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의 목욕 콘텐츠 개발 고민…MZ 찾는 동래온천으로”

김태훈 김진철 박세종 PD 2024. 9. 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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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를 뜨겁게 달궜던 부산 온천이 차갑게 식어간다.

동래와 해운대는 1960·70년대만 해도 전국적인 온천 명소로 사랑받았다.

온천숙소에서 하룻밤 묵는 여행객, 금강공원으로 소풍을 온 학생은 물론, 달 목욕을 즐기는 동네주민으로 온천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본지는 지난 7월부터 10회에 걸쳐 부산 온천과 목욕문화를 재조명하는 '목욕탕 엘레지'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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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엘레지 <11> 결산 좌담회


# 장준용 동래구청장

- 동래온천나들길·혁신어울림센터
- 뉴딜 사업으로 역사 알리고 홍보
- 온천대축제 등 행사 유치도 구상

# 김성국 한국온천협회장

- 해외 온천협회와 교류·협력사업
- 관광명소 연계 프로그램도 추진
- 향후 한국온천박물관도 만들 것

지역 경제를 뜨겁게 달궜던 부산 온천이 차갑게 식어간다. 온천업계의 빙하기를 불렀던 팬데믹은 끝났지만, 이전의 온기를 되찾지는 못했다. 23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24 전국 온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온천 이용객은 4712만7000명. 팬데믹 직전(6381만7000명)에 견줘 73% 수준에 그쳤다.

지난 19일 국제신문 7층 회의실에서 장준용(왼쪽) 동래구청장과 김성국 한국온천협회장이 좌담회를 열고 동래온천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태훈 PD


동래와 해운대는 1960·70년대만 해도 전국적인 온천 명소로 사랑받았다. 온천숙소에서 하룻밤 묵는 여행객, 금강공원으로 소풍을 온 학생은 물론, 달 목욕을 즐기는 동네주민으로 온천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온천 인근 상가는 뽀얀 얼굴로 젖은 머리를 털며 돌아다니는 이들로 붐비곤 했다. 지금은 흐릿한 기억 속에 남은 모습이다.

본지는 지난 7월부터 10회에 걸쳐 부산 온천과 목욕문화를 재조명하는 ‘목욕탕 엘레지’를 보도했다. 해당 기획을 결산하고 동래온천을 활성화할 방안을 논의하고자 지난 19일 장준용 동래구청장과 김성국 한국온천협회장 간 좌담회를 마련했다.

▷최근 온천 산업의 현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장준용=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부산에서 남포동 다음 가는 동네가 온천장이었다. 길이 안 보일 정도로 많은 인파가 온천장을 찾았다. 금강공원·동물원·식물원은 학생들의 단골 소풍 장소였다. 시대와 목욕문화의 변화로 인해 지금은 온천장이 쇠퇴한 듯해 가슴이 아프다. 어떻게 해서라도 동래온천의 옛 명성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김성국=한 때는 부산 하면 동래, 동래 하면 온천장이었다. 사람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붐비던 거리였는데, 이제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사라지며 온천장 거리 전체가 침체를 겪고 있다. 팬데믹을 겪고 나서 대한민국의 생활 패턴이 크게 변했다. 특히 온천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곤 하지만 예전 수준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동래구는 2019년부터 ‘온천장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해왔다. 동래온천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나.

▶장준용=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살려 쇠퇴한 구도심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게 뉴딜사업의 취지다. 방문객이 온천장을 찾았을 때 편안하게 보행하고, 편안하게 동래온천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동래온천나들길’을 통해서 온천장으로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입구에는 동래온천에 얽힌 전설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설치해 방문객이 온천장의 역사를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나들길 바닥에는 안내선이 표시된다. 이를 따라 걸으면 허심청·금천탕·녹천탕 등 주요 온천시설에 방문할 수 있다. ‘혁신어울림센터’는 뉴딜사업의 거점 공간이 될 것이다. 동래 온천의 탄생과 변천사를 다룬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해 전시하고, 온천수를 활용한 화장품·향수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혁신어울림센터는 오는 11월 개관 예정이며, 나들길은 연말까지 조성사업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모든 사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온천을 운영하는 김 협회장은 뉴딜사업 성과를 체감하나?

