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34번의 손흥민 경기 현장 취재. 그 중 머리 속에 남아있는 장면들은...

조회수 2024. 5. 22. 10: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사진출처=PL SNS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끝났다.

2023년 8월 11일 시작해 2024년 5월 19일까지. 283일동안 총 380경기가 열렸다.

최종 결과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맨시티가 우승을 차지했다. 1888~1889시즌 시작한 영국 축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리그 4연패의 위업을 일궈냈다.

아스널, 리버풀 그리고 애스턴빌라는 2~4위를 차지하면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토트넘은 5위로 유로파리그(UEL)에 나간다. 6위는 첼시, 7위는 뉴캐슬, 8위는 맨유가 차지했다. 이번주 토요일 FA컵 결승전(맨유 vs 맨시티) 결과에 따라 UEL 진출팀과 유럽 컨퍼런스리그(유로파컨퍼런스리그에서 이름이 바뀌게 된다) 진출팀이 가려진다.

루턴 타운과 번리, 셰필드 유나이티드가 챔피언십(2부리그)으로 강등됐다. 대신 레스터시티와 입스위치 타운이 프리미어리그로 올라온다. 나머지 승격 한 자리를 놓고 리즈 유나이티드와 사우스햄턴이 단판 승부를 벌인다. 26일이다.

이렇게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끝났다.

나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도 끝났다. 283일동안 열심히 달렸다. 따져봤다. 프리미어리그, FA컵, 리그컵 등 총 55경기를 현장에서 취재했다.(그 외에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열리는 경기도 취재하고 왔다) 잉글랜드 전역 약 1만km를 누볐다. 철저하게 한국인 선수들의 경기에만 집중했다. 토트넘 경기 34경기, 울버햄턴 경기 20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 외에 브렌트포드와 노팅엄의 경기를 두어차례 현장에서 취재했다.

특히 손흥민의 출전 경기는 딱 1경기(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셰필드 유나이티드 원정)를 제외하고는 모든 홈과 원정 경기를 따라갔다. 시즌 중간 아시안컵까지 현장에서 커버했다. 올 시즌 손흥민의 경기를 거의 대부분 커버한 만큼 여러가지 이야기들도 많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몇 장면을 남겨본다.

#첫 주장 완장

2023년 8월 13일 런던 지테크커뮤니티 스타디움 브렌트포드 2-2 토트넘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왔다. 이 경기 3일전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채웠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첫 경기에 나섰다. 경기 전 선수들을 데리고 원정 응원 온 토트넘 팬들 좌석으로 향했다. 어깨동무를 하며 전의를 다졌다. 프리미어리그 무대 첫 동양인 캡틴 손흥민은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불운도 있었다. 전반 27분 아쉬운 파울로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손흥민은 75분 교체아웃됐다.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ESPN UK는 '손흥민이 토트넘 캡틴으로서 첫번째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허용했고 조기 교체당했다'고 썼다. 부정적 늬앙스가 가득한 캡션이었다. 손흥민은 75분을 뛰었다. 조기 교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PN UK는 굳이 조기 교체(subbed off early)라는 단어를 썼다. 동양인 캡틴에 대한 편하지 않은 시선이 담긴 기사였다.

손흥민은 정작 무덤덤했다.

"주장의 무게라기보다는 선수들이 다 주장이라는 생각으로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렀다고 생각을 해요. 주변에 선수들이 다 너무 잘 도와주었어요. 주장이기보다는 그냥 평상시에 하던 대로 선수들을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했어요."

이후 영국 언론들은 '주장' 손흥민에 대해 과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했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수차례나 '주장' 손흥민을 의심하는 질문이 많이 나왔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 때마다 손흥민의 기를 살려주었다.

#시즌 첫 해트트릭

2023년 9월 2일 번리 터프 무어 번리 2-5 토트넘

손흥민은 이 날 시즌 처음으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전했다. 히샬리송이 부진했기 때문이었다. 원톱 손흥민은 펄펄 날았다. 전반 16분 센스있는 칩슛으로 첫 골을 신고했다. 후반 18분 두번째 골. 3분 후 자신의 세번째 골까지 넣었다. 토트넘 입단 후 5번째 해트트릭이었다. 프리미어리그 통산 106골을 돌파하며 호날두, 드로그바 등 레전드 선수들의 기록을 넘어섰다. 손흥민이 자신에 대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보내던 영국 언론들에게 해트트릭으로 대답했다.


#첫 자책골 그리고 포기란 없다

2023년 12월 3일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 맨시티 3-3 토트넘

맨시티 킬러 손흥민의 모습이 제대로 발현된 경기였다. 전반 6분 맨시티의 코너킥을 막아낸 토트넘은 빠른 역습을 전개했다. 손흥민은 깔끔한 터치로 제레미 도쿠를 제쳐낸 후 그대로 질주, 첫 골을 만들어냈다. 스피드, 터치, 골결정력을 그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3분 후 손흥민은 자책골을 기록했다. 맨시티의 세트피스 상황. 볼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손흥민의 허벅지에 맞고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손흥민의 커리어 통산 첫 자책골이었다.

