를 얘기하면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협상 상대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라
협상은 사람이 한다. 따라서 마주 앉은 상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면 먼저 그 사람을 파악해야 한다. 예컨대 상사가 될 사람과 협상하는 것은 인사부서(HR) 담당자와 협상하는 것과 다르다. 인사부서 담당자에게 근무 조건을 상세히 물어볼 수 있겠지만, 상사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소소한 요구사항을 물어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대의 관심사와 염려는 무엇인지 파악하고 상대의 위치에 따라 질문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용 가능 범위를 파악해라
협상 상대가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고, 당신의 요구도 합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구사항이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 연봉 상한제처럼 협상이 잘 풀려도 해결될 수 없는 선천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가 어떤 부분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스무 명 이상을 한꺼번에 채용 중인 대기업과 협상한다면 다른 지원자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 어렵다. 대신 근무 시작일이나 휴가 혹은 특별 보너스에 대한 협상에 대한 여지는 있을 것이다. 반면 당신과 같은 역할의 직원을 채용한 이력이 없는 작은 회사라면 연봉이나 직책 조정이 가능할 수 있다. 상대의 허용 가능 범위를 파악하고 이해한다면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 안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곤란한 질문에 대비하라
"다른 곳에서 받은 제안이 있으신가요? 내일 근무 조건을 제시한다면 수락하실 건가요? 우리 회사가 1순위인가요?" 협상 중에는 이처럼 곤란한 질문을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질문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그 순간을 모면하고자 얼버무리거나 거짓말을 할 수 있다. 협상에서 거짓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은 결국 당신에게 마이너스가 되고 설사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비윤리적인 행동이다.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땐 정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좋다. 그러니 당신을 구석으로 몰아가는 질문이나 약점을 드러나게 하는 질문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괜히 상대가 듣기 좋은 소리를 하려다가 거짓을 말하거나 당신이 가진 패를 모두 보여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니까.
질문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춰라
철저히 준비했음에도 허를 찔렸다면 기억할 것은 한 가지. 중요한 건 질문이 아니라 질문자의 의도다. 당신이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라도 질문자 입장에선 별 뜻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일이라도 제시한 조건을 수락하겠냐는 질문은 고용주나 인사 담당자 입장에선 당신이 정말 그 일을 하고 싶은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제안에 대해 묻는 건 당신의 대안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어떤 일을 찾고 있으며 이 회사에 입사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일 수도 있다. 만약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면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지 말고 질문의 의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거나 면접관이 해결하려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라. 그 사람이 정말 알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한 대화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태도는 기꺼이 문제 해결에 협조하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으니 득이 될 것이다.
전체를 봐라
일자리 협상을 연봉 협상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일에서 얻는 만족은 연봉보다는 다른 요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협상을 통해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돈에 집착할 필요 없다. 사무실의 위치, 업무 상 책임, 근무 시간의 탄력성, 승진과 성장의 기회, 지속적인 교육 자원 등 보다 넓은 범위를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해라. 얼마나 받고 싶은지만 생각하지 말고 언제 받을 것인지도 생각하는 것도 좋다. 지금 당장은 조금 덜 받아도 나중에 더 탄탄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도록 진로를 계획할 수 있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협상하라
제안을 받은 후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다면 순차적으로 언급하지 말고 한꺼번에 변경 가능 여부를 물어라. 만약 낮은 연봉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후 조정이 완료된 시점에서 '그런데 이 두 가지 사항에 대한 조정도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은 상대방의 너그러움과 이해심을 깎아먹는 행동이다. 두 가지 이상을 요청할 경우에는 1,2,3,4처럼 나열하지 말고 요청 사항들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상대는 나열된 것 중에서 당신에게 덜 필요한 것만 고를 수 있으며, 그것으로 협상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협상을 위한 협상은 하지 마라
뛰어난 협상가라는 사실을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다. 흔히 협상에 관한 수업을 들은 지 얼마 안 된 MBA 학생들이 범하는 실수다.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미래의 고용주와 사소한 것까지 모드 협상하려고 든다. 그럴 필요는 없다.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철저히 협상하면 된다. 사소한 것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려 조금 더 얻으려고 하면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다.
적정 속도를 유지하라
일자리를 찾기 시작하거나 이직을 할 때 불안함이 커질 수 있으니 한 곳에서라도 제안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회사에선 제안에 따른 빠른 답변을 기다릴 테니까. 즉, 당신이 여러 자리를 알아보고 고민할 시간에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만약 다양한 회사와 포지션을 고려하고 싶다면 비슷한 시기에 제안을 받는 편이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모든 옵션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타이밍을 맞출 필요가 있다. 어느 곳에서는 절차를 늦추거나 다른 곳에서는 속도를 내는 식으로 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너무 물러서거나 밀어붙이면 회사 쪽에서 흥미를 잃고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다. 2차 또는 3차 면접을 요청하는 것처럼 완곡하게 진행 속도의 균형을 맞춰가면 된다.
최후통첩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라
최후통첩에 겁먹을 필요 없다. 협상의 상대가 최후통첩을 전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시하는 것이다. 어느 시점엔가 협상 상대는 협상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최후통첩을 철회하려 할 것이다. 만약 최후통첩이 진짜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협상 상대가 더욱 명확하게 할 것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그 말을 염두에 두지 말고 상대가 그 말을 반복하게 만들지 않으면 된다. 협상 상대가 확실히 선을 그은 사안에 대해서는 넘어가되, 그 외 다른 것들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상대의 시선이 한 문제에 집중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인내심을 가져라
원하는 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협상이 길어지다 보면 회사가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절차가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라면 회사는 당신을 좋아하는 것이다. 특정 사안에서 시간이 지체된다면 당신이 완전히 납득하지 못한 제약 조건을 숙고 중인 것일 수 있다. 혹은 인사 담당자가 하는 일이 많아 진행이 조금 더뎌질 수도 있다. 계속 연락 취해도 좋지만 인내심이 필요하다. 기다리기 힘든 상황까지 도달했다면 분노를 표출하는 대신 명확한 시기를 정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은 협상이 더 빠르게 진행되어 완료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협상 테이블에 계속 머물러라
오늘 협상이 어려워도 내일은 가능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사항과 제약조건이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NO'는 지금 당장의 'NO'일 가능성이 높다. 한 달 후엔 거절 받았던 요구가 가능할 수도 있다. 예컨대 미래의 상사가 될 사람이 당신이 요청한 금요일 재택근무를 거절한 이유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당신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반년 후엔 사무실 밖에서도 여전히 성실함을 보다 쉽게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다 얻으려고 하지 말자.
협상 자체가 목적지가 되어선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을 잘하는 것보다 만족스러운 일을 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과 연구 결과에 비춰 보면 근무조건의 세부항목보다는 일하려는 업계, 직무, 경력, 직장 동료와의 관계가 훨씬 더 중요하다.
출처 세계적 경영 저널 HBR 2014년 4월 호
필자 디팍 말호트라
정리 인터비즈 이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