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커뮤니티, 미식의 기지, 웨스트 엔드

West End

웨스트 엔드의 휘황찬란한 가로수를 보면 오랫동안 변함없이 제 모습을 지켜온 동네의 역사가 보인다.
거리에 가득한 옛 목조 건물을 보면 이 동네가 반짝이는 빈티지 가구 같은 매력을 가진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낡은 채로 자리를 지키는 옛 목조 건물, 그 안에 들어선 아로마테라피 오일 상점과 허름하지만 맛집인 게 틀림없어 보이는 다국적 식당들, 빈 벽을 채운 그라피티가 어우러진 장면을 가진 웨스트 엔드에 들어서자마자 직감했다. ‘여긴 진짜 로컬 구역이구나.’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든 순도 100%의 동네(Neighbourhood). 브리즈번 사람,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이며 유행이나 체면보단 자기 취향과 선호를 삶의 기준으로 삼는 이들이 찾는 곳 말이다. 슬리퍼와 반바지 차림, 굽슬굽슬한 머리가 등을 온통 뒤덮은 한 남자가 기타를 연주하며 거리를 걷는 모습을 봤을 때 예상은 확신이 됐다. 포토그래퍼가 그에게 카메라를 들이밀자 길 한복판에서 노래까지 뽑아낸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가 갓 뜨기 시작했을 때 취재한 적이 있는데 꼭 이런 분위기였다. 히피와 힙의 중간쯤, 날것의 감성과 세련된 문화가 뒤섞인 풍경.

로컬의 사랑방, 웨스트 엔드 커피 하우스.
애버리지니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오픈 하우스 웨스트 엔드.

실제로 브리즈번의 뜨는, 혹은 멋진(Cool) 동네를 꼽는 기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웨스트 엔드엔 이런 소개 문구들이 따라붙는다. ‘자유분방하며 거친 개성이 넘치는 곳’, ‘다문화에서 파생된 미식의 성지’, ‘독립 브랜드와 빈티지 상점, 파머스 마켓에서 쇼핑하고 싶을 때 찾아야 할 동네’, ‘도시의 편리한 인프라와 작은 동네의 끈끈한 공동체 문화를 모두 원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높은 주거지’. 가장 중요한 건 이 수식이다. ‘지갑이 가벼울 때 놀러 올 곳’.

한 집 건너 하나씩 그려진 벽화들. 웨스트 엔드의 거리는 그 자체로 공공 미술관이다.
바운더리 스트리트에 자리한 복합 공간, 더 커먼 웨스트 빌리지.

웨스트 엔드 지구를 십자로 가르는 벌처 스트리트(Vulture St.)와 바운더리 스트리트(Boundary St.)를 걷다 보면 이 소개말들의 실체를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벌처 스트리트에서 로컬 창작자와 애버리지니 아트&디자인을 큐레이션하는 오픈 하우스의 대표 미아 고딩이 ‘동네 사랑방’이라고 귀띔해준 ‘웨스트 엔드 커피 하우스(West End Coffee House)’엔 다정한 정취가 넘친다. 지역 제철 식재료로 만든 호주식 브런치뿐 아니라 타이식 오믈렛, 차이니스 덤플링 등 아시안 스타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배를 채운 후엔 걸을 차례. 사거리에서 연결되는 바운더리 스트리트엔 그리스, 베트남, 중국, 스위스, 이탈리아 식당과 델리, 빈티지 패션숍과 독립서점, 마이크로 브루어리와 크고 작은 펍, 바, 카페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반나절은 충분히 구경할 만하다. 더 커먼 웨스트 빌리지(The Common West Village)는 아이스크림 공장을 개조한 복합 공간으로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근사한 건축물이다. 이곳에서 잠시 길을 멈추고 그늘이 드리워진 중정에 앉아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궁금증을 곱씹어본다. ‘왜 내가 사는 도시에선 이곳 사람들처럼 한창 사무실에 있어야 할 평일 대낮에 노천 테이블에 앉아 칵테일을 마셔도 되는 문화가 불가능할까?’ 퀸즐랜드에서 품은 의문과 질투가 이곳, 웨스트 엔드에서 정점을 찍었다.

웨스트 엔드에서 탄생한 로컬 커피 브랜드, 블랙스타의 샌드위치와 콜드 브루 커피.
벌처 스트리트에서 만난 로컬 뮤지션.

웨스트 엔드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싶다면

커피 탐험

로컬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과 자부심이 특히 높은 웨스트 엔드에선 커피가 꽤 중요한 경험이다. 브리즈번의 스페셜티 커피 신을 만든 선구자 중 하나인 블랙스타(Blackstar)도 2006년, 웨스트 엔드 뒷골목에서 탄생했다. 질 높은 원두로 내린 정통 롱블랙은 물론 아찔할 만큼 진한 콜드 브루가 인기. 장인의 페이스트리를 맛볼 수 있는 론리스(Lonelys)와 세븐틴 마일 록스의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블랙밀크(Black Milk)도 동네 사람들이 아끼는 공간이다.

Blackstar Original Store
주소
44 Thomas St., West End QLD
문의 blackstarcoffee.com.au


주말 시장 둘러보기

시장은 로컬에 닿는 지름길. 매주 토요일, 데이비스 파크(Davies Park)에서 열리는 웨스트 엔드 마켓은 브리즈번에서도 특히 물건 좋기로 소문난 파머스 마켓이다. 지역의 제철 유기농 농산물, 꽃, 수공예품, 빈티지 소품 등을 파는 150여 개의 부스가 강변을 가득 메운다.

West End Markets
주소
Davies Park – Montague Road & Jane Street, West End, QLD
문의 www.westendmarket.com.au


로컬 아티스트와 만나기

그리스와 베트남 등 다문화 동네로 유명한 웨스트 엔드의 또 다른 ‘원주민’은 예술가들. 오픈 하우스 웨스트 엔드(Open House West End)는 로컬 창작자의 작업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이자 커뮤니티 공간, 상점이다. 특히 애버리지니 예술 작품과 공예품, 소품 큐레이션이 훌륭하다.

주소 73 Vulture St, West End QLD
문의 www.openhousewest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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