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만든 동유럽 트렌드"...세르비아, 한국산 FA-50 도입 검토

발칸반도의 십자로에 서 있는 세르비아가 또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무기 도입 문제인데, 그동안 중국산 무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온 세르비아가 뜻밖에도 한국산 훈련기와 경공격기 도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중국제 방공미사일과 무인기로 무장한 세르비아가 왜 갑자기 한국으로 눈을 돌렸을까?

이 흥미로운 변화 속에는 세르비아의 치밀한 전략적 계산과 현실적 필요가 숨어있습니다.

세르비아의 깜짝 발표, 한국산 항공기에 관심


세르비아 정부가 신형 훈련기와 경공격기 구매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세르비아 방산·항공 전문지와 외신에 따르면, 세르비아는 연내 시범비행을 실시하고 평가를 거쳐 최대 24대를 발주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유력한 후보군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르비아 국방부의 네나드 밀로라도비치 물자자원 담당 차관은 최근 파리 에어쇼 2025에서 "우리는 빠른 속도를 설정했으며, 도입 경쟁에 참여할 항공기들의 시연이 올해 세르비아에서 개최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세르비아가 단순히 검토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도입 절차에 들어갔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중국과의 밀월관계, 그런데 왜 한국?


이번 발표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세르비아가 그동안 중국과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입니다.

세르비아는 지난 몇 년간 중국제 무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왔습니다.

2020년에는 중국제 무인기인 CH-92A 6대를 도입했고, 2022년에는 중국제 중거리 방공미사일인 FK-3 미사일 시스템을 구입하여 유럽 최초로 중국제 방공 시스템을 운용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세르비아가 도입한 중국제 무인기인 CH-92A

세르비아와 중국의 관계는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섰습니다.

양국은 2025년 7월 중국 허베이성에서 '평화수호자 2025'라는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했으며, 이는 EU 가입 후보국이 중국과 실시하는 최초의 군사훈련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세르비아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중국을 "세르비아의 가장 소중한 친구"라고 표현할 정도로 양국 관계는 돈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국과 가까운 세르비아가 왜 한국산 항공기에 관심을 보이는 걸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전략적 다변화,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세르비아의 선택은 사실 일관된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세르비아는 오랫동안 '다벡터 외교정책'을 구사해왔습니다.

이는 NATO, 러시아, EU, 중국 등 다양한 글로벌 행위자들과의 파트너십을 활용하여 세계 무대에서 자국의 영향력과 독립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입니다.

세르비아 프랑스 양국 정상이 라팔 전투기 도입에 서명하고 있다

세르비아의 현재 무기체계만 봐도 이런 다변화 전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로부터 MiG-29 전투기를 받았지만, 프랑스로부터는 Mistral 미사일과 Rafale 전투기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제 Pantsir-S1 대공미사일 시스템을 운용하면서도 중국제 FK-3 방공시스템을 추가로 도입했습니다.

심지어 터키의 Bayraktar TB2 무인기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다변화 전략은 세르비아가 어느 한 나라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각 분야별로 최적의 무기체계를 확보하려는 실용적 접근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NATO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EU 가입을 추진하는 세르비아의 복잡한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하면, 이런 균형외교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인 것이죠.

중국산 무기의 한계와 훈련기의 특수성


중국이 세르비아에 제공한 무기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FK-3 방공미사일, HQ-17AE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CH-92A와 CH-95 무인기 등 대부분이 방어용 무기체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세르비아가 중국에서 도입한 FK-3 방공미사일

서구 언론들도 중국이 세르비아에 제공하는 무기와 장비가 대부분 방어적 성격을 띠고 주로 본토 방어를 위해 사용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세르비아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훈련기와 경공격기입니다.

세르비아는 유고슬라비아 시대부터 운용해온 Super Galeb 훈련기들이 노후화되면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항공기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대형 방공 시스템과 무인기 분야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훈련기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검증된 제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산 항공기의 기회가 열린 것입니다. KAI의 FA-50과 KT-1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운용되며 성능이 검증된 항공기들입니다.

특히 FA-50은 폴란드, 필리핀, 태국, 이라크, 말레이시아 등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KT-1은 인도네시아, 페루, 세네갈 등에 수출된 바 있습니다.

동유럽의 새로운 트렌드, 폴란드 효과


세르비아의 한국산 항공기 도입 검토에는 '폴란드 효과'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는 48대의 KAI FA-50을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동유럽 국가로서는 최대 규모의 한국산 항공기 도입 사례가 되었습니다. 폴란드의 선택은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외신에서는 폴란드의 FA-50 도입 이후 불가리아, 헝가리,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등 다른 동유럽 국가들도 고등훈련기와 경공격기 요구사항을 위한 단일 기종 솔루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동유럽 국가들이 한국산 항공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서구 제품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제공하고, 정치적 조건 없이 공급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실전에서 검증된 신뢰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 긴장이 고조된 유럽 안보 환경에서 빠른 전력화가 가능한 한국산 항공기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죠.

한국 방산의 유럽 진출, 새로운 기회의 문


세르비아의 한국산 항공기 도입 검토는 한국 방산업계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동안 한국 방산 수출은 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유럽 시장 진출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폴란드의 대규모 한국산 무기 도입에 이어 세르비아까지 한국산 항공기에 관심을 보이면서 유럽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세르비아가 최대 24대의 항공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단순한 소규모 도입이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전력 증강을 의미합니다.

만약 세르비아가 한국산 항공기를 선택한다면, 이는 다른 발칸반도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세르비아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세르비아 지도

발칸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세르비아는 유럽 동부, 중부, 남부를 잇는 교차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서도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세르비아에서 한국산 항공기가 운용된다면, 이는 한국 방산의 유럽 시장 진출에 있어 중요한 교두보가 될 수 있습니다.

세르비아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무기 도입을 넘어 동유럽 지역의 안보 지형과 한국 방산의 글로벌 위상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평가됩니다.

앞으로 세르비아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이것이 지역 안보와 한국 방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