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노선 주춤, 저가 경쟁에 시달리는 LCC
국내 주요 저비용항공사들은 2025년 2분기 들어 전례없는 경영난에 빠졌다. 저비용항공사가 집중적으로 운항하는 일본 노선 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권 할인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2만원도 채 안되는 일본행 항공권과 1만원대 제주행 티켓을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이러한 초저가 전략은 LCC(저비용항공사)의 실적 악화를 심화시키는 양상이다. 특히 일본에서 대지진 루머가 대대적으로 확산되며 이 지역 여행수요가 떨어졌고, 올해 5월 기준 국내 출국자 수는 전년 대비 5.4% 증가에 그쳐 해외여행 시장의 회복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액 26% 급감…빅4 실적 급락
한경에이셀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LCC ‘빅4’의 2025년 2분기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4901억원이다. 2024년 동기 6666억원과 비교해 불과 1년 만에 26%나 급감한 것이다. 이는 항공권 가격의 가파른 하락과 여행객 감소가 동시에 이끌어낸 결과다. 제주항공이 43대, 진에어가 31대, 티웨이항공이 38대를 각각 운용하고 있음에도 결제금액은 각각 전년 대비 26%, 29%, 16%씩 줄었다. 주요 LCC들은 온·오프라인, 다양한 판매 채널을 동원했지만 결제 총액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출혈경쟁의 배경, LCC 실적 악화의 고리
LCC 결제금액 급감의 근본 요인은 항공사 간 무리한 운임 인하 경쟁과 여행수요 둔화의 동시 발생이다. 팬데믹 이후 가파른 회복을 기대했던 여행수요는 고물가와 소비심리 위축, 안전성 우려 등 다양한 변수로 크게 위축되었다. LCC들은 신규 항공기 도입을 확대하며 운항좌석을 폭발적으로 늘렸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빈 좌석을 채워야만 했다. 이에 각사는 일본, 제주 등 단거리 국제선, 국내선을 중심으로 초특가 항공권을 남발했다. 운임 할인 공세는 결제건수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매출 하락만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LCC 고객 ‘FSC’로 유출, 대한항공 반사이익
이런 시장 변동성 가운데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챙겼다. 2025년 2분기 대한항공의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4544억원으로, 2024년과 비교해 0.2% 증가세를 나타냈다. 작년 12월 무안국제공항 참사 이후 LCC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여행객들이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대형항공사로 이동하는 현상이 심화됐다. 출국자 수가 소폭 증가하는 가운데, 저렴한 항공권을 원하는 여행객들이 FSC와 LCC 사이에서 가격과 안전성이라는 두 축을 무게감 있게 비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고객 중심 변화와 LCC의 생존 전략
올 상반기 국내 출국자 수 증가율은 대부분 2~7% 수준에 그쳤다. 작년 1월 출국자 수가 전년 대비 55.5%나 증가했던 폭발적 반등세와는 크게 대조된다. 소비심리 악화, 주요 노선의 안전성 리스크, 고물가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여행 지출 자체에 대한 신중함이 뚜렷해졌다. 일부 LCC는 비어 있는 좌석을 채우기 위해 일본·제주 노선을 1만원대까지 대폭 할인했고, 항공권 가격경쟁으로 여행객을 모으려하고 있지만, 이는 매출을 압박하는 이중고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LCC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일본 노선에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일본 노선의 부진은 경영 전반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킨다.

구조적 위기 돌파, LCC의 반전카드는 있는가
LCC 시장이 구조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출혈경쟁 감소와 신뢰도 회복이 절실하다. 업계는 3분기 이후로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방한 정책, 여름·추석 특수 등으로 인바운드 수요가 늘어난다면 현재의 실적 저점에서 반등 가능성이 커진다. 일부 항공사는 한류 확산과 연계해 중국 노선 증편, 신규 상품 기획 등 매출 저점 탈출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가격할인 경쟁보다는 고객 신뢰 회복, 안전성 강화,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등 장기적 전략 전환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앞으로도 LCC 시장은 글로벌 관광트렌드, 환율, 국제정세, 정부정책 변화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유동성이 큰 산업임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