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농협 강선욱 조합장

경상남도 함양군으로 가는 길은 꽤나 신비로웠다. 산에 둘러싸인 분지 지형으로 마을의 가장자리에 높은 산들이 우뚝 서 있었다. 실제로 경남 함양에는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해 황석산, 금원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5개나 된다. 지리산 국립공원과 덕유산 국립공원 등 국립공원도 2곳이다.
함양농협 강선욱(66) 조합장은 이러한 자연환경 덕분에 농사가 잘된다고 자랑했다. 높은 산이 많아 일교차가 크고 그로 인해 양파·사과·밤 등 다양한 농작물이 잘 자란다는 설명이다. 강 조합장을 만나 함양의 자랑거리를 하나씩 살펴봤다.
◇함양농협, 양파 농사 기계화 선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9년 함양군을 ‘양파 농산물전문생산단지’로 지정했다. 이후 함양농협은 양파 생산의 효율화를 위해 양파 재배 기계화에 착수했다. 수확기를 시작으로 파종기·정식기·줄기절단기 등 8개 종류의 기계를 도입했다. 그 결과 양파 재배 과정의 50% 이상이 기계로 전환됐다.
기계화 전후 양파 재배 면적과 생산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함양농협이 밝힌 양파 계약 재배 현황을 보면, 2019년에는 1790㎡의 면적에서 1만1606t을 수확했고 2024년에는 2190㎡의 밭에서 1만4987t의 양파를 수확했다. 가장 큰 차이는 ‘인건비’에 있다. 강 조합장은 “몇 년 새 인건비가 10만원에서 17만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지만 사람을 못 구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농민이 많다”며 “기계화를 통해 농촌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양농협 산지유통센터(APC)도 한 걸음씩 기계화에 다가가고 있다. 함양농협 APC에서는 하루 평균 30t의 양파를 선별·포장해 출하한다. 가정용으로는 1.5㎏, 3㎏, 5㎏ 단위로, 식자재용으로는 15㎏, 20㎏ 단위로 작업한다. 작년엔 식자재용 포장 작업을 위한 기계를 추가로 들여왔다. 설정한 무게만큼 양파를 자동으로 담는 방식이다.
함양농협 APC의 양파 저장·관리 시스템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매년 초여름 양파를 수확하면 월별 출하량에 따라 양파를 분리해 저장한다. 양파 저장고는 0~1℃ 사이의 온도와 70%의 습도를 유지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톤백(주머니처럼 1t 내외로 양파를 담는 포대) 대신 와이어 메시를 주로 사용한다. 상한 양파를 쉽게 골라낼 수 있고 통풍이 잘된다는 장점 때문이다.
◇폐기 비용 아끼고 수출길 열어

함양농협은 농협경제지주가 선정하는 ‘2024 농업경제사업 대상’에서 가장 높은 상인 ‘대상’을 받았다. 농산물의 안정적인 유통 시스템 도입과 수출 등 판로 개척을 위해 적극적인 경제 사업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다. 강 조합장은 “양파 외에도 사과·잡곡·밤·곶감 등 함양을 대표하는 농산물은 다양하다”며 “이러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유통하기 위해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에 18개 대리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수출을 시작한 계기가 인상적이다. 2019년과 2020년 연달아 양파가 과잉 생산되면서 함양농협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부닥쳤다. 양파를 그냥 버릴 수도 없었다. 양파는 산업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20㎏ 한 망에 3000원의 폐기 비용이 발생한다. 이때 강 조합장이 낸 묘수가 ‘수출’이었다. 강 조합장은 “직접 무역회사를 찾아다닌 끝에 수출길을 뚫었다”며 웃었다. 함양농협은 2020년 한 해에 대만·일본 등으로 양파 약 5000t을 수출했다.

함양농협은 ‘2024 농식품가공사업 경영 금상’을 받은 이력도 있다. 함양농협 가공사업소에서는 잡곡·분말류·액상식품 등 총 200여 종의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식품안전관리인증인 해썹(HACCP)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연 매출은 약 200억원이다. 잡곡과 청매실·오미자 등은 미국·캐나다 등으로 수출하기도 한다.
강 조합장은 2023년부터 ‘공동퇴비제조장 운영 경남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함양농협 농축순환자원화센터는 농·축협에서 운영하는 퇴비 공장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함양군 내 100여 농가에서 우분·돈분·계분 그리고 버섯 폐배지(버섯이 먹고 소화시킨 배지) 등을 공급받아 퇴비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는 다시 함양군 11개 읍면의 밭에 뿌려진다. 연간 퇴비 생산량은 약 100만t에 달한다. 강 조합장은 “축분을 수거하고 이를 가공해 다시 땅으로 환원하는 작업은 토양 환경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농촌에 나타난 만학도의 새로운 도전

2024년 강 조합장은 ‘유통’을 더 공부하기 위해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의 ‘농식품 경영·유통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챗GPT에 푹 빠져있다. 강 조합장은 “농가들과의 소통, 유통 시스템 등 잘 모르거나 부족하다 여기는 부분을 채우는 데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함양농협은 생산 비용 절감과 농가 소득 확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강 조합장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중심으로 영농 대행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력난 해소를 위해 폐업한 숙박시설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다음 공공 근로자에게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늘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험하고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영지 에디터
Copyright © 더 비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