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동료들이 2년간 보관한 자료, 임성근 유죄 근거 됐다

이은기 기자 2026. 5. 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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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상급 지휘관들에게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다면 같은 사고는 반복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x2025년 10월20일 임성근 전 사단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시사IN 이명익

5월8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023년 7월19일 해병대 채 아무개 상병이 호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순직한 지 약 2년 10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이날 선고공판을 열고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임성근 전 사단장을 지목했다. “피고인(임성근 전 사단장)이 지시나 개입을 하지 않고 여단장에게 작전 지휘 일체를 맡겨두기만 했더라도 2023년 7월19일 실종자 수색 작전은 정상적인 모습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책임이 가장 크다.” 재판 내내 무죄를 주장하던 임 전 사단장은 유죄를 예감한 듯 고개를 떨궜다.

2025년 11월10일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은 임성근 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과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2024년 7월8일, 경북경찰청은 임성근 전 사단장을 한 차례 무혐의 처리해 해병대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 경북경찰청은 수색 작전 당시 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이 없었던 점(단편명령에 따라, 해병대 1사단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육군 50사단에 있었다), 임 전 사단장의 지적·질책으로 대대장들이 장병들에게 ‘허리까지 입수’를 지시할 거라고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업무상과실치사는 입증하기 까다롭다. 채 상병 특검 관계자는 “초기부터 수사팀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과 (채 상병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라고 말했다. 업무상 과실은 담당자가 업무상 지위 등에 따라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결과를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임 전 사단장을 처벌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그에게 부대원들의 수중 수색을 금지하는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나. 둘째, 사고를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나. 셋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나.

임성근 전 사단장 역시 세 가지를 자신의 무죄 근거로 내세웠다. ①수색 작전 당시 자신에게 작전통제권이 없어 수중 수색을 금지하는 등의 주의의무가 없었고 ②부대원들의 수중 수색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③수중 수색을 지시하거나 그렇게 오인할 만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수중 수색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부터 밝혀내야 했다. 재판부가 이 부분을 인정하느냐가 사실상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이었다. 특검 관계자는 “수중 수색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피고인(임성근 전 사단장)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사단장의 현장 방문 일정 등 모든 동선을 세세하게 확인해 사건을 재구성하는 데 가장 노력을 들였다”라고 말했다.

‘허리 깊이 입수’ 지침이 나온 이유

재판부는 임성근 전 사단장이 수중 수색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이미 수변수색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나아가 현장 지도 과정에서 수색 상황이 열악하다는 점까지 인지했고, (사고 발생 전날인) 2023년 7월18일 대원들이 무릎 깊이까지 하천에 들어가 수색을 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피고인이 포병 부대를 반복적으로 질책하면서 더욱 적극적·공세적 수색을 강조할 경우, (···) 피고인의 질책을 만회하기 위해 입수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역시 32년의 해병대 복무 경력을 갖춘 피고인으로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작전통제권이 없으니 업무상 주의의무가 없다’는 임성근 전 사단장의 주장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누가 실질적으로 작전을 지휘하고 영향력을 끼쳤는지에 주목했다. “단편명령으로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에게 이양되었다고 하더라도 (···) 장병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감독할 권한은 부대 관리의 핵심적 내용으로 원소속 부대장인 피고인에게 전속되어 있다. (···) 피고인이 이 사건 작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전 지휘를 한 이상, 피고인에게 관할 부대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령상 또는 조리상·사실상의 의무가 있다.”

