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밭으로 펼쳐진 둥근 언덕 위, 3개의 박공지붕 집

조회 1,8802025. 4. 14.
함평주택

시원하게 펼쳐진 너른 대지 위에 3개의 채와 3개의 박공지붕을 가진 집이 지어졌다. 홀로 튀는 모습 대신 주변 자연과의 조화로움 속에서 탄생한 집이다.


다도해상이 내다보이는 함평의 들판 한가운데 지어진 주택.
거실채와 식당채가 나뉘는 부근의 공간 사이에 작은 중정을 두어 두 개의 채 나눔을 강조하였다.

우뚝 솟기보다는 땅에 툭툭 놓인 집

첫 대지를 마주한 순간, 바다를 향해 펼쳐진 푸른 초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저 멀리 바다의 수평선이 펼쳐져 있지만, 보통의 바다 풍경과 다른 것은 다도해상이 바다 위에 얹어진 산처럼 바다 끝을 위요하며 둘리어 있었다는 것이다. 대지와 마을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지만, 섬들로 위요된 바다 풍경 덕분에 나 홀로 동떨어져 있지 않은 포근한 느낌을 주는 땅이었다.


설계 시작 전 클라이언트와 인터뷰 자리에서 주거의 각 기능에 따른 실의 구분을 명확히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거실과 주방조차도 서로 근처에 배치는 되어야 하겠지만, 소리와 냄새 그리고 시각적으로 서로 차단되었으면 한다는 요구사항이 오히려 함평 주택 전체의 큰 틀을 잡을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 주변에 이웃한 집이 없고 넓게 밭으로 펼쳐진 둥근 언덕배기 대지에 도심의 집처럼 우뚝 솟은 건물을 짓기보다는 나지막하게 땅에 붙어서 여러 개의 채가 자연스럽게 툭툭 놓여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렇게 집을 크게 3개의 채로 나누었다. 현관과 손님방이 있는 거실채, 식당이 있는 주방채 그리고 현관으로부터 가장 안쪽에 안방채를 두었고 아이들 방을 거실채 위로 올려서 중심을 잡았다.

거실의 천장은 2층 바닥 장선을 일부 노출하여 실내에서 목구조를 느낄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전라남도 함평군
대지면적 : 610㎡(184.53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거주인원 : 5명(부부, 자녀3)
건축면적 : 121.50㎡(36.75평)
연면적 : 148.82㎡(45.02평)
건폐율 : 19.92%
용적률 : 24.40%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8.43m
구조 : 기단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중보 구조 / 지상 – 경량목구조
단열재 : 바닥 – T100 경질우레탄보드 / 벽 – R19 그라스울 보온판 / 천장 – R32 그라스울 보온판
외벽마감재 : 외벽 – 외단열 STO / 지붕 – 지정 회색 컬러징크 / 기단 – 콘크리트 폴리슁 위 하드너
내부마감재 : 구정강마루, 실크벽지,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거실 가구 : 삼육오디자인 김기범
계단재·난간 : 미송집성목
현관문 : ㈜실크로드 제작 우드 현관문
중문 : 제작(화이트오크)
방문 : 영림도어
담장재 : 콘크리트 벽면 위 지정 회색 도장
창호재 : 이건창호 아키페이스 알루미늄 창호 메탈릭 실버 컬러
에너지원 : 가스보일러
조경 : 건축주 직영
전기·기계 : ㈜정찬
구조설계(내진) : 보브프레임
토목설계 : 정인토목설계 정창원
시공 : ㈜제이에스종합건설 정영훈, 배규봉
설계·감리 : 건축사사무소 SINTIM 신진아

처음에 상상한 모습은 단층집이었지만 건폐율의 제약과 2층의 다락방을 꿈꾸는 아이들의 로망을 위해 중간의 거실채는 2개 층으로 계획되었다. 각각의 채는 저 멀리 펼쳐진 원경의 바다를 볼 수 있고 반대편으로 마을과 산을 볼 수 있다. 거실과 안방채와 관계하는 뒷마당은 낮은 담장을 만들고 그 안에 조경을 적절히 계획하여 근경의 풍경을 만들어 내려 하였다.


주변에 벌레가 많은 시골집 특성을 고려해 기단은 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중보구조로 하고 지붕보 길이를 조절하여 땅에서 60cm 이상 띄웠다. 이 기단은 집의 외벽에서 적게는 60cm, 많게는 2m까지 뽑아내어 뒷마당의 툇마루가 되기도 하고 식당 앞의 외부 테라스가 되기도 한다. 기단의 일부는 건물 1층 벽 높이까지 올려 현관이 있는 앞마당의 담장(벽)이 되고 일부는 뒷마당의 낮은 담이 되기도 한다.


Point. 식당채

실내에서도 박공지붕의 구조를 느낄 수 있는 식당채. 천장에 보를 걸어 싱크대 작업 공간을 비추는 조명트랙을 설치해 생활의 편의성을 높였다. 거실채와 식당채 사이를 잇는 공간은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공간으로 인식되도록 식당채를 들어가는 목을 일부 조여서 공간을 구분 지었다.


보통의 안방 구조가 제일 먼저 침실을 보고 그다음 좀 더 프라이빗하게 침실에 연결된 파우더룸 욕실을 차례로 마주하는 게 일반적인 시퀀스이지만 이 집에서는 반대로 풀었다. 침실을 가장 프라이빗하게 가두고 나머지 공간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안방 파우더룸과 연결된 히노키 욕조가 있는 목욕 공간.

코로나 이후 급격히 올라간 공사단가로 인해 집의 구조는 다른 구조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량목구조로 결정되었다. 기둥과 보 시공방식인 중목구조와 다르게 경량목조는 벽식구조라 목구조체가 석고보드 벽체에 가려지므로 집안에서 목구조체를 시각적으로 느낄 수가 없다. 기본 구조는 벽식 경량목조로 하되, 각각의 채마다 적절히 기둥과 보를 섞어서 쓰는 구조로 변형하여 집안에서 목구조체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끔 만들어서 마치 중목구조인 듯한 집으로 만들어 냈다.

현관 앞 공간은 거실과 바닥은 연결되어 있지만, 목기둥과 보를 통해 구분된 공간으로 인지되도록 만들었다.
거실에서 바라본 다도해상 바다의 풍경.

한편, 도시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던 건축주는 함평에 연고를 두신 부모님 댁 근처에서 소 키우는 사업을 하게 되면서 귀농을 한 케이스이다. 집 주변이 모두 밭이고 밭 한가운데 있는 집이라 주변 이웃들이 양파 등 농작물을 많이 가져다주는 덕분에 곳간은 날로 풍성해지고 반려견 골든 리트리버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건축주는 요즘엔 봄을 맞아 바닷가 쪽으로의 산책로와 조경 작업을 직접 하며 전원생활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2층 복도와 연결된 다락. 다락의 박공을 받치는 기둥 3개는 실제 구조적인 역할을 하지만, 복도 책장 위의 보처럼 보이는 가로로 긴 부재와 계단실 끝의 보는 중목구조처럼 보이기 위해 의도된 장식이다.
주변에 시야나 빛을 가리는 건물, 구조물이 없어서 새벽부터 노을이 지는 저녁까지 매 순간 달라지는 풍경을 누릴 수 있다.

글_ 건축가 신진아 : 건축사사무소 SINTIM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플래닝코리아, 건축동인, 사무소효자동에서 건축 실무를 익혔다. 2022년 ‘건축사사무소 SINTIM’을 개소하고 운영 중이다. www.sintimarch.com

구성_ 오수현 | 사진_ 진효숙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5년 4월호 / Vol. 314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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