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벌금에 CEO 영구 추방…직원 주가조작 대신증권 ‘미국식 처벌론’ 확산

“주가조작 패가망신” 대통령 의지 찬물…전문가 “내부통제 부실이 원인, 韓 처벌 약해”
[사진=연합뉴스]

이재명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다. 현직 증권사 간부가 한 코스닥 상장사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증권사 간부가 직접 연루된 이번 사건은 정부 주도 하에 빠르게 신뢰를 회복 중인 국내 증시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치권과 여론 안팎에선 정부의 정책 성과와 시장의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해외 사례와 맞먹는 수준의 고강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그동안 미국에선 주가조작 사태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기업에 천문학적인 벌금과 기관 제재가 내려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조작 패가망신” 대통령 의지 역행한 대신증권 직원의 일탈…미국선 엄벌 사례 다수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와 전직 직원 A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 2024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시세조종 세력과 공모해 한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주가조작 이전 1000원대 중반이었던 회사 주가는 시세조종 범행으로 4000원대까지 급등했고 A씨가 얻은 부당이득액은 수십억원대로 추정된다.

검찰은 A씨와 대신증권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이 사건 주가조작에 자금을 댄 윗선이 있는지 여부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주가조작 범행은 통상 자금 모집과 호재성 정보 유포, 투자금 관리 등 철저한 분업으로 이뤄지는 조직범죄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A씨가 몸담았던 대신증권은 지난해 6월 자체감사를 실시했으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A씨에게 징계를 내렸다. A씨는 6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뒤 스스로 회사를 관둔 것으로 전해졌다.

▲ 이재명 대통령(사진)은 그동안 공개 발언과 기자회견, SNS를 통해 주가조작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강조해왔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여론의 관심은 향후 정부 차원의 처벌 수위로 향하고 있다. 국내 증시 활성화를 목표로 내건 대통령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사안인 만큼 개인은 물론, 내부통제 부실 책임이 있는 회사 측에도 강도 높은 처벌이 뒤따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개인 SNS에 “주가조작 패가망신은 빈말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투자하라”는 게시물을 게재하는 등 주식 불공정 거래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특히 이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60%에 육박하는 만큼 일반 국민 여론도 개인은 물론 소속 기업까지 고강도 처벌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쪽으로 크게 기울고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증권사에서 발생한 주가조작 사태는 그 어떠한 사안보다 큰 위법 행위다”며 “주가조작에 가담한 내부직원을 단순 정직으로 징계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것은 명백한 제 식구 감싸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미 해외에선 주가조작 사태에 대해 정부 차원의 고강도 처벌 사례가 여럿 존재한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지난 2020년 JP모건체이스(이하 JP모건)의 ‘스푸핑 사태’가 대표적이다. 스푸핑은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허위 주문을 낸 뒤 바로 취소해 가격을 교란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 2020년 9월 29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상품 거래 시장을 조작해 수백만달러의 이익을 챙긴 JP모건의 전직 트레이더들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JP모건에 9억2000만달러(당시 한화 약 1조755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당시 JP모건은 ‘일부 직원의 일탈’이라는 입장을 피력했으나 CFTC와 미 법무부(DOJ),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패를 이유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했다. 결국 JP모건이 혐의를 인정하고 부과 받은 벌금을 모두 내기로 합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 주가조작 행위 처벌 사례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지난 2012년에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소속 직원들의 일탈 행위를 이유로 캐나다계 증권사인 비레미스에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당시 비레미스 소속 트레이더들은 자사 거래 시스템을 이용해 이른바 ‘레이어링(Layering, 허수 주문을 쌓아 주가를 조작하는 행위)’을 반복한 사실이 SEC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후 SEC는 시장 교란을 이유로 비레미스의 미국 내 브로커-딜러 등록을 전격 취소하며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켰고 최고 경영진 두 명에게는 내부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미국 증권업계 영구 진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 금융사의 내부통제 부실에 있다는 점을 이유로 미국의 강력한 처벌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가 조작은 수많은 투자자들이 금전적인 피해를 볼 수 있는 사안인데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매우 처벌이 가벼운 것도 사실이다”며 “증권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되는 것은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가장 치명적인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직원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런 범죄가 가능하게 방치한 해당 증권사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 모두가 강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징벌적 수준의 제재가 가해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대신증권 관계자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관련 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며 “향후 사법기관 및 금융당국의 처분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이에 따른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글=김성원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대신증권 압수수색의 구체적인 배경은?
A.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대신증권 전직 간부 A씨가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까지 시세조작 세력과 공모해 1000원대였던 주가를 4000원대까지 끌어올렸으며 이 과정에서 수십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본사 압수수색을 통해 자금 출처와 윗선의 개입 여부 등 조직적 범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Q2. 주가조작 의혹을 받은 직원에 대한 대신증권의 초기 대응은?
A. 대신증권은 지난해 자체 감사를 통해 A씨의 위법 행위를 파악했으며 이에 대해 ‘정직 6개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정직 기간 중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Q3. 해외에서 주가 조작 사태가 발생한 금융기관에 단행한 제재 수위는?
A. 지난 2020년 9월 29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상품 거래 시장을 조작해 수백만달러의 이익을 챙긴 JP모건의 전직 트레이더들의 부정행위에 대해 기관 차원의 9억2000만달러(당시 한화 약 1조755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 2012년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캐나다계 증권사 비레미스의 주가 조작 사실에 미국 시장 영업을 금지시켰고 최고 경영진 두 명에게는 미국 증권업계 영구 진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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