2023년 7월19일 오전 8시51분께 해병대 수색조가 경북 예천군 보문교 인근 하천에서 수색하는 모습. ⓒ연합뉴스

다음은 1심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채 상병 순직 전날 상황이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실종자를 수색하라고 반복해 지시했다. 14박15일 포상 휴가를 언급하며 성과를 독려하는 한편, 포병부대를 보병부대와 비교해 질책하며 사고 당일인 2023년 7월19일에는 포병부대 수색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예고했다. 순직한 채 상병은 해병대 1사단 1포병여단 포7대대 소속이었다. 포병부대 지휘관들은 임 전 사단장 앞에서 적극적으로 수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 쌓여 결국 선임 대대장인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은 포병여단 자체 결산회의에서 ‘허리 깊이까지 들어간다’라고 결정하게 됐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사고 당일까지도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지침을 별도로 전파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피고인이 성과를 위한 적극적 수색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직접 또는 (당시 현장 지휘를 총괄했던) 박상현 전 7여단장을 통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아주 단순한 언급만 하였더라도 포병부대가 수중 수색을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구명조끼나 로프 등 안전 장비가 제대로 갖춰진 상태였다면 피해자들이 물에 빠지더라도 동료 대원들이 이를 이용해 신속하게 피해자들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당시 수중 수색에 나선 해병대원들은 채 상병이 순직한 2023년 7월19일부터 채 상병 특검이 출범한 2025년 7월2일까지 약 2년 동안,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기록된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 동영상을 보관하고 있었다. 이들이 간직해둔 자료는 임성근 전 사단장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가 됐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출석 요청을 하지 않으면 군에 있는 하급자들이 상급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자료를 먼저 제출하며 진술할 수는 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수사기관에서 불러주지 않아 특검이 생기기만을 기다렸다는 부대원도 있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입수 정황이 확인되는 부대원들을 대대적으로 조사해 사고가 발생한 포병부대뿐만 아니라 심지어 보병에서도 위험한 입수를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끝까지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본인은 단순 조언만 했을 뿐, 채 상병이 순직한 건 포병대대장들의 일탈 행위 때문이라며 모든 책임을 부하 지휘관에게 돌렸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도 수사 방해를 일삼았다. 당초 20자리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버티다가, 2025년 10월20일 돌연 “기적적으로 비밀번호를 확인했다.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됐다”라며 특검에 비밀번호를 제공하는 촌극도 벌였다. 전직 특검 관계자는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불안했던 것 같다. 비밀번호를 찾았다고 특검에 먼저 연락이 왔다. 오히려 이 점을 근거에 추가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라고 말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채 상병의 부모에게 직접 연락을 시도하기도 했다. 2024년 12월 ‘수중 수색을 지시한 사람은 본인이 아니라 이용민 전 포7대대장’이라고 주장하는 장문의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유족에게 보냈다. 조형우 재판장은 이 대목을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냐. 오랜 재판 경력에서 이런 사람은 볼 수가 없었다. 아주 이례적으로 이런 행동을 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채 상병의 부모가 방청석에 앉아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임 전 사단장이 유죄를 선고받은 5월8일은 어버이날이었다.

“형량이 너무 실망스럽다”

채 상병 어머니 하 아무개씨는 징역 3년이 선고되자 “임성근 너무 형량이 적어요. 우리 너무 힘들어요. 3년은 너무 적어요. 죗값을 받아야 해요. 죗값 받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퇴장하는 임 전 사단장을 쫓아가려다 법정 경위에게 제지되자, 하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하씨는 법정 밖으로 나와서도 “내 목숨보다 소중한 우리 아들 너무 보고 싶다. 어떻게 사느냐”라고 말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또 다른 군 사망사건 유가족, 고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가 하씨의 등을 두드리며 “울어. 울어”라고 위로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세월이 지나면 잊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힘이 나.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내가 힘들면 제일 좋아할 사람들이 누구겠어. 그놈들이지.”

5월8일 채 상병의 어머니(가운데)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하씨가 용기를 냈다. 만 스무 살에 불과하던 아들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미리 적어온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형량이 너무 실망스럽다.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을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과 지시로 허망하게 보낸 유족의 원통함을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게 (재판부가) 법의 엄중함을 보여줄 줄 알았다. 아들의 희생에 대한 책임이 이렇게 가볍다면 어느 누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겠나. 과실책임과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지휘관들을 두고 볼 수 없다. 끝까지 이들의 처벌을 원한다.”

애초 특검은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특검 관계자는 업무상과실치사라는 죄의 양형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령위반 혐의까지 포함해 임성근 전 사단장이 받을 수 있는 최대 형량은 징역 7년이다. “과실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고의에 의한 살인과는 구분돼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사건은 다른 업무상과실치사 사건과도 비교가 된다. 자칫 잘못했으면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특검도) 다른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의 일반적인 잣대와 다르게 (상대적으로 높은 형량을) 구형했다.” 5월12일 임 전 사단장은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특검은 이번 판결이 수사 외압(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끼치리라고 본다. 당초 해병대수사단은 초동수사 결과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려 했다. 윤석열은 이 결과를 바꾸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1심에서 임성근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됐다는 건 해병대수사단의 초동수사(결과)가 정당했다는 의미다. 미리부터 차단(수사 외압)이 잘못됐다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단장 (처벌)···. 정말 엄청난 일 한 거예요. 지금까지 다 꼬리 자르기였잖아요.” 선고가 끝나고 또 다른 군 사망사건 유가족인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씨가 채 상병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사법부가 말단 지휘관이 아니라 군 지휘부에 사고 책임을 묻는 건 군 사망사건 유가족들에게는 낯선 모습이었다. 재판부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 사건은 상급 지휘관들이 단순히 무언가를 하지 않은 부작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위험인자를 인지한 상태에서도 오히려 그 위험을 가중시키는 무리하고 불명확한 지시를 발하는 적극적인 작위에 따른 결과라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상급 지휘관들에게 그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다면 같은 사고는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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