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구원이 되어 마침내 만난 세상

; EXO PLANET #6 - EXhOrizon in SEOUL 공연 후기

© 멜론티켓

지난 4월 10일부터 4월 12일까지 사흘간 KSPO DOME에서 엑소(EXO)의 여섯 번째 콘서트 ‘EXO PLANET #6 - EXhOrizon in SEOUL’이 열렸다. 이는 2019년 12월에 진행되었던 ‘EXO PLANET #5 -EXplOration[dot]-‘ 이후 7년 만의 단체 콘서트다. 긴 군백기 이후에도 여러 잡음이 이어져 단체 콘서트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만큼, 이번 공연은 아티스트와 팬 모두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필자 역시 엑소엘로서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만큼, 긴 기다림 끝에 다시 마주한 이 순간을 기록하고자 이번 기사를 쓴다.

© 에디터 직접 촬영

시작에 앞서, 본격적인 무대를 논하기 전에 <월광(Moonlight)>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엑소의 공연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관객이라면, 암전 직후 흘러나오는 이 곡이 곧 '시작'을 알리는 관례적인 신호임을 알 것이다. 다만 이번 공연이 특별했던 점은 단순히 음원을 재생하는 것이 아닌, 팬들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반주 형태의 떼창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오래도록 이 순간을 기다린 팬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공연의 포문을 직접 열었다.

© 에디터 직접 촬영

이어서 첫 곡 <MAMA> 무대가 시작되었다. 최신곡으로 공연의 서막을 알리는 여타 콘서트의 전형적인 구성과 달리, 그들은 14년 전 발매된 데뷔곡을 선택한 것이다. 오프닝으로 <Crown>을 예상했던 필자의 짐작과는 정반대의 행보였다. 엑소의 정체성이 담긴 곡답게 웅장한 사운드가 도입부를 채우자마자 공연장은 터질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데뷔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이 무대는 긴 세월을 함께해 온 팬들에게 깊은 울림과 향수를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 곡이 갖는 상징성은 이번 공연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그들은 7년이라는 긴 단체 공연의 공백기를 깨고 다시 돌아온 시점에서, 엑소의 시작이었던 노래로 첫 무대를 꾸몄다. 이는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데뷔 후 1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엑소는 수많은 사건과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무대 위 멤버들에게서는 그 세월의 무게나 공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혹시 모를 빈자리를 관객이 느끼지 못하도록 더 강렬하게 퍼포먼스를 몰아치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이어진 <Monster>와 <중독>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에디터 직접 촬영
© 에디터 직접 촬영

공연의 열기는 2019년 발매된 <지킬>과 이번 신곡 수록곡인 <Crazy> 무대에서 정점을 찍었다. 사실 필자는 음원으로만 접했을 때 두 곡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구현된 무대는 곡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곡의 진가를 끌어올린 데에는 퍼포먼스와 연출의 힘이 컸다. 멤버들의 춤 선은 물론이고, 분위기에 맞춰 세밀하게 바뀌는 조명과 빵빵한 현장 음향은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Crazy>는 이번 콘서트 종료 후 팬들 사이에서 여러 번 회자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는 분명 무대라는 공간이 곡의 매력을 얼마나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 실감한 구간이라고 하겠다.

© 에디터 직접 촬영

이어서 <Playboy>부터 <Artificial Love>, <전야>, 그리고 <Love Shot>의 순서로 진행된 구간은 단연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뜨거운 함성을 자아냈다. 사실 <Playboy>와 <Artificial Love>의 선곡은 꽤 의외였다. 두 곡 모두 과거 관능적인 콘셉트로 큰 화제를 모았던 수록곡들이지만, 발매된 지 시간이 꽤 흐른 데다 멤버들 모두 30대에 접어든 만큼 다시 무대에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의 예상과 달리, 엑소는 이 곡들을 현재의 모습에 맞춰 다시금 꺼내 들었다. 억지로 힘을 주지 않아도 나오는 여유와 묵직한 분위기는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쌓인 성숙함의 결과물이었다. 이는 아티스트가 나이를 먹으며 마주하게 되는 변화가 무대 위에서 또 다른 매력으로 녹여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연이 끝난 후 팬들은 이 구간을 ‘떠리섹시(Thirty-Sexy)’구간이라 부르기도 했다.

© 에디터 직접 촬영

이어진 순서에서 공연장의 분위기는 단번에 변했다. 엑소 콘서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클럽 타임’이 시작된 것이다. <Power>, <Don’t Fight The Feeling>, <Run>처럼 신나는 비트의 곡들이 이어지자,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뛰기 시작했다. 필자 역시 이번 공연에서 이 구간을 가장 기대했던 사람으로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털어낼 수 있었다.

