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형 / 와인소풍 대표
아르망 드 브리냑은 소믈리에들이 1000여 종의 샴페인을 테이스팅한 뒤 1위로 뽑은 샴페인계의 '엄친아'다.
와인 평론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로버트 파커는 그의 저서 '프랑스 와인 가이드'에서 최고의 샴페인 생산자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Excellent) 까띠에르 가문(Cattier family)이 만드는 샴페인이라고 언급한 적도 있다.
지금 이 샴페인 하우스는 셰계적인 팝가수 비욘세의 남편이자, 미국의 유명 래퍼인 제이 지(Jay- Z)가 소유하고 있다.
원래 미국 래퍼들은 크리스탈 샴페인 애호가였다. 제이 지도 크리스탈을 사랑하는 레퍼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크리스탈을 생산하는 샴페인 하우스 루이 로드레사의 한 임원이 흑인 레퍼들을 비하하는 뉘앙스의 말 실수를 하는 바람에 문제가 터졌다.
소식을 접한 제이 지는 화가 잔뜩 났고, 당시 제작하던 자신의 음악 비디오에 크리스탈 대신 아르망 드 브리냑을 놓고 촬영을 해버렸다. 이를 계기로 아르망 드 브리냑은 힙합 음악인들과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아르망 드 브리냑이 입맛에 맞았던지 돈이 넘칠 정도로 많은 제이 지는 결국 샴페인 하우스를 사버렸다.
아무리 홧김이라지만 많고 많은 샴페인 중에서 왜 그는 어떻게 이 샴페인을 선택했을까? 샴페인 평가에 있어 최강자는 가장 많이 마셔 본 사람이라는 얘기가 있는 것처럼 제이 지도 샴페인 평가에 있어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아르망 드 브리냑이라는 브랜드는 2006년 출시된 신생이었다. 하지만 범상치 않은 병 디자인에 스페이드 에이스(Spade A)가 백랍으로 새겨져 있다.
이 시리즈 중 골드는 황금색병으로 되어 있으니 금으로 치장하기를 좋아하는 래퍼들의 신상으로도 딱 들어 맞지 않았을까 싶다.아르망 드 브리냑의 또 다른 특이점은 최고의 빈티지 5개년을 골라 블렌딩해 만드는 논빈티지라는 것이다.
5개년도 각각 빈티지 샴페인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논빈티지 샴페인으로 하다보니 자유롭고 개방적인 랩의 정신과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아르망 드 브리냑은 생산량도 적다. 빈티지 샴페인인 돔 페리뇽의 연간 생산량의 1%밖에 안되는 연간 4000상자 (4만8000병) 밖에 만들지 않아 희귀성이 높다. 이는 사실 포도원 크기가 작아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가격은 최고의 빈티지만을 모아서 블렌딩한 탓에 논 빈티지임에도 어지간한 유명 빈티지 샴페인보다 훨씬 비싸다. 5개의 크라운을 모서 오히려 무관의 제왕이 된 셈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우사인 볼트, 가수 리한나,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최고의 셀럽들이 아르앙 드 브리냑을 즐긴다고 한다.
셀럽들이 즐긴다는 광고효과 덕분인지 세트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나코의 포뮬러 1 그랑프리(the Formula 1 Grand Prix) 대회 동안 모나코 빌리언즈 클럽에서 한 영국인은 아르망 드 브리냑 브뤼 골드 9종을 각각 40병씩 구입했는데 가격이 어마어마 했다. 당시 구매금액은 33만 파운드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5억7700만원이었다.
이 9개 사이즈의 컬렉션을 '아르망 드 브리냑 다이너스티'(Dynastie)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했던 모 가수는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억대 가격으로 세트를 팔아 유명세를 탔다. 당시 클럽에서 부르던 이름은 '만수르 세트'였다.
아르망 드 브리냑 골드의 경우 한국 할당량이 작아 1 병(750ml)이 50만~6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하지만 이 가격에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