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입맛 사로잡은 조미료 하나로 재벌까지 올랐다

출처 : 대상그룹

임대홍 창업주의 대상그룹
1960년대 조미료 시장 석권
1996년 식품 브랜드 청정원 론칭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본인의 자서전인 <호암자전>에서 본인 인생에서 뜻대로 안 되는 것 3가지로 자식, 골프, 그리고 ‘이것’을 꼽았다. 바로 대상그룹의 ‘미원’이다. 그가 미원을 꼽은 이유는 삼성과 대상 사이에서 벌어졌던 조미료 전쟁과 관련이 있다.

이는 한국에서 롯데제과-해태제과-농심-오리온의 과자 전쟁에 버금가는 ‘세기의 대결’로 손꼽히는 경쟁으로, 20세기 중반부터 후반까지 이어졌다. 화학조미료는 본래 일제강점기부터 쓰였던 일본산 화학조미료 아지노모도의 입지가 절대적이었으나, 1945년 해방을 계기로 아지노모도가 한국에서 철수하며 조미료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출처 : 대상그룹

이를 노려 출시된 것이 바로 미원이다. 공무원 출신이던 임대홍 창업주가 1956년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 동아화성공업을 세우고 최초의 한국산 화학조미료인 미원(味元)을 개발해 출시했다. 이때 의식적으로 일본어 발음이 같은 한자를 사용하거나 로고를 흉내 내는 등 아지노모도를 연상하게 해 한국 화학조미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1960년대 미원이 유명해지면서 조미료 시장에서 미원의 지위는 절대적이었다. 조미료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섰고, 이에 회사 이름을 누구나 아는 주력 상품인 미원의 이름을 따 미원 주식회사로 변경했을 정도였다.

시장의 이인자였던 삼성 계열사 제일제당의 ‘미풍’은 1963년 원형산업을 인수하고 1969년 아지노모도의 기술제휴까지 따냈지만, 이미 시장을 장악한 미원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두 제품의 경쟁은 1980년대 초까지 진행되었으나, 미풍은 미원에 잇따라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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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80년대 초반 화학조미료의 유해성이 대두되면서 미원의 아성은 조금씩 무너졌다. 제일제당의 천연조미료인 ‘다시다’에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원에서는 경쟁 제품인 ‘맛나’를 출시하면서 이에 대응했지만, 다시다가 이미 시장을 장악한 후였기에 대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미원그룹은 여기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1987년 아버지 임 창업주로부터 그룹 회장직을 이어받은 임창욱 명예회장은 1996년 MSG 논란을 의식해 일반 식품 브랜드 ‘청정원’을 론칭하고, 1997년에는 미원에서 대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런 임 명예회장의 전략은 2000년대 시작된 ‘웰빙’ 열풍과 맞아떨어지면서 대상그룹은 식품 산업에서 다시금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대상그룹은 1997년부터 전문 경영인 체제로 변경되었고, 2005년에는 대상홀딩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꾸준히 사세 확장에 힘썼다. 이에 대상그룹의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대상그룹의 매출은 4조 2,544억 원, 영업이익은 1,82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6%, 47.1% 증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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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임 명예회장이 물러난 후 대상그룹의 후계 구도는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인 임세령이 삼성가 며느리가 된 후 그룹을 물려받기 위한 경영 수업은 차녀 임상민이 받았다. 그러나 임세령이 결혼한 지 11년 만에 이혼 절차를 밟고 복귀한 이후에는 자매 모두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어서다.

지분 면에서는 동생인 임상민 대상 부사장이 압도적이다. 2001년 두 자매의 지분은 2.57%로 동일했지만, 임창욱 명예회장이 대상 지분 800만 주(17.34%)를 증여할 당시 임 부사장에게 200만 주를 더 증여해 차녀인 임상민 부사장(500만 주)이 장녀인 임세령 대상 및 대상홀딩스 부회장(300만 주) 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출처 : 대상그룹

2010년 임세령 부회장이 이혼 후 경영 일선에 복귀할 당시 승계에 변화가 있을 거라는 전망도 존재했지만, 2009년 임창욱 명예회장이 임상민 부사장에게 장외거래로 대상홀딩스 지분 6.73%(250만 주)를 양도해 힘을 실어 줬다.

지난해 기준 임세령 부회장은 대상홀딩스 지분 738만 9,242주(20.41%)를 보유하고 있고, 임상민은 1,329만 2,630주(36.71%)를 보유 중이다. 그 외에 임창욱 명예회장이 4.09%, 임 명예회장의 아내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3.87%, 대상문화재단이 2.22%를 보유하고 있다.

임세령 부회장이 부모인 임 명예회장 부부의 지분을 증여받더라도 임 부사장의 지분율에 한참 못 미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두 자매의 지분 서열이 뒤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점쳐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차기 총수에 누가 임명되든 당분간 비교적 사이좋은 자매 경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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