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 ‘사각지대’ 시리아 반군 지역…유엔 구호대 첫 도착

최서은 기자 2023. 2. 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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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바브 알하와 국경에 인도적 지원을 실은 구호 트럭들이 도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지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봤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를 비롯한 정치적 상황과 도로 파손 등으로 구호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시리아 서북부 반군 장악 지역에 첫 유엔 구호대가 도착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유엔 구호대와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6대가 바브 알하와 통로를 통해 시리아 서북부 국경에 도착했다. 지진 발생 후 나흘째가 돼서야 이곳에 유엔의 구호대가 처음 도착한 것이다.

튀르키예와 인접한 바브 알하와 육로는 국제사회가 시리아 정부군이 통제하는 지역을 지나가지 않고 서북부 시리아로 구호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이번 강진으로 이 육로와 인근의 연결 도로들이 파손되면서 그간 구호물자 공급이 특히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바브 알하와 국경 대변인 마젠 알루시는 “오늘 첫 유엔 구호대가 입장했다”면서 “이것은 유엔의 초기 대응으로 간주될 수 있다. 우리를 돕기 위해 더 큰 호송대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주요 국가들과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있어 각국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는 튀르키예와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는 상당수 국가로부터 직접 원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23년째 집권 중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독재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내전 동안 민간인에 대한 대량 학살 등의 전쟁 범죄를 이유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

지진 발생 직후 알아사드 정부는 서방의 제재 때문에 피해지역의 긴급 구호 활동이 방해받아 수색과 구조 활동이 지연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와 구호 지원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시리아에 대한 구호 지원은 정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시리아의 우방국인 이란, 러시아와 2018년 재수교 이후 관계가 회복된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알아사드 정권이 통제하는 다마스쿠스 공항을 통해 원조를 제공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가들이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다마스쿠스 공항을 통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반군 장악 지역은 이번 지진 구호 활동을 펼치기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지적돼왔다.

예이르 페데르센 유엔 시리아 특사는 “우리는 생명을 구하는 원조가 필요하다”며 “국경과 경계에 관계없이 어디에 있는 민간인에게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빠르고 직접적이며 효과적인 경로를 통해 긴급하게 원조가 필요하다”며 “절대적으로 모든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조대원들은 유엔의 지원이 불충분하다며 잔해 속에 사람들이 묻혀 있는 곳에 수색과 구조 작업을 위한 중장비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군 지역 민간구조대 화이트헬멧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유엔은 생명을 구하는 데 가장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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