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DJ' 한동훈이 띄웁니다, '컴 투게더~'
김건희 여사 공개 활동에 與에서도 우려 목소리
한동훈-이재명, 각자 현장 찾으며 추석 민심잡기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정치인들은 명절이 더 바쁜 법. 지난 19일 체코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연휴 군부대와 의료 현장 등을 찾으며 분주히 움직였다.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도 한 장애아동 주거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에 나섰다. 그런데 여당 안에서도 김 여사의 공개 행보를 두고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일일 DJ로 나섰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소방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통시장을 찾으며 추석 민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무섭게 정치권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민주당 등 야당은 19일 열린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인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을 처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의 의회 폭거"라며 표결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지도부가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 질타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혁신당은 자제를 촉구했다. 한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통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DJ' 한동훈의 플레이리스트 공개…선곡 의미는?
-'음악 마니아'로 알려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일일 DJ로 나섰다고?
-한 대표는 지난 1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일일 DJ로 출연해 한 시간동안 자신이 직접 선곡한 곡을 들려줬어. 한 대표는 "음악에 네 편 내 편은 없으니까 혹시 저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음악 이야기하다 보면 마음이 열리고 그러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나왔다"고 말했어. 평소 팝송과 재즈에 해박한 것으로 알려진 한 대표는 자신의 취향이 담긴 팝송을 소개하면서 곡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곡과 관련해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풀어나갔어.
-어떤 노래를 선곡했어?
-톰 웨이츠 'Way Down In The Hole'(웨이 다운 인 더 홀), 지미 헨드릭스 'Bold As Love'(볼드 애즈 러브), 더 도어스 'Summer's Almost Gone'(서머즈 올스트 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4개의 마지막 노래' 중 'Im Abendrot'(아임 아벤드로트), 크라잉넛 '명동콜링', 그린데이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웨이크 미 업 웬 셉템버 엔즈) 등을 소개했는데, 대중적인 노래도 있고 생소한 노래도 있었어.
-마지막 곡은 뭐였어?
-한 대표는 마지막으로 비틀즈의 'Come Together'(컴 투게더)라는 곡을 소개하면서 "마지막은 정치적으로 끝내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고 생각해서 가져왔다"고 언급했어. 또 "존 레논이 폴 매카트니에게 넌 왜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나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는 일화를 전하며 "절벽에 뛰어내려야 할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려 보려고 한다"고 말했어.
-의정 갈등 국면에 관해서도 언급했어. 한 대표는 "누가 옳으냐를 따질 때가 아니고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다 같이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했어. 의료붕괴 여부 논쟁에 대해선 "많은 국민께서 불안해하고 계신 건 분명하다. 그러면 이미 상황은 벌어진 것"이라고 했어. 또 "지금은 해결해야 되는 시점이고 노력해 보고 있다"며 "지금 이런 상황 앞에서는 정치적 유불리를 누구든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기도 했어.
◆김건희 여사 광폭 행보에 대한 싸늘한 시선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최근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어.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경찰과 함께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나선 데 이어 13일에는 파리패럴림픽 선수단 격려 오찬에 윤 대통령과 함께했어. 추석 연휴였던 15일에는 서울의 한 장애아동 거주시설을 방문해 배식과 청소 등 봉사활동을 했고. 이런 김 여사의 일정 자체는 비공개였고, 대통령실이 사후 공개했어.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19~22일)에도 동행했어.
-최근 김 여사의 외부 활동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더라고. 야당은 "아무런 공식적 권한도 없는 대통령 부인이 스스로 대통령과 동격이라고 여기는 것인지 황당하다"면서 김 여사를 '권력 서열 1위'라고 주장했어. 심지어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MBC라디오에서 "여사께서 자중했으면 좋겠다는 당원들의 이야기가 많았다"고 했어. 최근 만난 여당 인사도 김 여사에 관한 물음에 깊게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더라고.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해 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지 의문이야. 짐작해 보건대, 여러 의혹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어. 명품가방 수수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이어 최근에는 2년 전 재·보궐 선거 공천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어. 또 그동안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2021년 대선 과정에서 허위 이력을 인정하며 사과했던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공언했는데, 많은 시민이 약속을 어겼다고 여기는 경향도 있다고 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불신, 비호감이 이제는 한계점을 넘은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정말 '꼴 보기 싫다'는 말씀을 국민들께서 서슴지 않고 하고 계신다"고 했어. 개인적으로도 추석 연휴 때 친지들로부터 김 여사에 대해 험담에 가까운 이야기도 들었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것일까. 분명 '마녀사냥'은 지양해야 해. 다만, 대통령실은 왜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싸늘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 '이슈메이커'가 아닌, 응원과 지지를 받는 '퍼스트레이디'를 기대해도 좋을까.
◆이재명은 시장, 한동훈은 소방서…여야 대표의 추석 연휴
-이번 추석 연휴가 꽤 길었잖아. 여야 대표는 명절을 어떻게 보냈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장을 찾았더라. 연휴 첫날인 14일에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인천 계양산전통시장을 방문했어. 이 대표의 공식 유튜브 채널 '이재명'을 통해 생중계됐지. 하얀 티셔츠, 하늘색 재킷의 편안한 차림에 '국민건강' '민생회복'이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나타났더라고. 지역주민, 시장 상인들과 반갑게 인사하더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송편, 머릿고기, 채소 등도 알뜰하게 구매했어.
-15일엔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만났고, 추석인 17일엔 성묘를 다녀왔더라고. 이 대표는 SNS에 "나란히 붙어있는 어머니, 아버지 산소를 보니 생전에 투닥투닥하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여 참 그리웠다"며 "어릴 적 명절이면 시루떡과 송편을 들고 산으로 향하는 어른들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곤 했다. 좀 남겨오면 좋을 텐데 그 마음 모르는지 꼭 빈손으로 돌아오시던 모습에 서러웠던 철없는 소년은 어느덧 장성한 두 아들 손을 잡고 산소에 오르는 아버지가 됐다"라고 소회를 전했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어떻게 보냈대?
-소방서와 경찰서를 찾아서 연휴에도 일하는 공직자들을 격려했다고 해. 16일에 종로소방서 종로 119안전센터랑 서울경찰청을 차례로 찾았더라고. 한 대표는 "연휴 때도 다 못 쉬고 그대로 근무하시는 거냐. 너무 고생 많다. 여당을 대표해 고맙다는 말씀을 전달하러 왔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지.
-아무래도 한 대표는 연휴 내내 의료대란 문제에 관심을 가진 모양이야.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 대표와 지도부는 의사들을 지속적으로 만나왔다고 해.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1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대표가 계속 의사단체 대표랑 의사들을 만나고 있다. 계속해서 설득 작업을 하고 있고, 추석 연휴 내내도 했다"라고 말했어.
-이 대표와 한 대표 모두 나름 바쁘게 보냈네. 전당대회에 지도부 업무까지 쉴 틈이 없었을 텐데 말이지.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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