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그렇게 어렵나?”…南北 두 국가 체제 주장 견지

권윤희 2024. 9. 2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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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두 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주장을 견지했다.

임 전 실장은 23일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가치와 지향만을 남긴 채 통일을 봉인하고 두 국가 체제로 살면서 평화롭게 오고 가며 협력하자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얘기냐"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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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광주 평화회의 ‘평화, 가야 할 그날’ 행사에 참여해 기념사하고 있다. 2024.9.19 뉴시스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두 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주장을 견지했다.

임 전 실장은 23일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가치와 지향만을 남긴 채 통일을 봉인하고 두 국가 체제로 살면서 평화롭게 오고 가며 협력하자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얘기냐”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통일을 얘기해도 좋을 만큼 평화가 정착되고 교류와 협력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후에 그때 미래 세대가 판단하자는 게 이상한가”라고 반문하며 “이상에서 현실로 전환하자”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오히려 현 정부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에 동조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지금 윤석열 정부야말로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에 정확하게 동조하고 있다”며 “양쪽 모두 상대를 공공연히 주적이라 부르고 일체의 대화 없이 대립과 갈등으로만 치닫고 있으니 이를 ‘적대적 두 국가’ 상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상황을 바꾸려는 전략적인 노력이 없이는 지금의 상태가 악화할 것이고 윤석열 정부 임기 말쯤에는 적대적인 두 국가는 상당히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면 예전처럼 남북 간 대화가 재개되고 비핵화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대단한 오산이다”라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은 “평화공존과 협력을 위한 프로세스는 훨씬 더 복잡해졌다”며 “상대의 변화와 한반도 주변 환경에 대해 깊고 진지한 고민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미국 대선 후에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북미 대화가 진행되면 한국은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다”라며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말을 보탰다.

임 전 실장은 아울러 “오랜 고민을 축적해서 용기를 내어 발표한 것”이라며 “건강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광주 평화회의 ‘평화, 가야 할 그날’ 행사에 참여해 기념사하고 있다. 2024.9.19 뉴시스

앞서 임 전 실장은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하지 말고 (남북이)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임 전 실장은 “통일에 대한 지향과 가치만을 헌법에 남기고 모든 법과 제도, 정책에서 통일을 들어내자”고도 했다.

이는 남북 관계를 통일 지향의 ‘잠정적 특수관계’로 규정한 기존의 ‘남북 특수관계론’(1991년 남북기본합의)를 폐기하자는 주장이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22일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비판받아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지언정 동조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23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임 전 실장 발언을 겨냥해 “종북 소리 듣는 주사파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다만 학계에서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하기 전부터 임 전 실장이 주장한 ‘두 국가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1월 통일부가 후원한 학술포럼에서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남북 관계를 ‘한조(韓朝) 관계’로 전환하자며 “통일 대신 평화 공존”을 주장했다.

박 교수는 여러 차례 정책 건의를 했으나 당시 문재인 정부에선 두 국가론에 대해 별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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