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북핵 위협 맞설 파트너"…한일 안보공조 다시 손잡았다
"불편했던 한일관계 정상화"
양국관계 경색 4년만에
지소미아 복원 등 집중 논의
尹대통령 '미래' 수차례 강조
경제교류 물꼬 기대 커져
◆ 한일 정상회담 ◆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한 일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단어는 '미래'였다. 그동안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형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던 것처럼 앞으로 양국 사이에 우호적인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재일동포와 오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미래'를 네 차례 언급했다. 두 차례 쓰인 '미래지향적'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면 총 6차례다. 반면 미래와 대비되는 개념인 '과거'와 '현재' 등 단어는 단 한 차례도 활용되지 않았다. 제3자 대위 변제를 골자로 하는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한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발표한 것이 국민, 특히 미래 세대를 위한 결단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발언이다.
재일동포를 위해서도 조속한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윤 대통령은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불편한 한일관계가 정상화되고, 양국 관계가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재외 동포 여러분께서도 이곳에서 더 자긍심을 가지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점에서라도 한일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함은 물론이다"고 전했다.
이날도 윤 대통령은 일본이 우리나라와 협력하는 파트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자 우리와 민주주의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며 "안보,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함께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전했다. 대통령은 지난 1일 3·1절 기념식에서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일본은 이날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상황을 주목하며 도발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차례로 내놓았다.
윤 대통령을 포함한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사실상 멈춰 있거나 악화됐던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수년간 정치, 경제, 인적 교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이 정체됐다"며 한일 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불편한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현안을 놓고도 정부 측은 '원상 회복'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등 수출 규제 조치가 있었던 2019년 7월 이전으로 한일 수출 관리 체제를 되돌리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상황에 대해 한일 양국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측도 우리나라 노력에 화답하는 분위기다. 이날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환영하기 위해 다케이 스케 외무성 부대신,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국장,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 등 일본 측 인사들이 출동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항에 일본 외무성 부대신이 왔다. 실무방문이기에 부대신이 나온 것은 어느 정도 예우를 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일본을 방문한 것에 이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을 찾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한국을 방문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이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특수한 관계라는 측면에서 한 번에 시원한 결과를 가져오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한일관계가 굉장히 경색돼 있던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방일은 한일관계의 물꼬를 트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차원에서 많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윤 대통령과 정부가 미래지향적으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천명한 것은 지금의 국제 환경에서 생존 전략으로 보인다"며 "한·미·일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경제통상협의체에서 우리나라 입지와 중장기 통상 전략, 외교안보 군사 전략과 맞닿아 있기에 한일관계 개선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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