© 에디터 직접 촬영

이번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 곡을 꼽으라면 <Run>이다. 이 곡은 과거 엑소 콘서트의 클럽 타임에서도 여러 번 등장했던 노래이기도 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콘서트에서 마주한 <Run>무대는 잠시 예전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오래전 콘서트에서 느꼈던 설렘이 현재로 이어지며 단순히 즐거움 이상의 오묘한 감정이 느껴진 순간이었다.

무대 위 멤버들은 팬들과 더 가까이 마주하기 위해 돌출과 돌돌출 무대로 나와 곳곳을 부지런히 누볐고, 관객들과 끊임없이 눈을 맞추며 에너지를 주고받았다. 그들과 팬들이 함께 만들어낸 열기는 공연장을 가득 채웠으며, 이는 분명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해방감을 만끽한 순간이었다.

© 에디터 직접 촬영

이어진 <LOVE ME RIGHT>와 <으르렁>은 명실상부한 엑소의 대표곡이다. 전주가 시작되자마자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시절로 돌아가 큰 목소리로 응원법을 외쳤다. 수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몸이 기억하고 있는 응원법 소리는, 엑소와 팬들이 함께 쌓아온 시간의 무게를 새삼 실감하게 했다.

© 에디터 직접 촬영

이후에도 <Baby Don’t Cry>, <기억을 걷는 밤>, <나비소녀> 등 많은 무대가 이어졌다. 모든 무대를 언급할 수 없겠지만, <El Dorado>에 대해서만큼은 꼭 이야기하고 넘어가야겠다. 공연 전 누군가 가장 보고 싶은 무대를 물었을 때 고민 없이 답했던 곡이 바로 <El Dorado>였다. 이는 분명 필자만의 기대가 아니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엑소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 ‘EXO PLANET #2 - The EXO’luXion’에서 선보였던 <El Dorado>는 여전히 엑소의 ‘레전드 무대’로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워낙 높은 보컬 역량을 요구하는 곡인 데다 메인 보컬진의 공백이 있는 상황이라, 현시점에서 이 무대를 구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수호와 디오가 흔들림 없는 실력으로 그 빈자리를 단단하게 채운 것이다. 어려움이 있었던 상황에서도 엑소라는 이름 아래 무대를 완성해 낸 그들의 책임감과 실력은 팬들에게 큰 감동을 주며, 또 한 번 오래도록 잊지 못할 순간을 선물했다.

© 에디터 직접 촬영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Flatline>과 <너의 세상으로>였다. <Flatline> 무대 중반, “하늘 한 번 볼까요?”라는 멘트와 함께 관객들이 일제히 천장을 올려다본 순간은 여전히 생생하다.

© 에디터 직접 촬영

공연장 천장에는 조명을 활용해 무수한 별들이 수놓아져 있었는데, 이는 마치 관객석에 있는 엑소엘 모두가 엑소와 함께 같은 밤하늘 아래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단순히 무대 위의 퍼포먼스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 이처럼 공간 전체를 활용한 감각적인 연출은 곡의 의미를 극대화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곡이 끝난 뒤에도 노래 가사를 오래도록 곱씹었다. 길었던 표류를 끝내고 서로의 구원이 되어 다시 만난 세상, 그 자체로 엑소와 엑소엘의 서사를 관통하는 곡이 아닐 수가 없다.

이어진 마지막 곡 <너의 세상으로>는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사랑받아 온 곡이다. 멤버들은 객석 구석구석을 눈에 담으며 인사를 건넸고, 팬들 역시 응원봉을 흔들며 화답했다.

© 에디터 직접 촬영

엑소는 필자의 첫 아이돌이자 단연 가장 오랜 시간 애정을 쏟아온 아티스트다. 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온 수많은 이들에게 엑소는 단순한 아이돌을 넘어 한 시대를 함께한 청춘의 상징과도 같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들이 다시 함께 무대에 선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공연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속에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어느덧 많이 흘러버린 세월에 대한 묘한 허탈함을 느꼈고, 순수한 마음으로 이들을 좋아했던 그 시절의 모습이 떠올라 이따금 울컥했다. 객석 곳곳에서는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반가움이었다. 긴 공백이 무색할 만큼 무대 위 엑소는 여전히 빛났고, 그들의 음악과 무대는 팬들을 다시 제자리로 불러 모았다. 이번 공연이 엑소의 새로운 시작임을 믿기에, 앞으로 이들이 써 내려갈 다음 페이지를 설레는 마음으로 응원하려 한다. 지나온 기다림의 시간을 충분히 보상받을 만큼, 엑소와 엑소엘 모두에게 앞으로는 행복한 순간들만 가득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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