후반 44분까지 토트넘은 맨시티에 2-3으로 지고 있었다. 패색이 짙었다. 이 때 손흥민이 번뜩였다. 후반 45분 손흥민이 날카로운 패스를 찔렀다. 이를 브레넌 존슨이 잡고 크로스했다. 데얀 클루셰프스키가 헤더로 마무리했다. 3대3. 기적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

"상당히 어려운 경기장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는 자세 또 저희가 하고자 하는, 추구하고자 하는 방식 그것들이 너무나도 잘 됐다고 생각을 해요. 특히 후반전에 저희가 원하는 대로 저희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선수들이 다 고생해서 다 같이 중요한 포인트를 가장 어려운 곳에서 얻어낸 거기 때문에요. 이 승점 1포인트가 올 시즌을 진행하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날은 스산했다

2024년 3월 16일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 풀럼 3-0 토트넘

이상하리만치 스산했다. 계속 비가 내렸고, 토트넘의 경기력도 좋지 않았다.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팀 전체에 마이너스가 됐다. 선수들 모두 발이 무거웠다. 손흥민도 마찬가지였다. 중원에서 패스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면서 중앙에서 고립됐다. 결국 팀은 0대3으로 패배했다. 손흥민은 무거운 마음으로 대표팀을 향하게 됐다.

경기 후 믹스트존.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풀럼 경기가 끝난 후 대표팀으로 향해야 했다. 아시안컵 이후 하지 않았던 대표팀 관련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손흥민의 진심이 묻어나온 답변이 나왔다. 기사를 썼다. 그의 단어 하나, 머뭇거림 하나 최대한 그대로 남겨놓고 싶었다.

-오늘 경기 끝나고 월드컵 예선 가잖아요. 새로 시작하는 대표팀인데요.

글쎄요. 뭐...
대표팀은 항상 저한테는 특별한 곳이고 저한테 꿈과 희망을 만들어준 자리(잠시 멈춤)이고...
뭔가를 많은 생각도 하고 아시안컵을 끝나고...(잠시 머뭇)
음.....
여러 가지 좀 생각이 많이 들었던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제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제가 도와줄 수는 더 이상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정말 진지하게 했었고...
음.....
저 개인만 생각하면....(잠시 멈춤)
그만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솔직하게 얘기하면 저 생각만 했으면 그만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축구 팬분들하고 약속했던 것들 또 제가 나라를 위한 정말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제가 능력이 되는 안에서 정말 끝까지 하겠다라는 그런 말에 대한 책임감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오로지 팬분들만 생각했고 한 번은 꼭 웃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정말 꼭 웃게 해드리고 싶었고 아직 그게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할 거고요.

이번에도 들어가서 분명히 어수선한 분위기 속일 거고 또 선수들도 참 새로운 선수들도 많이 오면서 이게 앞으로 어떻게 돼야 되나라는 걸 잘 알고 들어와야 될 것 같아요.
대표팀이라는 곳은 와서 경험을 쌓으러 오는 것들도 아니고 5천만 국민이 보고 응원하고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 어떤 훈련 자세, 경기에 임하는 자세 하나하나가 정말 100% 이상이 돼야 된다라고 생각을 하고요. 먹는 거 자는 거 이게 다 5천만 국민을 위해서 해야 되는 자리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자세로 분명히 대표팀에 소집을 한다면 모든 선수들이 분명히 더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 저희가 강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돌아가서 또 중요한 경기가 두 경기 있는 것만큼 또 많은 팬분들 앞에서 제가 잘할 수 있는 것, 또 선수들 잘 통제해서 또 선수들하고 또 잘 많은 얘기를 나눠서 제가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희망을 쏘다

2024년 5월 14일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토트넘 0-2 맨시티

토트넘은 맨시티에 졌다. 4위 탈환의 희망은 좌절됐다. 손흥민은 경기 막판 아쉬운 찬스를 놓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과 토트넘은 희망을 봤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새로운 전술을 들고 나왔다. 손흥민과 존슨을 좌우로 벌리고, 사르와 매디슨, 벤탕쿠르를 중원에서 배치하며 맨시티를 공략했다. 결과는 0대2 토트넘의 패배였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훌륭했다. 맨시티와 대등하게 싸웠다. 다음 시즌 토트넘이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손흥민도 이에 동의했다.

"올 시즌뿐만 아니라 다음 시즌에도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이런 경험들을 쉽게 보내는 게 아니라 이걸로 통해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번씩 조금씩 생각해보면 분명히 다음 시즌에는 저희가 조금 더 강한 팀이, 또 단단한 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이런 부분들을 조금만 더 책임감을 가지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