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매출 반토막…위기의 주연테크, 주변기기에 '눈독'

35년 업력의 토종 PC 제조사 주연테크도 글로벌 PC 시장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회사는 일반 소비자 대상(B2C) 주변기기 판매량 확대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주연테크 게이밍PC 리오나인터보 CG276X37T(왼쪽), 크리에이터용 노트북 리오나인 L9W36.(사진=주연테크)

1988년 설립된 주연테크는 소비자용 PC 제조 및 판매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회사다. 가정용 PC 보급이 한창이던 2000년대 중반 '가성비'를 무기로 연간 2000~3000억원 규모의 안정적인 매출과 흑자 경영을 유지, 2006년 코스피에 입성했다. 그러나 글로벌 PC 시장이 모바일에 밀려 사양길로 접어들고,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비대면 특수' 효과도 끝나자 매출 하락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주연테크 분기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51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66%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37억2000만원으로 같은 기간 적자 규모가 12배 증가했다. 특히 핵심 매출원이었던 데스크탑 PC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7.94% 감소했다. 다만 같은 기간 모니터 매출이 42.69% 증가해 전체 매출의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문제는 급증한 영업손실이다. 주연테크 측도 올해를 "창사 이래 최악의 손실이 발생한 해"라고 규정했다.

여기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우선 주연테크는 국내·B2C 시장 의존성이 높은 회사다. 매출 실적 자료에는 수출 항목이 '-'로 표시돼 있다. 해외 매출이 전무하단 얘기다. 고객도 대부분 일반 개인 소비자다. 기업판매(B2B)는 해당 부문에 강점을 지닌 주요 경쟁사들 대비 규모가 작고 공공부문 매출 비중은 3분기 기준 23.44%에 불과하다. 즉, 주연테크의 매출과 이익은 국내 일반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와 PC 교체 수요에 따라 좌우되는 구조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면 개인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이 주연테크에 특히 더 위협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례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제품 가격 경쟁력이 매우 떨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한 손실 최소화와 늘어난 재고 처리를 위해 제품을 원가 이하에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에 높은 이익률을 보였던 모니터의 원가율이 크게 증가하면서 큰 이익은 발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재무제표에서도 확인된다. 주연테크의 3분기 누적 매출원가 및 판관비(영업비용, 마케팅 등)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억6000만원, 7억1000만원 증가했다. 반면 매출은 19억원 줄어 영업손실이 악화됐다.

시장 침체에 따른 사업적 타격은 주요 PC 제조사들도 피하지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3분기 전세계 PC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기 레노버, 델, HP 등 글로벌 기업들의 PC 출하량은 각각 -20.6%, -27.9%, -21.1% 역성장을 기록했다. 2023년 전망 또한 낙관적이지 않다.

PC 업계는 B2C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대안으로 기업·공공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주연테크도 분기보고서 내 '시장의 특성' 항목에 '기업·공공기관용 PC 시장이 급성장하고 공공 조달시장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분류되면서 개인·가정용 PC보다 기업·공공 PC 부문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재했다. 특히 이 부문은 경기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신규·교체 수요가 발생하므로 수입원 안정화에 유리하다.

이와 관련해 한때 부도 위기에 몰렸던 삼보컴퓨터는 관공서·학교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조달 성과를 바탕으로 위기 탈출에 성공한 사례다. 삼보컴퓨터의 올해 3분기 PC 부문 누적 매출은 2021년 대비 87.7% 규모다. 4분기 판매량이 집계되면 전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공공·기업 부문의 판매 기반이 약한 주연테크로선 이 시장에서 단기간에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회사는 자사의 주력 시장인 B2C 영역에서 PC '주변기기'로 분류되는 제품들의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을 펼 방침이다. 노트북은 당분간 신제품 출시 주기를 늘린다.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대신 회사는 올해 하반기 이후 모니터를 비롯, △기계식·블루투스 키보드 △안드로이드 스마트TV △고해상도 웹캠 △빔프로젝터 △사운드바 등 주변기기 출시와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나아가 종합가전업체를 목표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주연테크가 올해 하반기 출시한 기계식 키보드, 스마트TV, 빔프로젝터 등. (사진=주연테크)

주연테크가 이 같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동안 회사의 버팀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지표다. 몇 가지 긍정적인 부분도 눈에 띈다. 3분기 주연테크의 유동자산(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의미)은 443억원, 이 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38억원이다. 적자폭 확대에도 유동자산 규모는 전년 대비 감소폭이 미미하다. 회사의 빚인 부채도 오히려 소폭 줄었고 부채비율은 31.49%에 불과하다. 영업에 따른 현금흐름은 여전히 마이너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은 상황)지만, 올해 재고자산 줄이기에 주력하면서 전년 동기 -86억원에서 올해는 -8400만원까지 지표가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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