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거만 외치자”던 올림픽공원 집회… 2030 빠지자 ‘부정선거’ 구호 커졌다

황채영 기자 2026. 6. 8. 14:2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잠실 올림픽공원 시위대 인파(사진 위)와 8일 오전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결집한 시위 인파(아래 사진) 비교 사진./황채영 기자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시위 참가자들은 연신 “재선거”와 “부정선거”를 외쳤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된 항의 집회가 나흘째 이어졌다.

이날 낮 12시 기준 경찰 추산 집회 참가자는 약 1800명. 평일 오전 출근과 등교 시간대가 지나면서 전날 밤보다 인파는 줄었다. 그러나 현장에 남은 참가자들은 핸드볼경기장 주변을 지키며 구호를 이어갔다. 한 참가자는 “평일이 되면서 2030 친구들이 많이 빠졌는데 퇴근 시간이 되면 다시 모일 것”이라고 했다.

시위는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이 송파구 개표소가 마련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반출된 뒤 본격화했다. 개표가 끝난 뒤에도 참가자들은 “선거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는 피켓이 놓여있다./황채영 기자

◇“주도 세력 없다”… 곳곳엔 ‘자발적 참여’ 안내문

올림픽공원 곳곳에는 ‘시민의 자발적 집회’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현장에 놓인 손글씨 피켓에는 “우리는 일반 시민들입니다” “재선거를 외치기 위해 왔습니다” “재선거 이외의 정치적 구호 금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피켓에는 “출력물과 피켓을 사용하지 않는다” “손으로 직접 적은 종이만 사용한다” “어떠한 지시사항도 받은 적이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당이나 단체와 선을 긋고, 개인의 자발적 참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금전적 후원을 받지 않는다” “욕설·언쟁·부정행위 금지” “경찰 근무 교대 시간을 존중해 달라”는 안내도 있었다.

현장에서 자원봉사자 명찰을 달고 있던 정은애(51)씨는 “리더가 따로 없다”며 “모두 시민 한 사람으로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정치 집회가 아니라 참정권 문제”라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집회 분위기가 주말과 달라졌다는 말도 나왔다. 주말부터 현장을 지켰다는 한 참가자는 “어제만 해도 ‘재선거’만 외치고 ‘부정선거’라는 말은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그런데 평일 오전 20·30대 참가자들이 많이 빠지면서 ‘부정선거’ 구호가 커졌다”고 했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창문에 노란 박스테이프를 붙이는 시민과 다른 시민이 말다툼하고 있다./황채영 기자

◇핸드볼경기장 출입 두고 충돌… 유소년 대표팀도 한때 제지

투표함 개표는 마무리됐지만, 핸드볼경기장 주변의 긴장감은 계속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개표소가 설치됐던 경기장 출입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핸드볼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단이 경기장 안에 보관 중인 장비를 꺼내려 하자 일부 참가자들이 막아섰다. 선수들은 “제발요”라며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는 소지품 확인이 이뤄졌다.

유소년 국가대표팀은 오는 24일 중국 산시성 진중시에서 개막하는 제25회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U20) 출전을 앞두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지난주 목요일부터 훈련을 못 했다”며 “경기장 안에 있는 공과 신발 등만 챙기려 한 것”이라고 했다.

경기장 창문을 노란 박스테이프로 막는 문제를 두고도 말다툼이 벌어졌다. 한 참가자는 “재물손괴죄로 신고되면 집회 해산의 명분을 줄 수 있다”며 제지했다. 반면 다른 참가자는 이를 막는 사람을 진보 성향 단체 관계자로 의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 티켓 부스에 재선거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뉴스1

◇“위원장 사퇴로 끝날 일 아냐”… 선관위 책임론 확산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만으로는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검찰과 경찰 수사와 별도로,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사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잠실7동 제2투표소 앞 시위 때부터 현장을 지켰다는 노수영(46)씨는 “이재명 대통령과 4부 요인이 만나 재선거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탁상공론”이라며 “재선거 없이 사람들이 현장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3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서강석 송파구청장도 현장을 찾아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 구청장은 “선관위원장이 직접 와서 부정선거인지, 부실선거인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중앙정부라도 선관위를 어떻게 개혁할지 메시지를 내야 시민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