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3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V-리그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한선수였습니다. 대한항공의 주전 세터로서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끈 그는 기자단 투표 34표 중 15표를 획득하며 통산 두 번째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3년 전 자신이 세웠던 역대 최고령 MVP 기록(38세)을 스스로 경신한 대기록으로, 41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코트 위에서의 지배력이 여전히 압도적임을 증명했습니다. 시상대 위에 선 그는 자신을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노장"이라고 소개하며 겸손함을 보였지만, 그가 뿜어내는 아우라는 이미 리그 전체를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한선수의 이번 수상은 단순한 개인 성적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기록상으로만 보면 세트당 평균 성공 10.468개로 리그 6위에 머물렀으며,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스트 7' 세터 자리도 황승빈에게 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단이 그에게 MVP 표를 던진 이유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리더십과 코트 장악력 때문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공격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절묘한 볼 배급과 경기의 흐름을 읽는 날카로운 시야는 대한항공이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다시 한번 정상에 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한선수는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전성기가 노장이 된 지금에야 더욱 빛나고 있는 비결로 '실패의 경험'을 꼽았습니다. 젊었을 때의 뛰어난 체력과 스피드보다, 챔피언결정전에서의 패배와 좌절을 겪으며 쌓인 노하우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고백은 현장에 있던 모든 선수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특히 그는 "요즘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며 거기서 떨어지면 안 된다는 강인한 정신력을 느낀다"고 밝히며, 후배들과의 진검승부 자체를 동기부여의 원천으로 삼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핑계 대지 않고 몸을 만드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지금의 한선수를 만든 핵심입니다.

이러한 한선수의 모습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거대한 이정표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베스트 7 세터로 선정된 황승빈은 한선수를 향해 "시원한 그늘이자 우러러볼 나무였다"며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한선수 역시 과거 자신의 보조 세터였던 황승빈의 성장을 예견했다며, 이제는 코트 위에서 지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라이벌로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후배의 성장을 기뻐하면서도 경쟁 앞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그의 태도는 프로 선수가 지녀야 할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둔 한선수의 시선은 이미 다음 시즌 대한항공의 7번째 우승(V7)으로 향해 있습니다. 그는 "내년만 바라보고 갈 나이다. 100%의 몸 상태를 만들어 다시 한번 우승을 이루고 싶다"며 안주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통합 우승 4연패와 6번의 우승 경험을 가진 그가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매는 이유는 단순히 기록을 세우기 위함이 아니라, 배구 그 자체를 향한 끝없는 갈증 때문입니다. 한선수의 존재는 대한항공이 다음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될 수밖에 없는 가장 확실한 이유입니다.

또한 그는 국가대표팀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국가대표는 어릴 때부터 내 자긍심이었다"고 말한 그는 후배 세터들이 한국 배구의 미래를 잘 이끌어주기를 바라면서도, 정말 팀이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불혹의 세터가 보여주는 이 뜨거운 책임감은 침체된 한국 남자 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한선수의 MVP 트로피는 단순한 상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도전자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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