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떼인 돈을 받으러 간 사채업자가 빚 대신 아홉 살 아이를 담보로 잡습니다. 말도 안 되는 시작이지만, 이 이야기는 코로나로 얼어붙은 2020년 추석 극장가에서 172만 관객의 눈물을 쏟게 만들었습니다.
담보로 잡힌 아홉 살 승이
1993년 인천. 사채업자 두석과 종배는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채무자의 어린 딸 승이를 맡게 됩니다. 며칠이면 끝날 줄 알았던 동거는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길어지고, 거칠기만 하던 두 남자는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 갑니다. 가족이 아니었던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 가는 이야기입니다.

성동일과 하지원, 그리고 박소이
무뚝뚝한 두석 역의 성동일은 아버지 연기의 대명사답게 웃음과 눈물을 자유자재로 오갔고, 김희원은 허당 삼촌 종배로 극의 온기를 채웠습니다. 어린 승이를 연기한 박소이는 이 작품으로 단숨에 충무로가 주목하는 아역이 됐고, 성인 승이 역의 하지원이 이야기의 후반부를 묵직하게 받아냈습니다.

얼어붙은 극장가의 승자
개봉 시기는 최악이었습니다. 코로나로 관객이 극장을 떠난 2020년 추석. 그럼에도 이 영화는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누적 172만 관객을 기록했고, 그해 추석 시즌 한국 영화 최고 성적을 남겼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영화가 필요했던 시기, 정공법의 가족 드라마가 답이 된 셈입니다.

뻔한데 눈물이 나는 이유
신파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개가 예상돼도 눈물은 참을 수 없다는 관람평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의 담보가 아니라 서로의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 그 오래된 이야기의 힘을 이 영화는 우직하게 증명했습니다.

명절에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를 찾는다면 이 작품이 안전한 선택입니다. 다만 온 가족의 휴지 소비량은 책임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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