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리나 루소 런웨이에 등장한 룬 문자부터 틱톡의 #whimsigoth 트렌드까지.

주문을 외거나, 타로 카드를 보거나, 절기를 챙기는 등 많은 이들이 신이교주의(Neo-Paganism)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패션계도 다를 것 없다. 틱톡(TikTok) 이용자들은 웬즈데이 아담스의 기묘한 고스족 룩에 빠져 있다. ‘미녀 마법사 사브리나(Sabrina The Teenage Witch)’나 ‘크래프트(The Craft)’ 같은 1990년대의 판타지 작품도 레퍼런스로 자주 활용된다. 신이교주의는 런웨이 위에도 스며들었다. 파올리나 루소(Paolina Russo)가 이번 코펜하겐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룬 문자 니트는 스톤 서클이과 신비한 동굴벽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몬 로샤(Simone Rocha)는 아일랜드 전통 축제 루나사(Lughnasadh)를 재해석했다. 패션계가 전래되는 민속, 축제, 신앙을 따르는 걸 보니 궁금해진다. 우리는 신이교주의의 주문에 빠지고 있는 걸까?
먼저 신이교주의가 무엇인지 확실히 해 보자. ‘이교(Pagan)’는 4세기 기독교 신자들이 아브라함 종교를 따르지 않는 이들을 지칭하며 만든 말이다. 경멸이 담긴 꼬리표 같은 말로 쓰이던 이교, 혹은 신이교는 20세기에 와서는 그 기준을 전통, 규범, 행동 방식 등으로 포괄하는 상위 용어로 사용하게 됐다. 오늘날, 점점 많은 이들이 자신을 이교주의자라고 정의한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만 7만 4천여 명이 있다.) 세렌 그완윈(Seren Gwanwyn)도 그중 한 명이다. “나는 앵글시에서 태어났다. 저녁이었고 바깥엔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구에 태어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아니었을까.” 그윈웬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신이교주의 세계의 핵심 신조인 “자연에 대한 존중과 감탄”을 표하려 인스타그램(Instagram)을 이용한다.

그가 설명하기를 “번개, 무지개, 일출과 일몰… 우리가 보는 많은 것들은 현대 과학으로 설명이 된다. 다만 우리 조상들에게 이것들은 마법이자 계시였다. 과거에 자연은 우리 일상에서 아주 강력한 힘을 가졌다. 자연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는 신이교주의의 다신론(polyethism)과 관련 있다. 이들은 한 명의 남성 신을 숭배하는 대신 자연적 요소나 여성 신 등 다수의 신성한 존재를 인정하며, 특히 신성한 여성성을 숭배한다. 그 신은 곧 대자연(mother nature)이다.
역사적으로 패션은 이와 정확히 반대에 있는 길을 걸어 왔다. 의류 산업은 구조적으로 자연히 자연과 여성 노동자를 착취해 왔다. 민속 문화나 신이교주의의 미학이, 업계 시스템에 도전하려는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고 이들의 상징으로 쓰인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예로, 슬로 패션 브랜드 스토리엠에프지(STORY mfg.)는 천연 염색 기술로 수공예 제품을 만들며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한다. 이들의 컬렉션은 틱톡이 신조어 #whimsigoth를 만들어 내기도 전에, 기묘한 고스족 룩을 선보인 ‘루크페리의 뱀파이어 해결사(Buffy the Vampire Slayer)’의 윌로우 스타일을 떠올린다.

스토리엠에프지가 시작한지 10년이된 지금, 사람들은 지속 가능성하고 윤리적인 삶의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과거에 에콜로지 신봉자들만 관심을 보이던 패션은 이제 인기다. 초포바 로위나(Chopova Lowena)의 플리츠 스커트는 팬들 사이에서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스코틀랜드의 킬트와 불가리아 민속 의상에서 영감받은) 스타일 그 자체 덕도 있지만, 리사이클 패브릭을 쓰고 여성 창작자를 응원하는 브랜드의 가치관 때문이기도 하다. 코펜하겐 기반 브랜드 솔리튜드 스튜디오(Solitude Studios)는 요정이 떠오르는 해조류 같은 가방과 중간계에서 입을 듯한 셔츠로 인기다. 이들 제품은 (다소 미래적인 공정을 거치긴 하지만) 자연에 바탕을 두며, 실험적으로 가공된 천연 섬유로 만들어졌다. 솔리튜드 스튜디오의 2023년 가을-겨울 컬렉션의 제목은 ‘WoodWideWeb’이다. 브랜드 공동 창립자인 요나스 세이드 감말 브룬(Jonas Sayed Gammal Bruun)은 “곰팡이의 네트워크와 인터넷의 평행 이론을 묘사했다”고 했다. 굉장히 기술이교적(Technopagan)인 말이다.

그다음엔 잘란도 비저너리(Zalando Visionary)에서 수상한 파올리나 루소(Paolina Russo), 루실 길마르드(Lucile Guilmard) 듀오의 선조로부터 이어받은 듯한 룩이 있었다. 파올리나 루소의 민속적 스타일은 브랜드의 장인 정신과 본질적으로 어우러진다. 이들의 특기는 니트웨어다. “니트는 대대로 내려온 공예 기법이다.” 루소의 말이다. 이들은 주로 울과 오가닉 코튼을 쓰고 하드웨어는 좀처럼 쓰지 않는다. 길마드르가 설명하기를 “일종의 순환 같은 거다. 자연에서 나온 섬유를 써서 입는 사람을 배려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거다.”
2024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루소와 길마드르는 에이브버리에 있는 스톤 서클과 로이스턴 동굴에 있는 벽화에 주목해, 어린 시절 길바닥에 분필로 그리곤 하던 그림과 연결 지었다. “우리는 수천 년 전과 행동을 공유하게 하는 집단의식(collective consciousness)에서 영감을 얻었다.” 루소의 말이다. 이들이 쇼에서 선보인 파스텔 톤의 민속적인 드레스와 니트, 데님은 룬 문자를 연상시키는 아트워크로 돋보였다. 나무 토글로 장식한 셔링 크롭 탑 룩은 북유럽 신화 책에 등장할 법하다.

파올리나 루소는 언제나 여성 전사들의 집이 되어 주었다. 이는 (켈트, 북유럽, 그리스) 신화에 바탕한 ‘젤다의 전설(The Legend of Zelda)’ 같은 게임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데, 신이교주의 신조와도 맞닿아 있다. 여기서 여성성은 남성성만큼, 어쩌면 더 강력하고 존중받는다. 2023년에 사는 여성으로서 그 신조에 의해서든 패션에 의해서든 신이교도주의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점점 더 많은 MZ세대가 신이교주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신념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고 있고, 그완윈에 따르면 이는 신이교주의의 진입 장벽을 낮춰 준다. “젊은 세대들은 기존 종교만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기 뿌리와 문화를 연결할 다른 방법을 배우고 있다.” 물론 패션계도 신이교주의의 일부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 행동양식에서 영감을 얻은 옷을 만든다고 해서 신이교주의자가 됐다고 할 수는 없다. 파올리나 루소도 솔리튜드 스튜디오에도 해당된다.
자연에의 경의와 전통적 성역할에 대한 재검토, 도피주의를 말하는 신이교주의는, 환경에 대한 불안, 여성 권리의 퇴보, 생활비 위기가 두드러지는 시대의 요구와 잘 어우러진다. 뭘 믿을지, 기념할지, 입을지 고를 때 신이교주의를 생각해 보자.

에디터 Mahoro Seward
번역 Jiyeon Lee
앙증맞은 키링을 내놓은 한국 브랜드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