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밀리터리] 패전 80년...‘미쓰비시’ 앞세워 방산 시장 복귀하는 일본

1940년 진수한 일본의 야마토(Yamato)함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함이다. 7만 2000톤의 덩치에 전장은 263미터로 축구장 2개 길이보다 길다. 우리 해군의 최대 군함인 마라도함이 1만 4500톤(만재)에 전장이 199미터인 것을 감안하면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다.

그런 야마토함을 건조한 미쓰비시 중공업이 세계 군수 시장에 복귀했다.

호주 국방부는 지난 5일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의 모가미(Mogami)급 호위함이 호주 방위군의 요구사항을 가장 충족했다며 일본이 건조한 호위함 11척의 도입을 공식화했다.

호주의 이번 함정 도입 사업은 약 9조9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도 입찰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1월 독일과 일본으로 일찌감치 좁혀지며 한국은 수주에 실패를, 일본은 첫 함정 수출이자 역대 최대 방산 수출이라는 타이틀을 결국 거머쥐게 됐다.

경쟁국인 독일보다 가격도 비싸고, 함정 수출실적은 전무했음에도 일본은 그렇게 세계 방산시장에서 화려하게 부활을 알렸다.

일본이 설계해서 2030년 취역 예정인 호주의 모가미급 다목적 호위함. 대체할 함정에 비해 크기는 더 커지고 승조원은 절반에 해당하는 90명 정도로 운용이 가능해 모병에 어려움을 겪는 왕립 호주 해군이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 호주 국방부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기 수출을 전면 금지해 왔다. 그러나 2014년 아베 신조 내각에 의해 정책이 대폭 완화되면서 감시·정찰·구조 관련 품목의 해외 수출을 허용했다.

2016년 일본이 수교 60주년을 맞아 필리핀에 대여 형식으로 이전한 해상 훈련기(TC-90)가 첫 완성품의 수출이었다. 2023년에는 외국 기업에서 기술을 도입해 일본 내에서 제조할 경우 해당국에 완성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전투기와 미사일 등 살상 무기의 수출이 가능해져 방산 수출의 ‘빗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많이 생산하고 많이 팔면 그 만큼 생산단가는 인하된다. 또 대량으로 생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작업자와 공정이 숙련되어 시간은 단축되고 인건비는 절감하는 등 생산 효율도 향상된다. 대량 생산을 전제로 자동화 설비와 전문 인력 투자도 수월해진다.

일본의 방위산업은 그동안 자위대만을 대상으로 하는 내수 중심의 산업구조였다. 일본의 방위 기업들은 높은 제품 단가로 인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제한된 시장을 넘어 생산 규모를 확대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의 진출이 필수적이란 계산이었다.

미국은 최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내세우며 재배치, 감축 등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처럼 동북아 안보에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불안정해지면서 우방국들에 있어 미국 이외의 선택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도 일본의 방위산업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무기 수출을 통해 지역 안보체계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의 대안으로 동맹국들이 일본에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방위산업을 일본은 경제적 관점을 넘어 국방의 큰 그림을 그리는 ‘얼개’로 삼고 있는 것이다.

방산 수출을 위한 일본의 노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싱가포르 국제 에어쇼(Singapore Airshow 2024)에 처음 참여했다. 일본 방위성이 주도해 자국의 13개 대형 방산업체가 싱가포르 현지에서 마케팅을 펼쳤다. 당시 한국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유일했다.

호주가 최근 발표한 ‘유도 무기 및 폭발물 사업(GWEO, Guide Weapons & Explosive Ordnance Enterprise)’에도 지분을 갖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호주 정부가 최대 191억 달러(약 19조 4000억 원)을 투자하는 장기 국방 프로그램이다. 일본은 모가미급 개량형 함정 사업 수주를 교두보 삼아 자국의 미사일 첨단 노하우를 적극 어필하고 있다. 최근 종료한 호주 주관 탈리스만 세이버(Talisman Sabre) 연합훈련에서 사상 처음으로 호주에서 지대함 미사일을 쏘아 올린 것도 단지 훈련에 충실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인도네시아와는 모가미급 호위함에 대한 공동 개발을 제안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다수의 방산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일본의 접근은 용의주도하기까지 하다.

패전 80년을 맞은 일본은 아이러니하게도 방위 산업으로 드라이브를 걸며 글로벌 시장에 다시금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반면, 광복 80년의 대한민국은 내란죄·내란 선동 선전죄 등의 각종 죄명을 알아야 하고, 디올과 샤넬·바쉐론 콘스탄틴과 반클리프 명품을 줄줄이 들어야만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빼앗겼던 나라의 주권을 찾으며 기뻐했던 어른들이 생각한 80년 후의 모습은 분명 이렇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이럴 때가 아니다. 우리가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늘어놓는 일본이 야마토 전함 만든 ‘미쓰비시’ 앞세워 방산 시장 복귀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