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고금리에 휘청했던 집값, 금리 내리면 반등한다고?
이자부담 줄면 집값 반등?…"금리 만능론 경계"
"금리 인하하면 집값이 오를까요? 하반기에 금리 인하하면 반등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
최근 부동산 시장은 미국의 금리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애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21일 빅스텝(한번에 0.50% 인상)을 밟을 거라는 전망에 긴장감이 높아졌던 영향이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그간의 긴축 기조가 완화할 경우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 흐름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금리가 예상 밖의 고공행진을 하며 국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지만,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혹여 금리 인상 기조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곧장 시장 반등으로 이어질 거라는 전망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규제 완화에 금리 인하로 주택 '들썩(?)'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지난해와는 다소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거래가 늘고 가격 하락 폭은 완화하는 흐름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223건(3월16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거래 신고 기한이 보름가량 남은 점을 고려하면 거래량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000건을 넘은 건 지난 2021년 10월(2198건) 이후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7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보다 0.81% 상승했다. 이 지수는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의 가격 흐름을 볼 수 있다.
이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한 데다가 최근 시중 대출 금리가 인하하는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SVB 파산 사태와 연이어 불거진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 등으로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국내 은행권 대출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은행연합회는 올해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를 전월 대비 0.29% 포인트 낮은 3.53%로 공시했다. 이는 은행권 자금 조달 비용이 줄었다는 의미다. 은행권이 향후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때 더 낮은 금리를 매길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 인상만으로 집값 떨어진 것 아냐"
시장에서는 지난해 집값이 급락했던 가장 큰 원인이 금리 인상이었던 만큼 미국의 긴축 기조가 완화할 경우 국내 부동산 시장 흐름도 뒤바뀔 수 있다는 때 이른 전망도 나온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 침체 흐름이 눈에 띄게 완화하고 있다는 점과 연계해 머지않아 반등까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기조가 바뀐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 흐름이 바뀐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건 사실이지만 경기 침체와 무역수지 악화, 소비 위축 등의 부정적 요인들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난해 금리가 급등한 탓에 지금은 금리와 유동성 변수가 주택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단순히 금리만으로 집값이 떨어졌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침체하고 소득이 줄어들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실물 경기가 여전히 악화한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린다고 해서 당장 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역시 "부동산도 경제의 한 축인데 전반적인 경기 위축 속에서 단순히 금리 인하로 집값이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지난 수년간 과도하게 오른 집값에 대한 피로감이 여전하고 경제가 아직 불안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상 기조가 잦아들면 앞으로는 되레 금리가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소장은 "지난해 금리 충격으로 국내 주택 시장이 크게 휘청였다면, 이제부터는 침체한 경기 속에서 집값이 오랜 기간 조정을 받는 '본 게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SVB 파산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금리 하나만 보기보다는 경제 상황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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