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나눠준 ‘생명의 기적’…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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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취업에 성공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평생 나와 언니를 위해 헌신하신 아빠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 아빠가 떠나고 한동안 밥을 먹다가도, 장을 보다가도, 전철을 타다가도 불현듯 피어난 그리움에 눈물이 흐르는 날이 많았다.
장기기증을 통해 아빠의 생명을 이어받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지금도 여전히 아빠가 살아가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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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취업에 성공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인이라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평생 나와 언니를 위해 헌신하신 아빠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첫 월급을 타면 아빠에게 근사한 식사 대접을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는 현실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요즘처럼 하늘이 청명한 가을날 아빠는 세상을 떠났다. 5년 전 추석을 앞두고 벌초에 나섰다가 벌에 쏘이는 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것이다. 당시 밤낮으로 중환자실 곁을 지키며 아빠의 의식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했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얼마 후 병원에서는 장기기증을 권유했다. 장기기증이라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선택을 앞두고 나는 하루하루 목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꼈다. 그러나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천사 같은 사람’이라고 불렸던 아빠의 모습을 기억하며, 고심 끝에 가족들과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그리고 2019년 9월 17일 아빠는 신장과 간을 기증하며, 생명을 이어받을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
가족에게 다정했고, 가정에 충실했던 아빠. 넉넉하지 않아도 늘 어려운 이들에게 베풀던 아빠.
그런 아빠는 공감과 이해의 폭도 남달랐다. 다른 생각, 다른 기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용했던 아빠는 힘든 일이 생기면 내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고 토닥이던 사람이었다.
그런 아빠가 떠나고 한동안 밥을 먹다가도, 장을 보다가도, 전철을 타다가도 불현듯 피어난 그리움에 눈물이 흐르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장기기증을 통해 아빠의 생명을 이어받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지금도 여전히 아빠가 살아가고 있음을. 장기기증을 결정할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망설임과 고민이 있었지만, 이제는 누군가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의 기적이 아빠를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얼마 전에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을 위해 만든 심리 치유 도움서인 ‘애도의 문’을 읽게 됐다. 갑작스러운 사고의 기억부터 장기기증 이후의 이야기들, 뇌사로 가족을 잃은 다른 유가족들의 애도 과정을 마주하면서 내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한데,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내 마음 깊이 자리한 슬픔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비록 처음에는 아픈 기억을 다시 들춰내느라 마음이 아팠지만, 책 말미에는 아빠를 소중하게 기억하고 삶을 더 건강하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지금도 하늘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 아빠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다시 만났을 때 그동안 밀렸던 삶의 이야기를 따스한 눈빛으로 들어줄 아빠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감사하게, 내 삶을 가꾸면서 잘 살아갈 것이다.
둘째 딸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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