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영화 <귀신 부르는 앱 0> '자신' 손민준 감독

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영화 <귀신 부르는 앱 0>가 화제다. 이 작품은 각 감독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강한 인상을 주며, 이를 하나로 엮는 '귀신 부르는 앱'이란 소재가 흥미를 자극하며 재미를 선사한다.
<귀신 부르는 앱 0>의 에피소드 '자신'은 신체적인 장애를 겪는 주인공이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그렸다. 그 주인공이 착하지 않다는 점을 통해 반전을 보여주며, 곱씹을 만한 해석의 여지와 여운을 통해 깊은 감상을 자아낸다.

키노라이츠는 이 작품의 연출과 각본 그리고 주연을 맡은 손민준 감독을 부천에서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 편의 시와 같은 영화에 곁들인 해석이 풍미를 자아내는 깊은 시간이었다.

Q 신체적 장애가 있는 주인공이 공포와 직면하는데, 그가 선하지 않은 인물이란 설정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작품을 구상하게 된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A 장자에 보면 “악인이 작불선하여 득현명자는 인수불해나 천필주지니라”(만약 사람이 나쁜 일을 해서 그 이름을 세상에 드러낸다면 다른 사람이 비록 해치지 않는다고 해도 하늘이 반드시 그를 죽일 것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작품과 주인공의 전체적인 틀은 여기에 기반을 두었어요. 하늘이 한 번 벌을 내려 몸은 불편하지만 주인공의 눈은 살아있어요. 움직이고 싶은 욕망은 많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거죠. 그리고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하늘의 처벌을 받게 되고요. 이 작품에 나오는 장면들은 꿈에서 봤던 걸 뽑아낸 거예요. 장면으로 먼저 시작해서 파고 들다가 몸이 불편한 사람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해서 전체적인 틀을 그렇게 잡았어요.

Q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았다는 점에서 그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더해서 욕조 잠수 장면을 비롯해 신체적으로 다소 힘든 장면이 많았는데 주연을 맡아서 그렇게 설정한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A 전작 ‘컷’의 경우도 연출이랑 배우를 동시에 했어요. 저는 촬영이랑 조명은 전적으로 해당 감독님께 다 맡겨요. 제가 영화를 전공한 게 아니다 보니 전공인 분들에게 맡기는 편이에요. 때문에 두 역할을 동시에 해서 힘든 점은 없었어요. 저는 현장에서 연기에만 집중하면 돼서요. 촬영의 경우 일부러 배우들을 돋보이게 하려고 클로즈업을 타이트하게 잡았어요. 그래야 관객 분들이 더 인물에 몰입이 되니까요. 물속에 들어가는 장면 등 불편한 장면들이 있긴 했지만, 제가 촬영할 때 불편해야 관객 분들도 불편함을 느껴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다고 여겼어요. 그런 장면들이 영화적으로 볼 때 멋있고, 배우가 더 돋보이기도 하고 말이죠.


Q 영화는 은아와 민주 두 캐릭터를 통해 민준이라는 인물을 더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이 두 캐릭터에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자 했는지 궁금합니다.
A 은아의 경우 민준에게 기회를 주는 역할로 설정했어요. 극적으로 보면 열어주는 역할이죠. 그런데 민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잖아요? 때문에 귀신들한테 당해요. 이때 신이 그에게 기회를 줘요. 그런데 민준은 이마저 거부하죠. 그래서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건 가장 볼품이 없는 물건이에요. 진주의 경우 작품 내에서 전사를 많이 표현하지 않았지만 제 코가 석자인 인물이에요. 진주를 통해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평소에는 선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그 방향을 고민하는 물음을 던지는, 닫는 역할을 이 캐릭터에 맡기고 싶었어요.
Q ‘컷’에서도 은하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반복적인 이름을 쓰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제가 장진 감독님을 정말 좋아해요. 감독님 작품에 ‘동치성’이라는 이름이 반복적으로 쓰이잖아요. 제게 그런 이름이 은하에요. ‘컷’에서도 민준과 은하가 등장하는데, 그때는 민준이 영화라는 장르 속에서 은하에게 폭력을 휘둘러요. 이번 작품에서는 반대로 은하가 민준에게 폭력을 쓰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Q 이 작품의 경우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전사가 많았을 거 같은데요.
A 이 작품의 경우 활자를 좀 많이 썼어요. 다만 단편영화이다 보니 단편의 맛이 있어야 된다고 봤어요. 장편영화가 에세이 또는 소설이라면, 단편은 시라고 생각해요. 시를 보면 상상의 묘미가 있잖아요. 관객 분들이 제 작품을 보고 바로 정답을 찾기 보다는 숨겨둔 의미가 무엇인지 상상하고 해석하게 만들고 싶은 전략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민준의 의상이 왜 노란색이냐. 영화가 왜 거친 질감의 한지 느낌이냐. 중간중간 귀신들이 등장할 때와 민주가 나올 때 왜 사운드가 다르냐. 이런 부분들이 다 제가 숨겨둔 장치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통해 관객 분들이 시처럼 작품을 보는 재미를 느껴봤으면 해요.
Q 차기작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연기 선생님이에요. 예비 배우 분들과 함께 학원에서 25분짜리 영화 한 편을 만들 계획이 우선 있어요. 다음으로 8월부터 장편에 들어가요. 장르는 코미디에요. 저는 극악이 되면 극선과 통한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선을 보여줄 재밌는 코미디 영화를 만들 예정이에요. 준비는 다 된 상황이라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