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은 가격, 12년만에 최고치…금값 상승세도 앞질렀다

산업용 은에 대한 수요 급증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 가격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실버인스티튜트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은 가격은 연초 대비 약 34% 올라 금을 앞지르고 있다. 전날 은 현물 가격은 트로이온스(31.1g) 당 32.03달러를 기록해 2012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연초부터 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실버트러스트에 올해 들어 약 8억56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금과 은 광산을 운영하는 위튼프레셔스메탈 주가는 약 30% 상승했다.

보유 자산 및 산업용 원자재용 은에 대한 수요가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협회인 실버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왔으며 올해도 은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티리서치도 지난 5년동안 은 공급이 부족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생산 부족 때문이다. 광산에서 채굴되는 은의 70% 이상은 납, 아연, 구리, 금과 같은 다른 금속의 부산물이다. 그러나 아연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광산 폐쇄가 잇따르자 은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또 지난해 세계 최대 공급처인 멕시코의 주요 광산이 파업으로 인해 4개월 동안 운영이 중단됐다. 이로 인한 부족분 일부는 재활용 등을 통해 일부 충당이 가능했지만 이는 전체 공급량의 20% 미만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은이 필수인 태양광 패널과 같은 산업용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금과 달리 대부분의 은은 산업용으로도 사용된다. 실버인스티튜트에 따르면 태양광 부문의 은 수요는 2019년부터 지난해 사이 158% 증가했다. 또 올해는 20%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버인스티튜트의 마이클 디리엔조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의 전기화가 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산업용 은을 대체할만한 원자재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실버코인과 실버바가 인기를 얻으면서 은 수요가 높아졌다. 시티리서치의 맥스 레이튼 글로벌 원자재 연구 책임자는 미국 경제 약화 조짐에 따라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은과 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올해 은 가격이 랠리를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하도 은값을 끌어올렸다. 통상 금리가 하락하면 이자가 나오지 않는 귀금속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또 금리 인하로 미국의 산업 활동, 특히 태양광 사업이 활성화되면 은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레이튼은 중국의 부동산 및 소비 약세와 공격적인 태양광 및 전기차 도입 확대 산업용 은 수요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정부는 일부 국영은행에 대해 금 수입 쿼터를 도입했는데 시티리서치는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은 투자가 증가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시티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국의 은 수입량은 올해 들어 1억달러를 넘어섰다.

현재 은 가격은 금에 비해 저렴하다. 금 1트로이온스 가격으로 약 83트로이온스의 은을 구매할 수 있다. 지난 20년동안 이 비율이 평균 67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 올해 들어서 기록한 상승세에도 은 가격은 1980년과 2011년에 기록한 최고치에 비해서는 훨씬 낮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