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호황에도 낙수효과는 커녕 삼중고 깊어지는 지역 기자재업체 [지방선거, 경남 중소기업이 묻다]
조선업 등 도내 각종 산업 지표 개선에도
중소기업 인력·자금난에 기술 개발 부담
“고도화 등 산업 체질 개선으로 연결해야”

중소기업은 경남 경제의 뿌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정책은 선거 때 잠시 떠오르다가 이후 논의에서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경남 중소기업들은 이번 6.3 지방선거 이후에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경남도민일보는 도내 중소기업 현실, 그리고 업계가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바라는 정책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이번 기획은 중소기업중앙회 경남본부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경남 도민들은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힘으로 조선, 기계, 항공, 방산을 꼽는다. 실제 경남은 국내 제조업 핵심 거점이다. 특히 조선과 기자재 산업은 주력 축에 해당한다. 최근 수출 실적과 업황만 놓고 보면 회복 신호도 분명하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산업이 살아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들은 그 과실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력난, 자금난, 기술 고도화 부담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 기자재 업계 인력·자금난 누적
경남은 제조업 집적과 입지 경쟁력 측면에서 전국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제조업 분야 입지계수는 부울경 가운데 가장 높다. 중고위기술 산업 수출도 꾸준히 늘었다. 항공, 전지, 특수목적기계, 자동차 등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경남 산업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업은 여전히 지역 산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경남 선박 및 보트건조업은 2021년 출하액 기준 전국 비중에서 41.7%를 나타냈다. 조선업은 경남 전체 제조업 총부가가치에서도 20%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이것이 곧 현장 안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조선업 호황이 다시 언급되고 있지만, 인력 사정은 이전과 비교하면 더 나빠졌다는 평가가 많다.
조선업 미충원율은 2024년 상반기 기준 14.7%였다. 이는 전 산업 평균 8.3%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역별로는 경남(40.4%), 울산(37.4%), 전남(16.8%) 순으로 구인 인원 비중이 높았다. '사업체 제시 조건이 구직자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42.4%)'이 인력 미충원 주된 사유였다.
일감은 늘었지만, 일을 해낼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특히 하청과 기자재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더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다. 생산 현장을 유지할 기술자, 용접·설비를 이해하는 숙련 노동자, 디지털 설계와 품질 관리를 맡을 중간 기술 인력이 모두 부족하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김해에서 선박 의장품을 납품하는 한 기자재 업체 대표는 "조선 경기가 살아난다고 하지만, 중소업체는 아직 크게 체감하긴 어렵다"라며 "발주가 늘어도 사람을 못 구해서 대응하기 어렵고, 자재비·인건비 상승에도 단가를 예전 기준으로 맞추라고 하니 버티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자금 사정도 녹록지 않다. 중소 조선 기자재 업체들은 오랜 기간 업황 부침을 겪으면서 재무 부담을 누적해 왔다. 부채 비율은 코로나19와 업황 침체를 거치며 높아졌다. 지금도 원자재 가격, 금융 비용, 납기 부담 속에서 자금 유동성 압박을 받는 업체가 적지 않다. 대기업 수주 회복이 곧바로 지역 기자재 업체 경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중소기업중앙회 경남본부 관계자는 "일감이 많아도 현금이 돌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버티기 어렵다"라며 "경남 중소기업계가 조선·기자재 경쟁력 강화 지원과 금융·인력 대책을 이번 지방선거 핵심 건의 과제로 내세운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업종 지원 요구가 아니라 지역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절박한 요청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경남 강점 끌어올릴 해법 내놓아야"
경남 각종 경제 지표는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남 무역수지는 2022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39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그 규모도 52억 8000만 달러(7조 8800억 원)에서 239억 1000만 달러(35조 6800억 원)로 늘었다. 대형·고부가 선박, 무기류, 항공기 부품 등이 경남 수출 회복을 이끈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제조업 생산지수도 2021년 103.9에서 2022년 109.2, 2023년 112.6, 2024년 119.1, 2025년 117.5를 나타냈다.
문제는 산업 고도화 속도다. 경남은 산업 지표 개선 속에서도 고위기술 분야에 해당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기기 등에서 부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고위기술 분야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여전히 제조 기반 경쟁력을 두고 있지만 첨단산업 전환 속도에서는 과제를 안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경남 주력산업 미래는 단순한 생산량 증가가 아니라, 설계·데이터·자동화·친환경 기술을 얼마나 빨리 결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주력산업 강점을 지키는 것과 산업 체질을 바꾸는 것은 따로 갈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것이다.
창원지역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경남 산업 정책은 이제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며 "조선·기계·항공·방산 같은 기존 강점을 단순히 유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소부장 으뜸기업 발굴, 공동 연구개발, 디지털 전환, 수출 지원 고도화 등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수출 지원 또한 단순 전시회 참가나 상담회 중심을 넘어, 시장 맞춤형 인증 지원, 공급망 대응, 후속 물류·금융 패키지까지 연결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경남도는 중소형 조선소 생산기술혁신 DX 기술지원센터 구축에 2027년까지 250억 원을 투입한다. 또한 중소 조선 스마트 생산 혁신 지원에 2027년까지 180억 원을 들여 조선소와 협력사 간 데이터 연결, 공정 자동화,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경남본부 관계자는 "회복의 표면 아래 누적된 병목을 풀지 못한다면, 오늘의 반등은 내일의 착시로 끝날 수 있다"리며 "이번 지방선거 후보들은 경남의 주력산업을 어떻게 다시 강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남석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