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 셰이나 아놀드의 사진집

셰이나 아놀드가 바치는 미국 중서부, 실험적인 패션, 가족에 대한 서정시 

이번 시즌에 레이스 타이츠를 입거나 바지 없이 외출한 적이 있다면 뉴욕에서 활동하는 스타일리스트 셰이나 아놀드(Shayna Arnold)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한다. 아놀드는 마리앰 나시르 자데(Maryam Nassir Zadeh), 기마구아스(Gimaguas) 등 브랜드에서 일하며 올해의 패션 트렌드를 만들었다. 타이츠를 바지처럼 입는 룩? 아놀드가 시작했다. 2021년을 강타했던 크로셰 비키니 열풍? 역시 그의 작품이다. 지난 5년 동안 그는 패션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디 브랜드, 인스타그램 브랜드와 협업하며 독창적이면서 포괄적인 룩을 선보여 왔다. 이제 아놀드는 첫 번째 사진집 ‘Swans’를 선보이며 그 스타일링 감각의 한계를 실험한다.

아놀드의 스타일링에 직관적인 면이 있다는 걸 고려하면 그가 패션 디자인을 공부했다는 건 그리 놀랍지 않다. 쌍둥이 동생들에게 옷을 입히고 어머니의 부티크 일을 도우며 오하이오 데이턴 교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신시내티 시내로 나와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 과정을 수료했다. 그동안 다섯 브랜드에서의 디자인 인턴십에 참여하며 수작업을 자주 쓰는 그만의 미학을 길렀다. 그는 디온 리(Dion Lee)와 앤소피백(Ann-Sofie Bac), 그리고 실험적인 패브릭 활용으로 유명한 LA 브랜드 로다테(Rodarte)에서 일했는데, 이때 경험한 실험정신에서 영향을 받아 네오프렌과 철조망, 미끄럼 방지용 테이프로 졸업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맞다, 편한 소재와는 거리가 멀다!” 아놀드가 웃으며 말했다. “질감과 소재에서 영감받았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실루엣과 어떻게 입기 쉽게 만들지에 대해 고민했다.”

졸업 후 아놀드는 뉴욕으로 갔다. 그는 이제는 문 닫은 니트웨어 브랜드 오네 티텔(Ohne Titel)에서 디자이너 어시스턴트로 잠시 일하다가 디자인에서 스타일링으로 눈을 돌렸다. 소호의 카페 지탄(Cafe Gitane)에서 일하며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일을 병행하던 시절에는 학창 시절 열심이던 실험주의에 다시 몰두했다. 퇴근 후에 아놀드와 (모두 아티스트였던) 카페 동료들은 함께 사진을 찍곤 했다. 이 프로젝트를 하며 아놀드는 옷을 사는 대신 직접 만들기로 했는데, 이 일회성 패브릭 실험이 나중에는 “열린 결말의 프로젝트”이자 그만의 “작품 스타일”로 발전했다. 아놀드는 쌍둥이 동생 시드니와 사샤에게 그가 만든 옷을 입히고 사진을 찍었다.

‘Swans’는 그렇게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찍은 사진들로 구성됐다. 이 사진집은 아놀드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장녀다. 두 쌍둥이 동생은 고등학교 때부터 내 뮤즈이자 모델이 되어 주었다. 이 프로젝트를 동생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연결고리는 소중하다. 동생들은 그게 무엇이든 내가 하려는 것에 언제나 열려 있다.”

‘Swans’ 속 사진 대부분은 세 자매의 뉴욕 아파트에서 찍었다. 팬데믹 초기 오하이오에 돌아가야 했을 때도 부모님 집과 농장, 동네 곳곳에서 촬영을 이어갔다. 흑백 필름과 채도 높은 컬러 필름으로 찍은 이미지는 자매의 우애와 가우시안 블러 처리된 기억, 창조적 공정 뒤에 감춰진 수수께끼를 담는다. 이미지 속 쌍둥이는 문지방에 서 있거나, 부엌 타일 바닥 위에서 휘청거리고 있거나, 캔버스 벽지로 둘러싸인 방에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 보이거나, 레이스, 튤, 새틴 패브릭을 두른 채 복슬복슬한 카펫에 누워있다.

프로젝트 제목인 백조도 사진집의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한다. 메탈 와이어를 구부려 백조 두 마리 모양을 만든 건데, 원래는 아놀드의 초기 프로젝트 중 하나에서 가면으로 쓰일 예정이었던 피스다. “‘Swans’에는 사샤가 이 피스를 그린 벨벳 드레스 위에 벨트로 맨 사진이 담겼다. 내게 백조 모티프는 영원히 연결된 나의 쌍둥이 동생들을 떠올리는 존재다.” 아놀드의 말이다.

시드니와 사샤가 아놀드의 유이한 뮤즈였던 것은 아니다. “추상적이거나 단단한 재료를 좋아하게 된 건 사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덕이다.” 쌍둥이가 나무로 만든 투박한 가방을 들고 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아놀드는 나무 블록이나 널빤지를 붙인 패브릭과 가죽 스와치로 입을 수 있는 작은 조각품을 만든 거다. “할아버지는 취미로 목공을 배워 집을 지으셨다. 아버지도 집을 지으셨다. 다양한 재료와 형태에 관심이 있는 데에는 두 분의 영향이 크다.” 이 둘이 아놀드가 재료를 구하기 위해 철물점을 즐겨 찾게 된 이유다. 사진집 속 보디스의 드레이핑에는 서랍 안에 까는 매트를 튤이나 네트라도 되는 것처럼 활용했는데, 그는 매트가  “고무 코팅한 레이스”나 다름없다고 했다.

사진작가 닉 세티(Nick Sethi)의 갤러리이자 집인 다코타(Dakota)는 ‘Swans’의 출간 기념 파티를 열기 딱 좋은 공간이 되어주었다. 아놀드는 파티를 위해 책장, 그리고 동생들의 몸에서 패브릭을 떼어 와 설치 미술로 현실 세계에 처음 선보였다. “패브릭이 공간에 따라 다르게 상호작용하고 다르게 기능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아파트의 듬성듬성 놓인 가구와 아놀드의 남자친구 코디 괴블(Cody Goebl)이 그린 그림 사이에서, 깃털 트리밍이 달린 튤 패브릭은 베일이 아닌 전등갓으로 쓰였다. 새틴 패브릭은 오래 입은 스웨터가 버려져 있는 것처럼 의자 등받이에 놓여 있었다.

사진집 ‘Swans’이 그랬듯 그가 설치 미술 전시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는 계시 같은 거였다. “이번 프로젝트에서처럼 3차원 소재에 마음이 끌린다. 가구나 조각을 만들고 싶다. 그게 내가 다음으로 탐구하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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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hayna Arnold.
에디터 Zoë Kendall


무질서한 여성성을 탐구하는 라우라 안드라슈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