▶김성국=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실시가 되지 않은 사업이 많아, 아직 미약한 감이 있다. 다만 시설·행정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업이 마무리된 후에는 동래 온천의 부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국온천협회는 국내 온천 산업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최근 해외 교류를 활발히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김성국=가장 중요한 역할은 온천수 관리 아니겠나. 이를 위해 온천 자원 관측 장비 설치 및 관리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 외에도 온천 종사자 교육·온천대축제·국제교류 등 온천 산업을 협력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협회장 취임 후 일본온천협회, 대만온천관광협회와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대만온천관광협회와 MOU를 맺었고, 지난 12~15일에도 교류 행사를 위해 대만에 방문했다. 낮 시간대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장년층 목욕객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저녁 6시를 넘기자 모임·회의 등을 겸해 단체 온천욕을 즐기는 젊은 목욕객이 늘어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목욕과 자국 먹거리를 함께 즐기는 문화가 형성됐단 점도 눈에 띄었다. 일본온천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에서는 ‘온천검정시험’이 흥미로웠다. 온천에 관한 6개 과목으로 검정시험을 치러 이를 통과할 경우 온천명인으로 선정하는 제도다. 온천을 향한 관심을 유도하고 명예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고려해볼 만하다고 느꼈다. 해외 온천에는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인 모습의 온천이 많다. 반면 동래온천을 포함한 국내의 경우 한국 고유의 미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은 2019년 이후 오히려 젊은 목욕객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내 목욕 산업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었다고 보나.

▶김성국=사실 이 부분이 온천업계가 헤쳐 나가야 할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목욕이 익숙한 중·장년층 고객은 팬데믹이 끝난 뒤 목욕탕으로 자연스럽게 돌아오고 있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으니까.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노후화한 시설을 젊은 세대 취향에 맞춰 리모델링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 밖에 협회 차원에서는 관광 명소와 연계해 지역 특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함께 협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본의 젊은 세대 사이 사우나를 즐기는 방법이 새롭게 형성된 것처럼, 우리 역시 독자적인 목욕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장준용=동래온천의 주 이용객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전통적인 목욕시설로서 온천을 즐기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이제 목욕 문화도 변화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팬데믹 시기에 목욕탕을 리모델링하거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설비를 들이는 등 적극적으로 변화를 도모해왔다. 이러한 노력 덕에 현재까지도 젊은 목욕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국내 목욕 산업은 팬데믹 시기를 잘 넘기지 못했다고 본다.

온천장에 조성 예정인 동래온천나들길의 조감도(위)와 혁신어울림센터 전경. 동래구 제공


▷앞서 언급한 사업 외에 동래온천 활성화를 위한 후속 작업이 있다면.

▶장준용=아직은 구체적으로 논의된 사안은 없다. 다만 뉴딜사업을 통해 방문객 편의를 높일 방안들을 준비해 나가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혁신어울림센터 내 동래온천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앞으로 한국온천협회를 비롯해 온천업 종사자들과 함께 동래온천의 우수성을 알리는 행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논의해 보겠다. 협회에 ‘대한민국 온천대축제’를 동래구에서 유치할 계획은 없는지 여쭙고 싶다. 축제를 계기로 동래온천의 우수성을 대한민국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

▶김성국=저희야말로 감사한 제안이다. 검토해보도록 하겠다. 협회 차원에서는 추후 ‘한국온천박물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대만온천박물관에 방문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국내 온천의 우수성과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임기 내 박물관 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

▷끝으로 목욕탕엘레지 기획보도에 관한 감상을 묻고 싶다.

▶장준용=사실 부산에 거주하면서도 동래온천에 관해 자세히 모르는 시민이 많다. 백학전설에서 출발해 동래온천의 발전사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에 얽힌 비화들을 소개했던 기사가 감명 깊었다. 뉴딜사업이 건물·도로 정비 등 물리적인 부분에 집중했다면, 이번 보도는 동래온천이 가진 콘텐츠적인 면모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왜 동래온천을 살려야 하는지,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김성국=온천으로 유명한 일본 오이타현의 사례를 소개한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일본 MZ세대들의 사우나 열풍,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야마시로야 료칸’의 이야기를 보면서 국내 온천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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